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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리베이트 근절위해 '30년 고군분투'
[ 2009년 11월 25일 06시 45분 ]
국내 제약업계가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이미 이 문제를 60년대부터 다뤄온 일본의 사례가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의약품정책연구소가 25일 ‘일본의 의약품 유통개혁 성과와 한국의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국제심포지엄에서, 일본 의료용의약품도매업공정거래협의회 키세 카츠히코 회장(ATOL 대표이사)
[사진]
은 1960~80년대 일본의 비가격경쟁(불법 리베이트) 근절과정과 성과를 발표했다.
카츠히코 회장에 따르면, 일본 역시 현재 국내 제약업계가 겪고 있는 문제를 고스란히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 의료보험 체계 아래 정부가 결정한 약가(공정가격)와 의료기관 및 약국이 구입한 실거래가의 차이로 인해, 2년마다 이뤄지는 약가 조사과정에서 약가를 내리지 않으려고 하는 제약사와 공정가격과 실거래가 사이의 차익으로 이익을 얻으려는 의료기관 및 약국과의 입장 차이로 비가격경쟁이 벌어졌다는 것.
이에 카츠히코 회장은 그동안 일본이 정부와 업계 차원에서 진행해 온 비가격경쟁 근절 과정을 3단계로 분류해 놓고 한국정부와 산업이 고려해야 할 점 등을 조언했다.
첨부판매제도 시대…경품제공 '봇물'
1960년부터 10년간 일본은 고도성장으로 사회보장제도가 학대돼 일본의약품 시장의 거래시스템은 ‘첨부판매제도’ 시대에 접어들게 됐다.
첨부판매제도란, 일본 제약업계가 1965년 도매업체의 판매가격과 매입원가의 차이를 5% 로 축소시키기로 하면서, 가격적 이득분을 크게 잃어버린 도매업계가 수익성 강화를 위해 여행권, TV 등과 같은 현물을 제공하면서 판촉활동을 확대한 것이다.
이로 인해 제약사 출하와 도매 재고량이 맞지 않아 제품이 갑자기 쏟아져 나오는 경우는 물론, 병원 약국 등지에 뇌물사건이 빈발했으며, 환자에게 약을 과잉투여하거나 약가조사를 방해하는 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카츠히코 회장은 “대량으로 제공된 첨부상품은 현금도매상으로 흘러들어가 의료기관과 판매사원의 뒷주머니를 채워준 악의 온상이 됐다”며 “판매사원의 지나친 접대 공세는 하드보일드 소설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일본은 첨부판매 행위를 한 의약품에 대해 약가기준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고, 실제로 위반 행위가 발각된 제품 3개가 약가에서 제외돼자 첨부판매 행위가 일시적으로 사라지게 됐다.
가격인하 보상제도(할인판매)…유통구조 악화
첨부판매가 사라지자 그 자리를 가격인하 보상제도가 등장, 1971년부터 20년간 일본 의약품 도매업체를 줄기차게 괴롭히기 시작했다.
일본 제약사의 경우 약가기준표에 게재된 품목을 약가로 정산하고, 이후 10~20% 전후로 실제 판매 가격까지 가격을 인하했으며 다시 매매차익으로 5%의 마진에 해당하는 만큼 가격을 내렸다.
뿐만 아니라 경쟁으로 인해 가격이 이마저도 밑돌 경우 제약사가 허가한 범위 안까지 가격인하를 허용하고, 이를 보상하는 방식으로 ‘특별 가격인하 보상제’를 도입했다.
이른바 ‘할인판매’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내 제약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기 시작하자, 결국 도매업체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카츠히코 회장은 “가격인하 보상제도로 도매가 갖는 시장가격 결정권은 제약회사에 넘어가 도매업체는 마진확보로 고생하는 나날을 보내게 됐다”며 “이로 인해 제약사의 도매 계열화가 진행되면서 비가격경쟁이 다시 기승을 부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80년대 들어 일본은 약가기준을 대폭 개정, 공정가격과 실거래가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후생성이 약가를 개정할 때 마다 약가기준을 인하시켜, 카츠히코 회장은 “개미지옥과 같은 현상이 벌어진 시기”라고 표현했다.
업계 자율 규약 선언으로 리베이트 극복
결국 마진이 대폭 줄어든 도매업계로서는 시장점유율 확대를 통한 수익률 개선이 생존의 관건이 된 까닭에, 비가격경쟁은 더욱 심해지면서 사회문제로 심심찮게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고 카츠히코 회장은 전했다.
결국 지난 83년 일본 정부와 의료기관 및 약국, 제약사, 도매업계 등이 모여 ‘모범계약요강’ 발표를 시작으로, ‘의료용 의약품 제조업 공정경쟁 규약’ 등과 같이 거래에 따르는 경품류 제공을 제한하자고 스스로 결의해 왔다.
카츠히코 회장은 “비가격경쟁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정을 기초로 자율적 기준을 마련한 것은 업계에 대한 신뢰성 향상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었다”며 “특히 부적절한 유통 시정에 큰 공헌을 해 과거 맹위를 떨쳤던 비가격경쟁을 소멸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 지난 1992년부터 지금까지 제약회사가 도매업체에 가격결정을 맡겨 의약품을 의료기관과 약국에 공급하도록 하는 ‘신 기준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다.
김수성기자 sskim@dailymed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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