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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양대산맥 수가협상은 왜 실패했나
[ 2009년 10월 20일 03시 19분 ]
자정을 넘기는 마라톤 협상에도 불구하고 결국 의협과 병협의 2010년도 수가협상이 실패로 돌아갔다. 의협은 유형별 계약이 도입된 첫해를 제외하고 3년 연속 자율협상에 실패했고, 지난해 명분보다는 실리를 얻겠다며 자율협상을 택했던 병협도 이번엔 공단의 손을 뿌리쳤다. 물론 치협, 한의협, 약사회 등 3개 단체가 자율협상에 성공했지만 전체 건강보험수가에서 이들 의·병원이 차지하는 절대적인 비율을 감안할 때 이번 수가협상은 절반 이하의 성공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팽팽한 수치싸움

의·병원을 대표해 협상 테이블에 앉은 의협과 병협은 마지막까지 공단과 치열한 수치싸움을 벌였다.

1차 협상에서 두 자리수 인상을 요구했던 의협은 막판 4.2%까지 양보하며 협상을 유도했지만 2.7%로 맞선 공단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을 선언했다.

병협 역시 11%에서 출발, 마지막 협상에서 3.7%를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수치싸움을 벌였으나 공단의 ‘1.2% 이상 불가’ 방침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약사회 1.9%, 한의협 1.9%, 치협이 2.9%에 협상이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병협에 제시된 수치는 5개 단체 중 가장 적다.

이는 병원이 전체 건강보험수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0%에 달하는 만큼 공단 입장에서는 병원 수가를 양보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수가 인상율을 살펴봐도 병협은 2%로, 치협(3.5%), 한의협(3.7%), 약사회 (2.2%), 의협(2.1%) 등 타 단체들 중 가장 적었다.

‘건정심=패널티’ 공식 재현되나

자율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2010년도 의·병원 수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로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수가계약 이래 공단이 본협상에서 제시한 수치 보다 상향 조정된 적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건정심에도 같은 상황이 연출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에만 해도 유일하게 자율협상에 실패한 의협이 건정심까지 갔지만 공단의 마지노선이었던 2.5%보다 0.4% 줄어든 2.1%에 사인해야 했다.

때문에 의협은 이번 수가협상 시작 전부터 ‘올해는 명분보다 실리를 취하겠다’고 공언하며 적극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했지만 같은 결론을 되풀이하고 말았다.

지난해 ‘건정심=패널티’ 공식을 피하기 위해 실리론(實利論)을 펼치며 협상안에 사인을 했던 병협도 이번엔 결국 건정심을 택했다.

수가협상 제도개선 불씨되길…

그렇다면 이들 단체는 왜 패널티의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건정심을 택했을까?

의협 좌훈정 대변인은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공단이 의사들을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지 않음이 증명된 협상이었다”고 토로했다.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건정심으로 가게 됐지만 의협은 만반의 준비를 통해 예년의 과오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특히 이번 협상결렬을 제도개선의 계기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좌훈정 대변인은 "임시총회 소집 등 회원들의 뜻을 결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강력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병협의 경우 건정심 결과에 큰 기대를 걸기 보다는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부분에 무게감을 두는 분위기다.

전체 건강보험수가의 80%를 차지하는 의·병원이 나란히 수가협상에 실패했다는 점은 제도상 문제가 분명하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라는게 병협의 주장이다.

병협 성익제 사무총장은 “아직 건정심 일정도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성과를 논하기는 이르지만 기형적 수가협상 제도를 개선할 필요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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