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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이혼? 보건노조와 병원 사용자協
[ 2009년 09월 09일 02시 55분 ]
그들은 처음부터 서로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결합했다. 말하자면 ‘정략결혼’이다. 득실을 따져 결합한 만큼 애정이란 없었다. 애정 없는 결혼생활은 애당초 의도했던 실익의 효과마저 반감시킨 채 6년간 지속되다가 한 쪽의 일방적인 이혼 선언으로 종료됐다.

지난달 28일 보건의료산업사용자협의회(공동대표 오동주 고려대의료원장·김영곤 전북대학교병원장·이성식 소화아동병원장)가 끝내 해산을 결의했다는 소식이다.

이로써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의 요구로 2007년 설립된 사용자협의회는 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번 해산 건을 두고 노사 양측의 주장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사측은 “보건노조가 일방적으로 산별중앙교섭 종료·포기를 선언해 어쩔 수 없이 해산이라는 최후의 선택을 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노조 측은 “교섭 내내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다가 먼저 해산을 통보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응수하는 상황이다.

어떻게 이 지경까지 오게 됐을까. 식상한 표현이지만 4~5개월에 걸친 산별교섭 광경을 현장에서 매주 지켜본 기자로서는 ‘소통의 부재’라는 말 외에 다른 표현은 찾기 어렵다.

교섭 현장에서 노사는 서로의 차이를 보듬어주지 못했다. 교섭에 참가하는 노조 측 대표자가 다년간의 투쟁과 교섭 경력으로 무장한 ‘베테랑’이라면 사측 대표자 대다수는 매년 새로이 선출되는 ‘신출내기’에 불과하다.

보건노조는 사용자협의회 대표의 미숙함을 힐난했다. 당시 교섭에 참가했던 한 병원장은 “교섭 진행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뒤에서 비웃고 떠드는 소리가 다 들렸다”면서 “조롱당한 기분이 들고, 모멸감이 생겨 더 이상 교섭에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더라”고 회고했다.

동일한 지위에서 교섭을 진행한다기보다 노조가 사용자협의회를 일방적으로 훈계하는 분위기에서는 원활한 대화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반면 사용자협의회는 불성실한 자세로 교섭 의지 자체를 의심케 하는 태도를 여럿 보였다. 병원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표를 뽑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하지만 산별교섭이 시작된 이후에도 한참 동안이나 사측 대표자는 1~2명이 임시로 자리를 채우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공동대표 3인을 선출한 뒤에도 사측은 교섭안과 이렇다 할 연관성이 없는 ‘꼬투리’를 집요하게 잡고 늘어지며 파행을 주도했다.

10차례에 걸쳐 진행된 산별교섭은 결국 교섭안 외의 사안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만 벌이다가 맥없이 중단됐다.

소통 의지가 없는 부부는 차라리 이혼을 택하는 게 서로에게 덜 소모적인 방법일 것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사용자협의회의 해산은 노조가 평한 대로 일단 ‘환영’할만 하다.

그러나 보건노조의 요구대로 제2, 제3의 사용자협의회가 구성된다고 해서 원만한 교섭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보다는 산별교섭이 지닌 한계를 냉정히 평가하고 교섭 체제를 고민하는 일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내년에 전개될 병원계 교섭은 어떤 풍경을 그릴지 주목된다.
이은빈기자 cucic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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