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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살리려면 사분오열도 필요"
[ 2009년 10월 19일 21시 38분 ]
요즘 산부인과 개원의사들의 권익단체인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심기가 영~ 불편하다. 외부적으로는 요실금 수술과 비자극적 태동검사 사태를 비롯, 최근 국정감사에서의 불법 낙태 논란까지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여기에 내부적으로 ‘진오비’(GYNOB,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모임)라는 재야단체가 말썽이다. 작년 이 맘때 설립된 이 단체는 그동안 의사회 회무에 번번히 딴지를 걸며 심기를 건드리더니 최근에는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가칭)라는 명칭까지 사용하며 의사회 위상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개원가 종주단체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 존재의 이유를 거부하는 진오비. 적잖은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의사회의 견제 역할을 자청하는 그들의 외침은 무엇일까? ‘진오비’라는 단체는 특이하게도 대표가 없는 탓에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대표급 회원인 심상덕 아이온산부인과 원장을 찾아야 했다.
진오비, 이유있는 반기
‘진오비’는 현 산부인과의사회 집행부 중 일부가 나와 설립한 재야단체다. 의사회에서 4~5년 간의 회무를 담당했던 심상덕, 최안나 원장이 주축을 이뤘다. 이들은 말 그대로 반기를 든 셈이다.
하지만 이들의 입장에서 현 집행부에 대한 반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진오비’라는 단체가 태동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 당시는 한참 정부의 산전진찰 바우처 제도 도입 문제로 시끄러웠다.
이들의 눈에는 집행부가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회원들 의중을 묻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 도입을 강행하려는 것처럼 보였고, 이후 적잖은 갈등을 빚었다.
“당시의 집행부는 이미 답을 내려놓고 사안을 접근하려 했다. 회원들의 권익보호를 목표로 하는 단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심상덕 원장은 이렇게 당시를 회고하며 진오비를 꾸릴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특히 현 산부인과의사회의 지나친 위상 강화에 우려를 표했다.
그가 바라보는 의사회는 회원권익 보다는 지나치게 의사회의 위상 강화에 역점을 두려는 것으로 비춰졌다는 것.
심 원장은 “산적한 산부인과의 현안을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학회와의 유기적 관계가 절실한데도 의사회는 명칭 문제를 고집하며 학회와 반목을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분오열 아닌 육분칠열도 필요”
이러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했지만 의사회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고 결국 심 원장은 뜻을 함께한 동료들과 집행부를 뛰쳐나와 ‘진오비’라는 단체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포털사이트에 카페를 개설하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진오비는 이후 산부인과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의사회의 회무에 일침을 가하며 껄끄러운 상대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집행부와 회원들로부터 만만찮은 질타와 꾸지람도 받아야 했고 ‘특히 가뜩이나 위기에 처한 산부인과를 사분오열(四分五裂) 시키는 주축 세력이라는 비난까지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진오비는 자신들이 가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아니 작금의 산부인과를 위해서라면 사분오열이 아닌 육분칠열도 필요하다는 각오로 의사회와 맞섰다.
심상덕 원장은 “회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존립하는 단체가 그 목표를 잃어버렸다면 존립의 이유가 없다는 생각으로 진오비를 꾸렸고 앞으로도 의사회의 잃어버린 목표를 되찾는데 총력을 다할 각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각에서는 오히려 산부인과를 와해시키는 행위라고 비난도 하겠지만 굴하지 않을 것”이라며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나갈 수 있다면 그런 비난도 이겨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진오비의 최종 행선지는 ‘조직 해체’
현 산부인과 전체 의사 수는 4000여 명. 이중 진오비에 가입한 회원은 700명에 달한다. 당초 진오비가 설립될 당시를 감안하면 그 세(勢)가 급격히 늘었지만 이 단체의 최종 목적지는 ‘조직 해체’다.
태생 자체가 인위적으로 만든 조직이 아닌 만큼 소기의 목적이 달성하면 언제든지 조직을 해체하겠다는게 이들의 생각이다.
이번에 단체 이름을 진오비에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로 바꾼 부분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오해를 경계했다.
“일각에서 단체 명칭변경을 놓고 다양한 말들이 오가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재야단체로서 활동하는데 적잖은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오비’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다보니 단체를 설명하는데 시간을 허비하게 되고 정작 전하고자 하는 논조가 흐트러지는 한계에 부딪치면서 불가피하게 명칭을 변경했다는 것.
심상적 원장은 “필요에 의해서 명칭을 바꾸기는 했으나 종주단체인 의사회의 존재를 부인할 생각은 전혀 없고, 자리 욕심이 있었던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어 “개원의사 단체로서 대표성을 가질 생각은 없으며 사심 역시 없다. 언제라도 의사회가 제대로 된 길을 간다면 그 뜻을 받들어 백의종군(白衣從軍) 할 각오가 돼 있다”고 피력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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