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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료원 첫 女보직 교수를 만나다
[ 2009년 11월 16일 21시 38분 ]
의료계만큼 성차별이 없는 분야가 드물다고 한다. 의대에서 6년을 동고동락 하고 나면 ‘여자’나 ‘남자’라는 특권의식에서 벗어나 의사라는 동등한 타이틀을 얻는다. 여의사를 만나 간혹 여자로서 겪는 고충 등을 물어보면 그들의 대답은 한결 같다. “차별이요? 그런 거 느낀 적 없는데….”

그러나 실전에 배치, 주요 보직에 들어서면 유리장벽이 존재한다는 게 정설이다. 의료원 보직자 인사 명단에서 여성의 이름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측면에서 고려대학교 이혜원 의무교학처장[사진](안암병원 마취통증의학과)은 고대의료원 내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산다. 2년 전 여교수로는 사상 첫 교육수련실장으로 임명, 활발히 업무를 수행해온 그는 지난 8월 처장이라는 직책을 새로이 달았다.

“인턴, 레지던트, 전임의 과정을 밟으면서 여자라고 다르게 일해본 적 없어요. 보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의대 교수 중 한 명이 된 거지 여자 교수라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건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장으로서 그에게 다가오는 하루는 날마다 긴장의 연속이다. 혹여나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그르쳤을 때 돌아오는 비난의 화살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욱 가혹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혜원 처장은 “여기까지 오면서 보직은 내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도 최초의 여성 보직자로서 느끼는 부담을 솔직히 털어놨다.

“교육수련실장을 시작할 때, 1박2일로 진행되는 교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제가 맡는 것에 대해 못미더워하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프로그램 자체에 숙박이 포함돼 있는데다가 끝나고 회식도 해야 되고. 아무래도 여자니까 가정을 돌봐야 해서 참여가 어렵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 처장은 그런 시선을 의식해서라도 일부러 단 한 번도 빠진 적 없이 참여하는 성실성을 보여줬다. 보직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면 자리를 맡겼을 때 애당초 거절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의료원 산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보건과학대학교, 임상치의학대학원의 교무·교학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그는 정신없이 바쁜 가운데 요즘 안팎으로 뒤숭숭한 의료원 분위기에 마음이 편치 않다.

높은 자리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아닌, 의무부총장과 총장을 보좌하면서 의료원의 발전을 위한 정책을 입안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여교수로서 첫 보직에 오른 것에 실망시키지 않고 일하고 싶어요. 끝나고 난 뒤 제자리도 돌아갈 때도 ‘왜 이 만큼 밖에 못했나’ 하는 후회가 들지 않게 말이죠. 지금요? 적어도 여교수 시켰더니 남교수보다 못하네, 그런 말은 들리지 않을 걸요.(웃음)”
이은빈기자 cucic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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