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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생사 기로', 법원은 '안전 또 안전'"
[ 2009년 10월 09일 21시 58분 ]
안전을 위해 달랑 숨구멍 하나 뚫린 큰 쇠통 갑옷을 입은 병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오진, 세브란스-수술, 서울대병원’으로 세간의 관심을 불러모았던 의료소송에서 양측의 연대책임 판결이 내려진데 대해 서울의대 한 교수가 던진 자문이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전범석 교수는 최근 발행된 병원보 9월 호에 ‘갑옷 이야기’란 제목으로 이번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전범석 교수는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를 보다 쉽게 전달하고자 ‘임금님과 갑옷’에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평소 가슴과 배만 보호되는 병사들의 갑옷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임금이 장인에게 가장 안전한 갑옷을 만들 것을 주문했고 이 장인은 숨구멍 하나 뚫린 쇠통 갑옷을 만들었다.

결국 전쟁이 나자 그 갑옷을 입고 걸을 수도 없던 병사들은 모두 적에게 잡혀 죽거나 노예가 되고 말았다는 얘기다.

전 교수는 이 일화를 통해 법원이 쇠통 갑옷 처럼 환자의 안전장치를 지나치게 강조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법원의 판결대로라면 교통사고로 타 병원에서 CT를 촬영한 결과 뇌출혈 판정을 받고 수술을 위해 급히 응급실을 찾은 환자에게 또 한번 CT를 찍도록 해야 한다는 것.

그는 “확인과 확인만이 최선의 가치이고 실제 치료가 뒷전으로 밀린다면 그 피해는 결국 환자에게 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범석 교수는 또 이번 판결로 인해 의료전달체계에 큰 변화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전 교수는 “법원이 소중한 환자의 안전을 위해 소중한 비용과 소중한 시간이 들더라도 재검을 하도록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전원 환자들은 이중검사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법원 판결대로라면 결국 현재 병원을 옮길 경우 이미 실시한 검사결과를 가져가지만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게 된다. 환자는 같은 검사를 또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세상은 타인에 대한 믿음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혹시나 하는 의심과 피해의식으로 세상을 다스릴 수는 없다”고 피력했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유방암 진단 후 수술을 받았으나 암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환자 김모씨가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 의료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공동책임 판결을 내렸다.

오진을 한 세브란스병원 의료진과 추가 확인절차 없이 수술을 시행한 서울대병원 의사들이 연대해 환자에게 51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었다.

환자 김씨는 2005년 11월 세브란스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통해 유방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위해 서울대병원으로 옮겼다.

서울대병원은 세브란스병원의 검사 결과만을 믿고 수술 날짜를 확정, 김씨의 오른쪽 유방 1/4을 절제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수술로 제거된 조직에서는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았다. 뒤늦게 추궁한 결과 세브란스병원측의 실수로 다른 암 환자의 샘플과 김씨의 것이 뒤바뀐 것으로 밝혀졌다.

1심은 실수로 검체가 뒤바뀐 부분에 대해서만 책임을 인정, 세브란스병원이 김씨에게 39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항소심에서는 서울대병원측의 책임도 인정했다.

절제수술이 필요한 암 확진을 받은 환자가 의심을 품고 재검진을 요청했다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라도 병원의 세밀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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