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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넷이라서 행복한 산부인과 여교수
[ 2009년 09월 28일 13시 31분 ]
“와! 엄마다. 엄마 나 빨리 안아줘.” 순식간에 3명의 여자 아이가 집안에 들이닥쳤다. 고요하던 집안이 곧 활기를 되찾았다.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 산부인과 안현영 교수의 집은 평일 아침과 저녁이면 요란한 신고식이 열린다. 여기에 초등학교 고학년에 진학한 큰 딸(원소희·10)아이가 오면 말괄량이 여공주 4인방이 활동을 시작한다. 아래층 할머니가 올라올까 걱정하는 엄마의 고민은 뒤로한 채.
7살(원정해)과 5살(원지우), 3살(원라은)짜리 세 딸은 그저 엄마와 함께 있는 것이 마냥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 이때 둘째 정해가 기자를 쳐다보면서 말한다. “어 또 왔네. 아저씨 누구세요. 너무 일찍 오신 거 아네요.” 맹랑한 모습으로 첫 인사를 건넨다. “자 인사드려야지.” 안 교수가 말하자 곧바로 90도 인사를 한다. 세 자녀와의 첫 대면은 요란스러웠다. 제법 어른스러운 큰딸은 학원을 마치고 오느라 인터뷰가 끝날 즘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산부인과를 전공한 안현영 교수는 4명의 딸을 둔 다둥이 엄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1.19명에 비교하면 보기 드문 다 출산이다. 레지던트 3년차 때 처음 출산한 이후 줄곧 3년과 2년 터울로 자녀를 가졌다. 적어도 3명은 갖겠다는 출산 계획이 4명으로 늘었다. 더는 출산 계획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혹시라도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한다면 심각히 고민하겠다며 일말의 여지는 남겨뒀다.
그는 4명의 자녀를 모두 모유 수유로 키울 정도로 다둥이 엄마의 저력을 과시했다. 얼마 전에는 한국모유수유권장네트워크로부터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자라면서 가족이 많지 않았어요. 결혼하면 적어도 3명의 아이를 낳겠다고 생각했죠. 막내가 생겼을 때 계획이 없던 거라 고민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힘들고 어려운 점이 많았는데, 아이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굴곡 있던 결혼 생활이 넷째가 생기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쉽게 해결하지 못할 것 같던 갈등이 눈 녹듯 풀리면서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줬다. 아이는 육아에 대한 고민보단 마음의 안정을 주었다고 안 교수는 고백한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임신한 여러 여성을 만나면 다양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체념하 듯 수긍하거나 감사한 마음으로 기쁨을 나타내기도 했다. 안 교수는 아이가 생겨 그저 기뻤다고 한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네 딸을 얻었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레지던트 신분으로 출산한다는 것은 동료의 희생을 담보로 했다. “아이만 낳느냐”는 핀잔도 감수했다. 안 교수는 “묵묵히 빈자리를 채워준 선·후배에게 정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갚아야 할 빚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의 출산을 응원해준 신종철 교수(서울성모병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도 했다.
"육아의 어려움이 많지만, 아이들을 보면 힘이 절로 납니다. 의사로서 이룰 계획이 늦어져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 아이를 택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저한테는 소중한 보물들이죠. 우리 강아지들!" 자녀들을 바라보는 안 교수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그어졌다.
4명의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가족이 온전히 모인 것도 3년이 채 안 된다. 맏딸을 키우다시피 한 시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둘째는 부산 친정으로 보내 2년을 맡겼다. 남편은 군의관으로 3년간 집을 비웠다. 옆집에서 셋째를, 고모가 넷째 육아를 맡아주지 않았다면 엄두를 못 냈을 거라고 안 교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많이 놀아주지 못하고 좋은 곳에 못 데려가도 아이들이 서로 싸우면서 잘 크고 있어요. 가족 구성원을 통해 사회성도 배우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 함께하더라도 창의적이고 즐겁게 놀도록 신경을 쓰고 있죠. 때론 싸우기도 하지만요."
“의사 엄마라고 다르지 않아요”
다둥이 엄마다 보니 나름의 육아 노하우도 생겼다. 짧은 시간이지만 재밌게 놀아주기, 구속하긴 보단 자율성을 중시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크진 않아도 4명을 키우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역 가정에서 한두 명은 갈법한 영어학원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대신 택한 것이 방가 후 수업이나 동사무소에서 개설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었다. 아이를 비교하거나 나무라기보단 칭찬하고 용기를 심어주려 했다.
그렇다면 가장 말썽꾸러기는 누구일까? 뜻밖에 막내 라은이가 황소고집이란다. 반면 셋째 지우는 부끄러움이 많고 배려심이 깊다고 한다. 첫째와 둘째는 제법 숙녀티를 내려고 노력 중이라고.
“의사 엄마로서 장점이 있냐”는 질문에는 손사래를 쳤다. “어휴! 제가 의사여서 아이들 예방접종도 잘 맞출 것으로 생각하지만, 똑같아요. 깜빡 잊고 있다가 주위에서 말을 듣고 예방주사 맞으러 가곤 했죠. 저 역시도 보통의 엄마와 다를 게 없어요.”
자녀를 의사로 키우고 싶으냐고 물었다. “그냥 한 명 정도는 의사였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아프면 돌봐줄 자식이 있으면 든든하잖아요. 근데 남편이 그건 욕심이라네요.(웃음)”
결혼 풍속도가 바뀌면서 노총각 노처녀가 늘고 있다. 더불어 결혼을 미룬 의사 후배도 많아졌다. 안 교수는 “출산을 앞두고 고민이 많은 후배에게는 조바심 내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한다. 목표를 돌아가더라도 가족의 소중함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고 했다. 또 아이는 잠시 하늘이 내게 맡긴 것이므로, 자유롭고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노하우를 귀띔했다.
인터뷰가 끝날 쯤 인형놀이에 집중하던 지우와 라은이가 소리를 지르며 거실을 뛰기 시작했다. 안 교수와 네 아이의 놀이가 다시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뛰는 아이들을 진정시켜 사진을 찍는데 10분 가까이 걸렸다. 안 교수의 행복한 고민은 이렇게 매순간 일어나고 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11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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