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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18명이 풀어낸 삶의 농밀한 이야기
[ 2009년 10월 08일 21시 44분 ]


흔히 일선 의료현장에서 의사가 환자의 증상에 맞게 약을 처방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인 처방전(處方箋). 예술로 새 옷을 갈아입었다.

안국약품 1층에 자리한 갤러리AG가 기획초대전 ‘처방전(處方展)’을 개최, 10일 오프닝행사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18명의 의사들이 풀어놓은 상상력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회는 일반인들이 병원과 의사들에 대해 막연히 느꼈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마련됐다.

이현주 큐레이터는 9일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환자와 의사의 사이는 어느 관계보다도 신뢰감이 중요하지만, 그 사이의 간극 또한 만만치 않다”며 “이번 전시회는 의사들이 예술로 써 낸 처방전을 통해 환자와 의사간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준비했다”고 밝혔다.

치료 목적의 ‘의학적 처방’이 아닌, 삭막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18명의 의사들이 ‘예술적 처방(art-medicine)’을 내린 셈이다.

이들의 작품은 단순히 의사들의 취미생활 수준에서 벗어나 기성작가들과도 어깨를 견줄 만큼 완성도가 높은 작품들은 물론, 실험성 또한 뛰어난 것들이 많다고 한다.

이현주 큐레이터는 “이 중 몇몇 작품들은 상업적 목적으로 전시를 하고 있는 화랑에 바로 나가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며 “이들의 실력은 이미 단순히 취미 수준을 넘어섰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손을 치켜세울 정도다.

전시회의 주요 작품을 살펴보면,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한기환 교수(성형외과)는 언청이 환자를 모델로 브론즈 작업을, 외과의사 노상익(서울보훈병원)은 수술방의 차가운 푸른빛 현장을 카메라로 담아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태섭 교수(영상의학과)는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인 X-ray Art를, 홍대의 이색공간으로 유명한 ‘제네럴 닥터’ 김승범은 독특한 진료실 현장을 전시장에 그대로 옮겨 놨다.

뿐만 아니라 피부가 찢어져 성형외과 10곳을 넘게 돌아다녔으나, 병원비가 없어 결국 치료 받지 못한 한 소년의 기사를 접한 주연상 원장(울산주연상의원) 자신이 직접 제작·감독·출연한 작품도 이번 전시회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다.

물론 직접적인 병원현장의 이야기 이외에도, 민화, 사진, 페인팅의 다양한 분야의 작품들도 전시되고 있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이현주 큐레이터는 “일차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환자와의 소통이겠지만 보다 깊게 들여다보면 이들 작품들은 의사들이 스스로를 치유해가는 과정”이라며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전시회는 의사와 환자 모두를 치료하기 위한 전시회”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Operation Room’을 출품한 가천의대 이순표 교수(산부인과)가 작품설명에서 “어렵고 힘든 수술을 꺼리는 후배들에게, 그리고 내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독백과도 같다”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진료실 바로 옆에 작업실을 둔 개원의, 작품 활동을 위해 안식년을 쓰는 교수 등. 이들이 경험한 진솔한 삶의 풍경이자 그 삶에 대한 예술적 처방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처방전. 그들의 농밀한 이야기가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우리들 곁을 찾아왔다.
김수성기자 sskim@dailymed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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