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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의료계
[ 2009년 08월 19일 02시 54분 ]
노벨 평화상과 대한민국 민주화의 상징으로 기억되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보건의료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김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추진한 대표적인 의약정책은 의료보험 통합과 건강보험 출범, 의약분업으로 요약된다. 의료보험 통합과 의약분업은 당시 의료계 틀 전반을 뜯어고치는 과감한 정책적 시도였다.

정책 실효성과 그 의미를 논외로 하더라도 김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보건의료계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외환위기 직후 집권한 국민의 정부는 굵직한 의약정책을 잇따라 추진했고, 의료계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는 보건의료의 효율성과 선진화를 핵심 가치로 여겼다. 김 전 대통령은 후보시절 보건의료 분야 공약으로 373개 의보조합의 완전 통합일원화, 의료보험 급여기간 365일로 확대, 특진제 개선과 의료수가 현실화, 질환별 포괄수가제 확대 실시 등을 제시했다.

일차의료기관 육성과 의약분업 시행, 한방공중보건의사 제도시행, 주치의 제도, 응급의료 전문인력 양성 등도 포함했다.

대선 승리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 이후에는 일련의 공약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밟아갔다. 보건의료계는 김대중 정부 이전과 이후로 대비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데일리메디는 김대중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과 그 의미를 되짚어 봤다.

의약분업 시행과 의료계 파업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의약분업은 보건의료 환경에 메가톤급 변화를 가져왔다. 의료공급자의 핵심인 의사단체는 의약분업 정책을 파업으로 맞서는 등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냉기류가 형성됐다.

의약분업은 흔히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문구로 이해되지만, 근본적인 출발은 의약품 오남용을 줄이는 것이었다.

김대중 정부는 약국이 마약과 향정신성 의약품을 제외한 다수의 의약품을 자유롭게 판매하고, 의료기관은 투약량에 따라 진료비 청구액이 늘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따라서 의약분업이 정착되면 의약품 사용량이 감소하고 약제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 주도의 약사법 개정안이 지난 1999년 12월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의약분업은 현실이 됐다. 의료계는 역사상 유례없는 파업으로 맞서는 등 정부와 의료계 모두 상처를 받았다.

예상을 뛰어넘는 의료계의 반발과 제도 시행 초기에 오는 국민의 불편함은 김대중 대통령의 사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은 2001년 8월 31일 사회복지분야 장관 오찬 간담회를 주재하면서 "국민과 정부는 (의약분업)정책을 시행하며 큰 대가를 지불했다. 재정안정 대책을 면밀히 검토해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의약분업 관계자들과 대화와 협력 아래 자리잡도록 노력하라"며 정책 추진에 의지를 드러냈다.

의료계는 의약분업에 대해 정책의 수혜가 문전 대형약국에 집중되고 약제비 절감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반면 약국에서 행해지던 임의조제를 방지하고, 부당 진료비 감소와 의사 처방의 이중 점검 등의 순기능을 발휘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후폭풍이 컸던 의약분업은 당시 정부 입장에서 획기적인 시도였지만, 그 정책적 타당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국민건강보험 출범 효율성 숙제

의약분업과 비견되는 메가톤급 의약정책은 의료보험 통합과 건강보험의 출범이었다. 의료보험 통합은 의료보험이 전 국민 의료보험으로 확대되면서 그 요구가 점차 커졌다.

김대중 정부는 인수위 시절 이 요구를 수용해 100대 국정과제로 제시하게 된다. 이 정책 역시 일부 노동계와 학계의 반대가 이어졌으나, 정부는 1999년 2월 국민건강보험법 제정을 통해 정책을 관철했다.

국민건강보험 출범은 안정적 의료서비스와 사회적 연대성을 확보한다는 취지에서 지지를 얻었지만, 재정적인 부담을 앉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수천억원에 달하는 적자 규모는 건강보험 회의론에 불을 지폈다. 또 재정적 효율성과 비대해진 국민건강보험공단 운영방안을 놓고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현재 여당 소속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일부 의원실에서 건보공단의 광역화와 지역별 경쟁체제 도입을 강조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여당 한 관계자는 "건강보험의 흑자는 과거 쥐어짜기식 급여정책의 산물이다. 비대해진 규모를 광역별로 쪼개 경쟁시키고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료보험 통합은 건보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과 의료급여 확대라는 사회보장성 측면에서 여전히 많은 지지를 받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 건강권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복지부가 김대중 정권 출범에 앞서 작성한 '21세기 보건의료발전 종합계획'을 보면 보건의료 공급의 적정화, 보건의료서비스 공급체계의 합리화, 보건의료경쟁력 제고, 보건의료부문의 생산유통체계 선진화 등 효율성에 기반한 당시 시대상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해당 정책의 편익은 당위성과는 별개로 해석하고 연구할 필요성이 크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제주대학교 의료관리학교실 박형근 교수는 "김대중 정부 의약정책 중 건강보험 출범은 핵심적인 사안이었고, 제도의 큰 전기를 마련했다"며 "의약분업은 원칙과 대의에는 동의하지만, 보건의료계가 의약정책에 무조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김대중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은 현재로서는 이뤄지기 어려운 개혁적 성향이 컸다"며 "외환위기 직후라는 당시 사회적 특수성으로 예민한 정책 추진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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