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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도서관' 만들어 주고 싶은 의사
[ 2009년 08월 27일 21시 58분 ]
환자가 병원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을 찾는 환자는 경직된 진료실에서 5분 진료 후 황급히 진료실 문을 닫고 나올 수밖에 없다. 휴~ 병원을 오기 전 궁금한 건 수 도 없었다. 의사와 대화라도 할라치면 뒤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에 치여 한 두마디 주고받다 진료실을 빠져 나온다. 집에 돌아온 후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은 인터넷으로 확인해본다. 여과 없는 정보를 하는 수 없이 믿을 수밖에 없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1시간대기 5분 진료가 의료계 현실임은 부인할 수 없다. "이건 아닌데…." 환자와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의사를 데일리메디가 만나봤다. 그는 강릉아산병원 최종수 암센터 소장이다.[편집자주]

“환자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일 지 생각해보면 우리 병원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 수 있어요. 무엇보다 환자와 ‘소통’하고 환자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만큼 환자를 위한 치료는 없다는 생각이죠.”

강릉아산병원 암센터 최종수 소장[사진]은 몇 해 전 암 연구 및 치료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다나파버암연구소를 보고 신선한 충격에 빠졌다.

연구소 앞에 환자 도서관이 크게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아, 바로 이거’라며 무릎을 쳤다. 병원 안에 도서관이 있으면 의례껏 의사를 위한 책이 전시돼 있는 우리나라 병원과 많이 달랐다.

“그 때 사실 좀 놀랐어요. 정말 작은 부분일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병원 도서관이라고 하면, 의사들이 지식을 쌓기 위해 전문 서적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는 그런 도서관이 대부분이잖아요.”

환자가 암으로 진단받으면 정말 막막해 한다. 사실 암 선고를 받으면 환자도 충격이고 가족들도 충격이다. 예민해져 있는 그들은 서로서로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환자들이 암 진단을 받은 후 집에 가서 하는 일이 인터넷 검색이예요. 폐암이라고 치면 상황버섯 등이 검색되고, 리플에 ‘~너무 좋아요’ 혹은 ‘실제로 병이 낫어요’ 하면서 잘못된 정보가 여과 없이 검색됩니다.”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를 습득하고 심리적 안정을 찾는 것이다. 미국 암환자들은 환자 도서관에서 ‘그렇게’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계속 공부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얻으며, 병과 싸워나간다.

환자를 위한 책들이 A에서부터 Z까지 방대하게 자리 잡고 있는 미국의 환자 도서관. 이 때의 ‘신선한 충격’으로 최 소장은 실제로 조만간 병원 한 공간을 마련해 직접 환자 도서관을 만들 계획이다.

“생존율을 높이고 가장 최상의 진료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어느 병원이나 마찬가지. 환자의 불안한 심리를 어떻게, 얼마나 잘 돌볼 수 있을까 고심해 봤을 때 정말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조만간 (환자 도서관을) 지을 예정이예요.”

최 소장의 ‘환자 사랑’은 이 뿐만이 아니다. 환자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궁금증은 많은데 그것을 해결할 ‘창구’가 부족했다. 이런 이유에서 최 소장은 일주일에 한 번은 꼭 ‘환자와의 대화시간’을 갖는다.

“MD앤더슨을 갔는데, 그 곳에서 느낀 점이 많았어요. 환자들이 정말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의사와 대화를 나눈다는 점이었는데, 의사가 환자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한 카페에서 시간을 내더라구요. 환자가 묻는 물음과 생각들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가 이어졌어요.”

실제로 강릉아산병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환자와의 대화시간에 많은 환자들이 최 소장을 만나 궁금증을 풀어낸다.

“보통 2시간정도 소요되는데, 진료실 밖이다 보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정말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고 대답해요. 자신이 진료 받는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을 먹어야 할지 등을 묻는 환자에게 조언을 주면, 너무 고맙다며 진심어린 마음을 표현해 줄 때, 그것 이상의 보람이 어디 있겠어요.”

환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그의 모습을 보니, 이 시대가 진정 필요로 하는 ‘의사상’은 이런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노은지기자 nej3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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