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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경력 모의환자가 본 '예비의사들 실력'
[ 2009년 09월 29일 03시 25분 ]
환자가 돼 진료실을 무대로 실감나는 연기를 펼쳐야 하는 배우들이 있다. 이들은 단순히 연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진료가 끝나면 미리 정해진 채점 기준표에 따라 수험생(의대생)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다.
의료계 교육이나 평가를 위한 모의환자를 뜻하는 표준화 환자(Standardized Patient, 이하 SP)가 그 주인공. 올해부터 전격 도입된 의사 실기시험으로 인해 더욱 바빠진 SP 중 한 명을 섭외해 데일리메디가 어렵게 만나봤다.
현재 서울·경기 CPX 컨소시엄에 소속돼 있는 김모(여, 49세)씨는 올해 경력 4년차인 중견급 SP다.
대학로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한 경력을 갖고 있는 그는 “1년간 각 의대를 돌면서 똑같은 환자를 연기한다”고 말했다.
SP는 실제 환자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환자의 감정과 증상을 섬세하게 표현해야 하는 만큼 수준급의 연기력을 필요로 한다. SP 중에 연극배우나 단역배우, 연기학원 출신 배우 지망생이 많은 것도 그 이유다.
김씨는 올해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호소하는 전업주부 역할을 맡았다. SP는 현재 증상 뿐 아니라 병력, 가족관계 등을 세밀하게 암기해 자연스럽게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역할이 주어지면 캐릭터를 소화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한다.
김씨는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면서 습관적으로 가슴이 답답해지는 증상을 호소하는 캐릭터를 맡았다”며 “역할을 몸에 익히기까지 하루 3시간씩 3~4일을 연습했다”고 말했다.
SP가 활동하는 기간은 1년에 4개월가량으로, 주로 겨울 시즌에 20회 정도로 일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지역별 CPX 컨소시엄이 각 의대별 모의시험을 협찬하는 기간이라고 보면 된다.
보수는 일반 시간제 근로의 평균 임금에 비해 적지 않다는 평이다. “일하는 시간 자체로만 보면 많이 받는 편이지만, 기간이 불규칙해서 수입이 일정치 않은 것을 고려하면 넉넉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고 관계자는 귀띔했다.
시험장에서 이들은 대부분 주어진 대본대로 연기하지만, 상황에 따르는 변수도 많다.
김씨는 “각 의대별로, 또 학생들마다 시험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면서 “어떤 학생 앞에서는 감정이입이 잘돼서 실제 환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또 다른 학생과는 호흡이 맞지 않아 대본 그대로의 연기만 하고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번은 여느 때와 같이 연기를 마치고 나오는데 김씨를 진료한 의대생이 그를 잠깐 불러 세웠다.
“OO병이 있는 것 같으니 병원에 가서 진짜 검사를 받아보라”는 것이었다. 다음날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본 결과 의대생의 진찰이 맞는 것으로 판명됐다.
김씨는 “때때로 너무 무례해서 환자 입장에서 화나게 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나중에 사위로 삼고 싶을 정도로 듬직하고 친절한 학생들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렇다면 김씨에게 SP로 일하는 보람이란 무엇일까.
그는 “동료 SP도 다들 재미있게 하고, 일하는 자체에 보람을 느낀다”며 “사회에 나가서 꼭 필요한 의사들의 발전에 우리가 일조한다고 생각하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SP 신분 공개가 금지된 관계로 인터뷰 사진 촬영은 할 수 없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은빈기자 cucic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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