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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삼성의 혁신과 건대병원
[ 2009년 08월 20일 21시 58분 ]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 1993년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이 ‘신경영 선언’은 삼성그룹 전체에 개혁의 돌풍을 일으켰다. 20년 사이 몸집을 1000배 이상 불린 삼성은 당시 국내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기업이었다.
이 회장은 그러나 질적 쇄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삼성은 3류로 도태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후 삼성은 신사업을 개발하고 선제적 인사를 감행하는 한편 CI(Corporate Identity) 일체를 혁신해 10여년 만에 세계 최고 기업으로 우뚝섰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삼성의 이 전례는 최근 건국대학교병원(원장 백남선)의 심상치 않은 행보의 단초를 보여준다.
건대병원은 오는 하반기 ‘건국 AMC 건물’ 완공과 70병상 추가, 건강검진센터 2배 확충에 이어 이름까지 ‘K병원’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했다.
사업의 규모가 4년 전 개원 때 못지않아 일각에서는 “고작 4년 만에…”라는 우려가 제기됐을 정도다. 병원측이 그럼에도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은 변화에 대한 욕구가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다.
‘세계 1등’을 지향한 삼성처럼 건대병원은 개원 전부터 ‘1류’인 ‘국내 5대 병원’ 진입을 목표로 했다. 재단측은 ‘건국 르네상스 원년’을 선포한 2005년부터 이를 의식해왔다.
중도하차한 23대 이경영 원장을 제외하고 24대 이홍기 원장과 현재(25대) 백남선 원장은 각각 ‘새로운 교수 영입’과 ‘국제적 센터 육성’ 등의 변화를 내세워 2015년 ‘Top 5'에의 굳은 의지를 보였다. 백 원장은 특히 “개명 등으로 BI(Brand Identity)를 새롭게 설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실 BI 재설정 문제는 이전부터 재단 차원에서 거론돼온 것. “건대병원이 하드웨어(시설)와 인재풀(스타 교수)을 갖춘 지금이 브랜드 파워 강화를 노릴 적기”라는 재단측의 판단과 백 원장의 추진력이 맞물려 이번에 천명된 것이다.
이는 이 전 회장이 1987년 취임 때부터 ‘변화와 개혁’을 외쳤으나 6년 뒤 손수 분위기를 조성한 후에야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과도 흡사하다.
물론 재단과 병원장이 공조한 건대병원의 결단과 이 전 회장의 지도력 자체를 비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스타 CEO/교수 영입의 효과를 보고 BI를 경쟁력으로 인식하며 전세계 유수의 기업/병원을 벤치마킹해 발전을 도모한 점 등 두 체제 사이에 유사점이 많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다만 건대병원에 아쉬운 점은 이 전 회장에 필적할 만한 확고한 리더십의 부재다. 김경희 이사장은 취임 직후 건국AMC를 설립, ‘스타시티’ 등으로 재단 수익을 수십 배 늘렸지만 병원 특성상 이사장을 수장으로 삼기엔 다소 한계가 있었다. CEO인 병원장은 유독 이취임이 잦아 도약의 견고한 구심점이 돼주지 못했다.
소니를 이긴 2002년 이 전 회장은 샴페인을 터뜨리는 대신 새 목표를 위한 계획 수립에 나섰다. 그의 치밀함 덕에 삼성은 나태해지지 않고 재도약을 이룰 수 있었다. 향후 5대 병원에 들고 세계무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건대병원도 이와 같은 용단이 필요하다.
이에 재단측이 백 원장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김 이사장은 백 원장의 취임식에서 “풍부한 의료지식과 행정 경험을 두루 갖춘 백 원장의 비전과 목표”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겠다고 지원을 약속했다.
재단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로 백 원장이 건대병원의 진정한 ‘리더’로 거듭날 수 있을까? 그 답은 아직까지 미지수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보인 혁신에 대한 열의 만큼은 역대 병원장 가운데에서도 인정할 만하다.
그와 재단의 공조가 시너지를 발휘해 건대병원이 염원하던 비상을 이룰 수 있을지, 오는 하반기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나원정기자 wonjeong@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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