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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피로감 커지는 산부인과 교수들
[ 2009년 10월 30일 22시 21분 ]
얼마 전 산부인과 교수들과의 저녁 식사자리였다. 서너 잔의 술잔이 오가고 학회 현황을 설명하는 자리가 자연스럽게 '산부인과 위기론'으로 이야기 꽃을 피었다.

대화를 나누던 교수들은 산부인과의 현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면서도, 해답을 찾을 길이 없어 답답해하는 눈치였다.

본질은 저출산이지만 상황이 계속 여의치 않아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다. 당장 육체적인 피로가 피부에 와 닿는다고 입을 모았다.

동석한 한 여교수는 "회진을 돌다보면 여러 전공의를 거느린 타 진료가 교수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이미 산부인과에서 그런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라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갈수록 떨어지는 전공의 지원율, 10% 중반에 달하는 전공의 포기율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이 같은 현상이 수년간 지속돼 만성적인 전공의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전공의가 담당하던 역할이 자연스럽게 교수들에게 넘어간 것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속적인 환자 감소는 과거 산부인과의 명성을 크게 흔들었다. 차병원과 가천의대 길병원 등 산부인과로 시작해 대학병원으로 성장한 성공신화는 정말 옛말이 됐다.

또 다른 교수는 치료재료 수가에 대해 불만을 피력했다. 그는 "산부인과가 매우 어려운데 이런 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천이 없는 정부 정책이 불만의 출발점이었다. 흉부외과와 외과의 대대적 수가인상을 바라본 교수들의 허탈감은 매우 큰 듯했다.

산부인과 위기론이 널리 홍보된 점은 고무적이지만, 그 이후가 없다는 것에 더 갑갑함을 느끼는 듯했다.

저출산 여파는 이른바 철밥통으로 불리는 교수들의 지위까지 흔들고 있다. 당장 진료할 환자가 없어 눈칫밥을 먹는 교수들이 늘었다고 한다. 교수들이 당장 환자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산과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전공의 교육상 산과를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하지만, 수익성 차원에선 애물단지로 전락할 처지다.

한 교수는 "일부 병원 교수는 환자를 하루에 10~20명 보기도 어렵다. 개원가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것도 있지만, 교수로서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소개했다. 지위에 대한 불안을 느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힘든 상황이 너무 지속돼 피곤함마저 느끼지 못할 정도라는 푸념도 섞여 나왔다. 일부 교수들에겐 다가올 겨울이 유난히 추울 것 같다는 생각이 떠나가지 않았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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