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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들이 보는 세브란스병원 탄생 배경
[ 2009년 10월 13일 01시 40분 ]
선교사이자 국내 최초의 서양의학 전수자인 알렌을 앞세워 한국의료의 효시임을 강조하는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과의 ‘원조 논쟁’ 여부를 떠나 한국 근대의학사의 이해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세브란스병원의 탄생에 대해 역사학자들이 나름 논리적인 접근을 시도, 눈길을 끈다.

근대의학사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진 한국과학기술대학교 신동원 교수와 상명대학교 주진오 교수는 12일 열린 ‘의학교 설립 110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에서 세브란스병원의 설립 배경을 조명했다.

이들 역사학자는 세브란스병원의 설립 배경에 대해 근대시대 조선과 미국, 일본 3국의 미묘한 역학관계 속에서 탄생한 이해득실의 산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당시 조선정부는 명성왕후의 조카인 민영익을 살려낸 알렌의 의술에 관심을 갖고 서양의술을 도입코자 했으며 포교 목적의 미국은 무료 의료선교사까지 파견하며 적극성을 보였다.

이런 배경으로 국내 최초 서양식 병원인 제중원이 탄생했고, 미국이 의료선교사를, 조선정부가 운영에 필요한 자금과 인력을 지원하게 됐다.

여기까지만 해도 서양의학 도입에 대한 조선정부의 필요성과 포교를 하고자 했던 미국 북장로교의 목적이 결합된 형태였다.

하지만 두 역사학자는 제중원의 바통을 이어받은 세브란스병원의 설립이 일제 강점기에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조선이 사실상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게 된 것은 러일전쟁 이후인 1904년. 세브란스병원 개원도 바로 이 해에 이뤄졌다.

주진오 교수는 “세브란스병원이 존립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제국주의와 대립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당시 미국의 대한정책은 이미 일본의 한국 식민지화를 인정하고 있었고 선교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국주의의 약소국 침략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와 결합하고 있었다고 주 교수는 풀이했다.

실제 세브란스병원을 설립한 에비슨이 1908년 세브란스 의학교 졸업생에 대한 면허발급 문제 등을 보장받기 위해 이토 통감을 만나고 이토가 세브란스 의학교의 졸업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주진오 교수는 “종교인으로서 선교를 지속하려면 현존 권력기구와 협력하지 않으면 안된다는게 에비슨의 판단이자 세브란스병원 존립의 힘이었다”고 덧붙였다.

신동원 교수는 “당시 서양의학은 한미일 3국의 이해득실에 따라 결합, 절충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세브란스병원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미국 선교회의 의료활동은 기독교 개종을 지상 목표로 했고 그 이면에는 미국의 광산침탈과 같은 제국주의적 성격이 깔려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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