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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의사 9년, 뗀 아기가 더 많다"
[ 2009년 10월 28일 22시 13분 ]
"산부인과 의사 스스로 당당하지 못하니까 정작 인정받아야 하는 부분들을 강하게 주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최근 불법 낙태시술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KBS 2TV '추적60분'에서 '산부인과의사들의 양심선언-우리를 고발합니다'편을 방영, 임신중절수술의 실태와 의료계 입장을 조명했다.
방송은 지난 18일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진오비)에서 불법 낙태시술을 전면 거부한다는 골자의 성명을 발표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성명에 동참한 심상덕 산부인과전문의는 "이렇게 하는 것이 최선의 것인가에 대해서는 나도 그렇고, 다들 생각이 다를지 모르겠다"면서도 "곪을 대로 곪아간 낙태 문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박형무 교수(중앙의대)는 "무조건적으로 불법 낙태시술을 거부하게 되면 아예 외국에 가서 시술을 받거나,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유산을 감행하는 사람들이 분명 나올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성명 발표 후 진오비 중간 정리 모임에 나온 회원들은 저마다 낙태에 관한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한 회원은 "산부인과의사로 일한지 9년 됐는데, 그간 낳은 애기보다 뗀 애기가 더 많다"며 "그럼에도 낙태금지법은 엄연히 있어서 누가 걸면 걸릴 수 있다는 불안한 마음으로 항상 시술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다른 회원은 "낙태시술을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면 의사들 사회에서 '너만 그렇게 깨끗하냐', '너만 잘났냐'는 식으로 손가락질 받기 일쑤"라며 "의사들 사이에서 낙태를 거부하는 것은 오히려 감춰야 할 비밀"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2005년 보건복지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연간 국내에서 시술되는 낙태 건수는 35만건에 달하며, 이 중 97%가 불법 낙태시술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취재진이 수도권 소재 산부인과 20곳을 조사한 결과 전체 병원 모두가 낙태시술을 감행하고 있었다.
일부 산부인과에서는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임신중절수술의 특성을 이용, 공단 조회가 불가능하다는 빌미를 들어 현금 결제를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진료기록이 없으면 수술 후 문제가 생기더라도 병원 측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실정이다.
방송은 낮은 수가, 잦은 분만사고 등으로 분만을 기피하게 돼 불법 낙태시술비로 운영을 할 수밖에 없는 산부인과의 어려운 현실을 담아냈다.
한국의 분만수가는 OECD 평균의 1/5 수준으로, 현재 분만수가 24만9000원 정도로는 아무리 진료를 해도 원활한 병원 운영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윤태호 PD는 "병원 운영이 어려워질수록 낙태수술은 더 큰 유혹으로 다가온다"며 "이번 선언은 암묵적으로 불법이 용인되는 낙태시술 풍토와 산부인과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이은빈기자 cucic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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