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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서 졸다 내릴 역 오자 '눈이 번쩍'
[ 2009년 10월 30일 21시 52분 ]
출퇴근길 버스나 지하철에서 잠이 들었다가 내릴 정류장에서 눈이 '번쩍' 떠지는 현상은 누구나 한번쯤 경험한 적이 있다. 내릴 채비를 하다 보면 어김없이 이런 생각이 든다. '분명히 자고 있었는데, 여기가 내릴 곳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지?'
이런 경우는 잠은 자고 있으나 얕게 잠들었기 때문에 뇌의 특정 부분이 '불침번'을 서고 있었다고 설명할 수 있다. 집에서 편안하게 잠을 잘 때는 보통 5단계를 거치게 된다. 얕은 수면인 1, 2단계를 지나 3, 4단계인 깊은 수면이 이어지면 수면 중 꿈을 꾸는 렘(REM) 수면 상태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버스나 지하철에서 자는 선잠은 얕은 수면인 1, 2단계가 대부분이다. 잠자는 자세가 불편하거나, 소음이 있으면 3단계로 진행하기 어렵다. 또한 조명이 켜져 있어 차안이 밝으면 깊은 잠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주로 밤 12시에서 5시 사이에 생성)이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숙면을 방해한다. 이 상태에서 뇌의 일부는 깨어 있어 혹시 닥칠 지 모를 위험에 우리 몸이 반응할 수 있도록 한다.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는 "몸이 피곤하거나, 전날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할 경우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깊은 잠을 들 수는 있다. 이럴 땐 가끔 목적지를 지나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거의 대부분 얕은 잠을 자게 된다. 버스나 지하철로 같은 목적지를 반복해서 다니면 소요 시간과 정류장 이름을 뇌가 무의식중에서도 반드시 기억하기 때문에 저절로 눈이 떠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런 경우 잠들기 전에는 '몇 분 후 일어나야지' 계획하고 수면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잠들 때 뇌 속에서 일종의 '알람 시계'가 작동하는데, 목적지가 가까워지면 뇌에서 신호를 보냄으로써 잠에서 깨우는 것이다. 또한 정류장 안내 방송과 같은 소음도 하나의 신호가 될 수 있다.
만일 뇌가 기억하고 있는, 내려야 할 정류장 이름과 같은 소음에 노출되면 더욱 더 잠이 잘 깨게 된다. 박두흠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직접적인 뇌 경로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고차원적 정신 활동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일부 기능이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joo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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