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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주 전 고대의료원장 '귀거래사' 화제
[ 2009년 10월 18일 21시 55분 ]
살다보면 누구나 잊어버려야 할 습관이 한두 개쯤 생기게 마련이다. 술에 취해 헤어진 옛 연인에게 전화를 건다거나, 반대로 오지도 않을 연락을 마냥 기다린다. 사별한 남편의 아침상을 차려주기 위해 새벽이면 눈이 절로 뜨인다거나, 얼마 전 정리해고당한 직장에 출근하려고 무심코 넥타이를 매만지는 행위도 흔히 경험하는 '잊어버려야 할' 습관 중 하나다.
얼마 전 고대의료원장 겸 의무부총장직에서 물러나 평교수 신분으로 돌아간 오동주 교수에게도 잊어버려야 할 습관들이 생겼다.
그는 최근 고대의료원 교직원 포털 게시판에 '잊어버려야 할 습관들'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의료원장직을 떠나며 느낀 솔직한 심경을 고백했다.
해당 글에서 그는 "지난 2년간 마음으로 또 땀으로 함께 했던 직원 여러분들께 감사하다"며 "일하는 것이 재미있고, 보람 있고, 자랑스러운 직장을 같이 만들어보려 했는데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술회했다.
그러고는 "이제 평교수로 돌아온지 6일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휴대폰을 자주 열어보는 습관이 남아있다"면서 직원들의 생일 축하 문자메시지에 관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오 교수는 의료원장 재임 시절 매일 아침 8시면 그날 생일을 맞이한 직원 명단을 파악하기 위해 문자 서비스를 받았다.
생일 축하메시지를 당사자뿐 아니라 본인에게도 전송, 문자가 제대로 수신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려한 조치였다.
매일 적게는 5명, 많게는 20명까지 전송된 축하메시지를 받은 직원들 중 일부는 답문을 보냈고, 이를 받은 그는 회의 중일 때라도 책상 밑에서 다시 답문을 보내는 '신속함'을 과시했다.
오동주 교수는 "휴대폰이 주로 진동으로 돼 있어 혹시 답문 보내는 일을 놓칠까봐 자주 열어보는 습관이 붙어버렸다"며 "이제 이 습관도 곧 없어지리라 본다"고 덤덤히 밝혔다.
의료원장 연임이 불발된 후 처음 공개된 이 글은 직원 게시판 내에서 1300여 건에 달하는 압도적인 조회수와 40여 개의 댓글이 달리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나마스떼'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 직원은 "비서가 대신 하는 줄 알았는데 직접 생일문자를 보내고 받으셨던 거냐"며 "답신을 보냈더니 회신문자가 와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안암인'이라는 닉네임의 직원은 "부총장님으로 안암병원에 오셔서 처음 뵜을 때 가운을 입은 직원이라는 이유로 선뜻 먼저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 감명 받았다"면서 "그 후로도 많은 부분에서 감동하고 존경해왔는데 이제는 뵙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찡하다"고 했다.
이밖에 직접 실명을 기재하면서 그간 노고에 감사를 표시한 다수의 '선플'이 그의 글 말미를 장식했다.
"이 것 또한 곧 지나가리라."
"이 것 또한 곧 지나가리라." 독일 출신 영적 교사 에크하르트 툴레의 대표 저서명이자 오동주 전 의료원장의 책상 위에 표제어처럼 붙어 있는 경구다.
구로병원장, 고대의료원장 등 굵직굵직한 보직을 거쳐 5년 만에 다시 환자들 곁으로 돌아간 오동주 교수. 요즘 "환희에 웃고, 고통에 울며 매달리던 일도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말을 다시 새겨본다"는 그는 다시금 시작된 일상에 단단한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이은빈기자 cucic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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