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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외과 전공의 월급 인상은 미봉책"
[ 2009년 11월 22일 22시 02분 ]
흉부외과. 미세한 손놀림으로 생명을 쥐락펴락하는 ‘의사 중의 의사’. 때문에 없어서는 안 될 그들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4000명이 넘는 전공의 중 흉부외과를 선택한 이는 고작 19명. 정원이 78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5%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그 좋다는 서울대병원도 미달을 면치 못하고 1명 채용에 만족해야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정부가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전공의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흉부외과 수가 100% 인상’이라는 카드를 빼 들었다. 이렇게 추산되는 금액은 무려 연간 600억원. 하지만 이 돈의 분배 문제를 놓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일선 병원들은 갑작스런 횡재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에 빠졌고, 병원 결정이 늦어지면서 흉부외과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흉부외과 역사상 가장 중차대한 시점에서 학회 수장을 맡은 안 혁 이사장(서울대병원). 그에게 작금의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물었다.
“병원 적자 보전책 아니다”
안 혁 이사장이 판단하는 흉부외과 수가 인상분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이 돈에 대한 병원들의 그릇된 인식과 극으로 치닫는 양극화가 문제다.
우선 일선 수련병원들은 흉부외과 수가 인상분을 병원 경영과 접목시키려는 움직임을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적게는 수 천만원에서 많게는 수 십억원에 달하는 돈이 갑작스럽게 생겼으니 견물생심(見物生心)이 발동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욱이 이들 병원에게 흉부외과는 ‘만성적자’의 불효를 저질렀던 진료과였던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의 적자에 대한 보상책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심정도 이해가 간다고.
하지만 안 혁 이사장은 “병원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 돈은 분명 꺼져가는 대한민국 흉부외과를 살리기 위해 투입된 만큼 철저히 그 취지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안 이사장은 “현재 상당수 병원들이 흉부외과 과장들과 이 돈의 용처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병원경영과 연계한 나눠먹기식 계산은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병원들의 이러한 태도와 함께 일부 대형병원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흉부외과 전공의 월급인상 경쟁도 안 이사장에게는 큰 고민거리다.
삼성서울병원을 필두로 세브란스, 서울대병원, 고대병원 등이 잇따라 300만원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다른 병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
특히 이들 대형병원의 움직임은 흉부외과의 양극화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감이 커지면서 이 문제가 또 다른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안 혁 이사장은 “이들 대형병원이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전공의를 싹쓸이 한다면 지방 병원들은 아예 수련을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라며 “이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토로했다.
“돈 몇 푼 아닌 비전 줘야”
그렇다면 안 혁 이사장이 구상하는 수가 인상분의 적정 배분책과 전공의 가뭄 현상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안 이사장은 단순히 전공의들에게 월급 몇 푼 더 주는 차원이 아닌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첫 번째 대안으로 흉부외과 전공의들이 수련 후 취직과 보수에 대한 걱정이 없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의대생들이 흉부외과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공의 월급이 적어서가 아닌 향후 진로에 대한 비전이 없기 때문이라는게 안 혁 이사장의 판단이다.
안 혁 이사장은 “전공의 월급 인상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궁극적으로는 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을 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는 권역별응급의료센터의 필수 의료인력에 흉부외과를 포함시키고 심혈관센터의 흉부외과 의사 필수고용 등을 제시했다.
두 번째로는 기존 인력에 대한 처우개선을 꼽았다.
힘겨운 수련을 마치고 흉부외과 전문의가 되더라도 현재와 같이 열악한 처우가 기다리고 있다면 비전을 줄 수 없다는 것.
안 이사장은 “전공의 월급 인상과 함께 기존인력에 대한 처우개선도 병행돼야 한다”며 “자신들이 올라 설 곳에 대한 희망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는 흉부외과 의사들의 진료환경 개선을 제시했다.
흉부외가 기피현상의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의료분쟁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마음 놓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게 안 혁 이사장의 견해다.
그는 “흉부외과 의사치고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멱살 한 번 안잡혀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의료분쟁에 쉬 노출돼 있다”며 “이런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흉부외과를 희망할 의대생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혁 이사장은 흉부외과 의사의 진료환경 개선책으로 수가 인상분의 일부를 의료분쟁에 대한 배상금 명목으로 적립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의사 개인이 아닌 시스템 상에서 의료분쟁에 대한 부담을 덜어 줌으로써 최선의 진료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
안 이사장은 “중차대한 시점에서 학회를 맡아 어깨가 무겁다”며 “부디 찻잔 안의 태풍으로 그치지 말고 의료 백년대계 차원에서 흉부외과 문제가 논의되고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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