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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절실한 이유
[ 2009년 09월 27일 21시 49분 ]
#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의사의 과실은 없다. 환자의 부모가 묻는다. “우리 아이가 왜 죽었나요?” 사망원인을 몰라 답답해하는 보호자에게 의사는 말했다. “내 잘못은 없으니 소송을 거시죠.”

분노한 유가족은 소송을 걸었고, 의사의 과실이 없으므로 1심 결과는 당연히 ‘패(敗)’였다. 항소를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터다.

그러나 유가족은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의사가 소송을 걸라고 해서 걸었고, 결과와 상관없이 대법원까지 가겠다. 소송비용은 얼마가 들든 상관없다.” 일종의 ‘괘씸죄’를 적용, 의사를 재판에 불러 끝까지 괴롭히겠다는 것이다.

의사와 환자 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김연희 변호사(의성법률사무소)는 26일 중앙대병원 동교홀에서 열린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가을철 학술대회’에서 자신이 맡아 진행한 위 사건을 소개하면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자와 얘기만 잘해도 소송까지 가는 것을 상당수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사진].

그는 “당시 해당 의사가 조금만 설명을 잘해줬으면 법정까지 갈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흔히들 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자 측에게 사과나 위로의 말을 전하면 과실을 인정하는 빌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의료진이 환자 측에게 사과나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것은 법적으로 과실을 인정하는 문제와는 별개라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환자는 언뜻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인력으로 막을 수 없는 일이었다는 것을 반복해서 쉽게 설명해 줌으로써 오해가 풀리는 경우가 많다”며 “분향소에 찾아가 국화꽃이라도 꽂아주는 것이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위 사례와 반대의 경우도 있다. 실제로 가정의학과 전문의이기도 한 김연희 변호사는 MD 시절 직접 겪은 경험담을 털어놨다.

그는 “예전에 검사 결과를 늦게 확인해 환자가 사망하는 의료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나는 보호자에게 가서 ‘정말 죄송하다’고, ‘내가 조금 소홀했다’고 거듭 사과했다”며 “내심 소송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보호자는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한 후 병원비를 다 지불하고 퇴원했다”고 말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이 때 섣불리 과실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말을 하거나 합의서를 작성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일례로 모 의사는 의료사고 발생 후 환자 측과 합의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과실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지만, 진료기록부 검토 과정에서 의사의 과실이 없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환자 측은 “진료기록이 조작됐다”며 그 근거로 합의서를 제출했다. 해당 의사는 “진료기록부를 조작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지만 과실을 인정한 합의서로 인해 입장이 불리해졌다는 전언이다.

김연희 변호사는 “대화를 통한 해결을 하다가 과실을 인정하고 합의하는 경우가 있지만 먼저 과실을 인정하면 또 다른 분쟁의 소지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서 “과실 판단은 법적 사안인 만큼 용어 선택에 신중을 기할 것”을 조언했다.
이은빈기자 cucic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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