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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외과 살리기' 소고(小考)
[ 2009년 08월 31일 22시 10분 ]
지난 28일 전국 외과 주임교수·과장 회의에서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는 외과의 우울한 현 지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암담했다.

대한외과학회 회원 6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설문에서 학회원들 대다수는 외과의사로서 생명을 다루는 학문적 성취감을 느끼고 있지만(81.21%), 장래가 희망적이어서 자긍심을 갖고 있다고는 볼 수 없는 것(66.86%)으로 조사됐다.

외과학회가 빤한 결과가 나올 법한 이 같은 설문을 대대적으로 실시한 이유는 ‘외과 살리기’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공론화하기 위해서다. 외과 보험수가 30% 가산이 적용된 7월 1일을 기점으로 학회 차원에서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용단을 내린 것이다.

이미 보도된 대로 외과학회는 수가 인상 적용 시기를 즈음으로 해서 두 차례에 걸쳐 각 수련병원장에 공문을 보낸 바 있다.

공문은 보건복지가족부의 수가 인상 배경을 이해하고 외과 전공의 확보 노력에 동참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병원 측은 묵묵부답이었다. 이에 전국의 외과 주임교수와 과장을 한자리에 불러 놓고 병원장과의 협의를 촉구한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의료계의 발전을 위해 외과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위해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하면 쉽사리 답을 내리지 못한다.

외과 전공의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여기에는 타과와의 형평성 문제가 걸려 있다. 정부에서 외과 발전을 위해 수가를 인상했다고 해도 이를 100% 반영하기 어려운 이유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파이 자체를 줄이는’ 방법도 급한 불을 끄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외과 전공의 전체 정원의 안정적인 진로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매년 처참한 미달 사태만 지켜보느니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모집인원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다.

언젠가 로봇수술의 명의로 꼽히는 모 대학병원 교수가 “로봇수술 등 첨단의학의 발전으로 외과의 앞날이 밝아지고 있다”면서 “로봇수술에 관심을 보인 인턴들이 외과 전공의에 대거 지원해 예년보다 지원자수가 배로 늘어났다”고 싱글벙글하던 일화가 생각난다.

외과 전공의 지원자수가 배로 늘었다는 ‘이례적인’ 뉴스를 기사화하기로 마음먹은 기자는 곧바로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돌아온 것은 “교수님이 잘못 알고 계신 것 같다. 지원자수는 한 명도 늘지 않았다”는 냉혹한 답변뿐이었다.

전공의 정원을 얼마간 줄인다고, 수가를 몇% 인상한다고 외과가 처한 총체적인 위기가 해소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외과 전공의의 열악한 환경이 다소 나아진다고 해도 전문의 취득 후 펼쳐질 막막한 미래를 생각하면 이 또한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일말의 대안은 진척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한두 시간에 불과한 외과 전공의들이 서너 시간은 잘 수 있도록 해주고, 그들이 받는 노동 강도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한 월급을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인상해주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말로만 ‘외과를 살려야 한다’며 수수방관하고 있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다. 대한외과학회가 제시한 권고안이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바란다.
이은빈기자 cucic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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