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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잽'만 난무했던 복지위 국정감사
[ 2009년 10월 23일 21시 57분 ]
2009년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국정감사는 결정적인 한방이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국감이 쌀 직불금과 인태반주사제로 한바탕 홍역을 앓았다면, 올해는 여론을 주도한 이슈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핵심 이슈가 없다 보니 보건복지가족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원 등 굵직한 피감기관들도 별다른 타격 없이 국감을 마무리했다.
올해 국감이 거둔 최대 성과는 의료계의 오랜 숙제였던 선택진료제를 수술대에 올린 것과 복지위가 자체적으로 리베이트 용어를 뇌물로 통칭한 사례다. 그동안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쉬쉬했던 사안이 공론화된 것이다.
이들 사안은 의료기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병원계는 어느 때보다 국감 이후를 대비할 해법 찾기에 분주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정국을 강타한 신종플루는 상당기간 시일이 지나면서 다소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정치적 논란이 적었던 것은 비교적 정책 국감에 매진할 토대를 마련했다는 일부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작년 국감에서 지적했던 일부 사안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복지부, 선택진료제·리베이트
복지위 의원들은 이번 복지부 국감에서 선택진료제와 리베이트(복지위 용어 뇌물) 문제에 집중했다. 선택진료제는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 왔었다.
국민 의료비 부담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의료전달체계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인식이 크게 확산된 결과이기도 하다. 국감 직전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요 대형병원에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여론에 불을 붙였다.
실제로 여야 의원들은 선택진료비를 강하게 문제 삼으며, 보건당국에 대책 마련을 강하게 요구했다.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은 "지난해 8개 대형병원이 전체 선택진료비의 41.2%를 차지했다. 소수 대형병원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원희목 의원도 "임용된 지 2년밖에 안 된 조교수가 선택진료의사라는 점은 용인하기 어렵다"며 기준 강화를 요구했다.
여야 의원들의 맹공에 복지부는 급기야 선태진료의사 비율을 기존 80%에서 50%로 하향조정하는 방안을 확정해 추진키로 했다. 선택진료비가 국민 의료비 부담의 공공적으로 떠오른 만큼, 이번 기회에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해졌다.
복지위가 선택진료제 개선에 큰 틀에서 공감대를 이루면서, 올해 하반기와 내년 초에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될 것으로 보인다.
리베이트는 복지위가 뇌물이라는 용어를 들고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한층 달라졌다. 대형병원 이사장이 도매상 지분을 소유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국공립의료기관의 약가구매 방식도 도마위에 올랐다.
원희목 의원은 리베이트가 성행하는 원인으로 영세규모의 제약사와 의약품 도매상이 난립한 환경을 지목했다. 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리베이트와 관련해 민영의료기관도 의무적으로 공개입찰방식을 도입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변웅전 복지위원장은 "외래어 사용을 자제하는 차원에서 리베이트를 뇌물이라는 용어로 바꿔 쓰자"고 제안하는 등 리베이트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백신 확보" 질타받은 질병관리본부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이종구)는 신종플루와 계절독감 백신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여야 의원들에게 집중적으로 질타를 받았다.
복지위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질병관리본부장이 벨기에로 백신구걸에 나섰다. 그동안 백신물량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뭐했느냐"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변웅전 위원장은 "질병관리본부장이 벨기에로 갔지만, 그쪽에서 우리 요구를 들어주겠느냐"라며 의문을 표했고, 최영희 의원(민주당)은 "계절독감 백신접종 후 사망자가 발생해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은 "청정란 확보가 중요하다고 한다. 혹시 유정란을 함께 사용하는 것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신종플루 관련 의료진과 병원 내 2차 감염, 타미플루 오남용 문제도 거론됐다. 영유아 필수 예방접종 예산이 부실하게 집행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욱이 이종구 본부장은 여야의 날 선 질의에 답변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신종플루 질타 이어진 식약청
식품의약품안전청도 신종플루 정국을 비켜가지 못했다. 여야는 정부가 지난 2004년 비축한 물량의 유효기간을 연장한 것과 백신의 안전성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전혜숙 의원은 "지난해 식약청이 (백신)유효기간을 연장했는데, 국민이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겠느냐"라며 비판했다.
백신 안전성은 연장선에서 문제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잇따라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 여야 의원들의 목소리를 높였다.
안홍준 의원은 "지난 2006년부터 현재까지 계절플루 백신과 신종플루 백신 제조용으로 녹십자에 입고된 유정란 중 8000여건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총 검사 건수 32만7169건 중 2.4%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강명순 의원도 "3일 연속 백신을 맞고 죽어 국민이 충격을 받았다. 앞으로 접종이 늘어날 텐데, 식약청이 백신 안전을 챙기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멜라민과 석면탈크에 이어 신종플루 문제가 불거지자 윤여표 식약청장은 답변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급기야 답답함을 느낀 여야 의원들이 자질론을 들고 나왔으나, 윤 청장은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 못해 눈총을 샀다.
국감 중 작은 소동도 벌어졌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질의에 앞서 의원실 보좌관이 국감을 위해 유기가공식품 관련 질의를 했지만 대답이 불성실했으며, "더 파헤치면 다친다"는 협박성 발언을 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식약청 해당 국장이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여야 의원들은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변웅전 복지위원장은 "이는 국회를 경시하는 풍토가 공무원 사회에 만연한 것"이라며 식약청을 재차 질타하기도 했다.
"자료 불성실" 2번 국감 받은 건보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는 불성실한 자료제출을 잇달아 성토한 여야 의원들의 불만으로 2차 국감을 받는 사태로 이어졌다.
국감 당일 새벽에 자료를 제출하는 등 사실상 파행을 자초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의원들 입에서 터져 나왔다.
공단이 자료 제출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TF팀을 꾸렸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분위기는 더 날카로워졌다. 여야 의원들은 국정원 고위간부 출신인 정형근 이사장의 이력을 문제 삼으며, 계속 의심을 눈초리를 보냈다.
변웅전 복지위원장은 "여러 의원으로부터 국정감사에 필요한 자료를 공든이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의견을 모았다"며 정 이사장을 겨냥했다. 민노당 곽정숙 의원, 민주당 양승조 의원도 공단의 제류 요청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별도 지적사항은 매년 단골메뉴로 거론된 정보유출 건이었다. 일부 직원들이 정보 유출을 대가로 금전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지난 15일 열린 2차 국감에서는 공단 노원지사가 송재성 심평원장을 의도적으로 음해한다는 주장이 나와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전혜숙 의원은 노원지사 팩스송신시록을 근거로 보도자료를 내고 "공단 노원지사가 소관 상임위 위원들에게 심평원장의 소톡옵션 등의 기사를 무차별적으로 발송했다. 공작이 의심된다"라고 발끈했다. 공단과 심평원의 업무영역 갈등이 표면화된 셈이다.
"심평원은 도대체 뭐하는 곳이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감에 나선 여야 의원들의 공통된 목소리는 한마디로 "심평원은 도대체 뭐하는 곳이냐"였다.
심평원과 공단의 업무영역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급기야 심평원 역할에 물음표를 다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심평원 감사출신인 전혜숙 의원은 "두 기관의 역할이 분명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했고, 변웅전 위원장도 "심평원이 독립기관인지, 아니면 공단 부속 기관인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송재성 심평원장은 "공단과의 업무가 원활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며 갈등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급여평가심사위원회 구성에 대한 불신감도 표면화됐다. 이는 심평원이 오히려 의료계와 제약, 의료기기업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민주당 박은수 의원은 "심평원이 제약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강한 불신감을 나타냈다.
의료계 사안으론 의약품처방조제시스템(DUR)에서 임부연령병용금기약에서 급여약제만 포함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DUR에 비급여 약품을 포함해야 한다. 이는 DUR 취지와도 맞지 않고 병용 위험성도 크다"고 강조했다.
기등재약 목록정비 시범평가의 대표적 약물인 화이자 '리피토' 약가 인하 축소결정이 특혜라는 지적, 미신고 의료장비를 무차별적으로 삭감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병원계 최대 관심사인 '원외처방 약제비 소송'과 관련해 양승조 의원은 각 병원의 소송총액이 341억원에 달한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적십자병원, 공공성이냐 수익성이냐
매년 혈액안전 문제로 질타를 받아온 대한적십자사는 수익성과 공공성의 영역에서 의문을 제기한 사례가 많았다.
일부 여야 의원들은 적십자병원 수익성 개선을 놓고 유종하 총재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적십자가 수익성을 이유로 병원 사업을 축소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반면 여당 의원들은 방만 경영, 임금체불 등을 거론하며 경영 정상화를 주문했다.
친박연대 정하균 의원은 인천적십자병원 원장 채용 과정에 대해 "면접도 없고 경력이 짧은 후보가 원장에 임명된 것은 인력선발 시스템의 문제"라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양승조 의원은 적십자사 의결기관인 운영위원회에 불참을 거듭한 전재희 복지부장관이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은 "적십자사가 BSD백(샘플채위관부착 혈액백) 교체 등을 약속하고 혈액수가를 인상해 464억원에 달하는 이득을 얻었지만, 자구노력이 매우 부실하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국립의료원, 인력 관리 도마위
국립의료원의 화두는 단연 직원들의 '고용안전'이었다.
백원우 의원은 "지난 2월 통과한 '국립중앙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통과는 직원 고용안정을 전제로 했다"며 "지금 의료원 직원들이 고용승계로 불안에 떨고 있으며, 이는 약속을 위배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신상진 의원도 "복지부 차관이 직원들에게 공무원 신분 유지를 약속했다.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고용안전을 거듭 문제 삼았다.
이와 관련해 법인화를 추진 중인 국립중앙의료원 설립추진단은 공무원 신분 잔류자를 '초과 현원'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강제규 국립의료원장은 "의원들의 지적 사항을 숙지해 최대한 신분을 보장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지만 의심을 거두기엔 역부족이었다.
의사와 의료기사 등 의료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특히 장기수급조정팀은 2006년부터 의사가 1명도 없었다.
진흥원, 해외환자 유치 뻥튀기 지적
국내 의료관광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해외환자 유치실적이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잇따랐다.
주된 내용은 국내 거주 외국인과 주한미군을 마치 해외에서 입국한 외국인 환자처럼 포장해 유치실적에 포함했다는 것이다.
곽정숙 의원에 따르면 서울 소재 S병원은 해외환자 유치실적의 10%가량이 국내 거주 외국인이었으며, 경기도 소재 A병원은 전체 30% 이상이었다. 보건당국이 예산 확보를 이유로 무리하게 실적을 부풀리는 등 거품이 심하다는 것이 주된 논리였다.
R&D사업의 대표격인 국가임상연구센터 사업에 대해서도 360억원의 거액을 들였지만, 정작 실적이 부실하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한편, 국립암센터에 대해서는 상급병상이 40%에 달하고, 전문성 높은 의사 인력이 대학병원으로 유출된다는 우려가 나왔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가 시행한 국립대병원 국정감사에서는 '일부 대학병원이 장례용품을 2~8배가량 비싸게 팔아 폭리를 취하고 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가 의사 양성소인가', '외과와 흉부외과 수가 인상분의 용처', '과당청구' 등이 지적사항으로 나왔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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