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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의(醫)란 무엇인가
[ 2009년 11월 26일 03시 10분 ]
흔히 의학은 불확실성의 학문이라고 한다. 통제된 조건에서 동일한 결과를 낳는 물리과학과는 달리, 사람의 몸을 다루는 의학에서는 통제 자체가 거의 불가능할뿐더러 동일한 자극을 주더라도 그 자극을 받아들이는 몸의 상태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대의대 의학교육학교실은 25일 고대 안암병원 대회의실에서 '의(醫)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제2회 의료인문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일반적인 의학 심포지엄의 틀을 깨고 역사학, 철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연자로 나선 이날 심포지엄에서 진료실을 잠시 벗어난 의사들은 저마다 고민해온 의학의 본질에 대한 답을 내놨다.

기조 발제를 맡은 고대의대 성형외과 안덕선 교수[사진 上]는 “의(醫)는 사회적 가치와 문화 속에 자리 잡아 더 이상 의사의 전유물이 되지 못한다”면서 “의과학만으로는 의(醫)를 이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의학교육은 질병의 과학교육이 아닌 인간교육이 주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의료를 국가성장의 도구로 인지하는 현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는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의료산업화 등으로 의학이 도구화된 현 시점에서 의(醫)의 정체성과 현대성을 재정립해야할 과제가 우리에게 남아 있다”면서 “기계적, 과학으로서의 의학을 인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제의대 인문의학교실 강신익 교수[사진 右]는 “의학을 과학의 한 분야라고 단정 짓는 것은 좀 지나친 비약인 것 같다”며 의(醫)의 정의에 대한 철학적 견해를 제시했다.

현대의학이 주로 과학적 방법론에 의지하는 경향은 있지만, 궁극적으로 치유에 이르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환자라는 사실에 주목해 볼 때 의(醫)의 근본적 성격은 철학에 가깝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우리가 건강-질병-치유를 설명하고 대처해온 의(醫)의 모든 체계와 현상을 서양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시선으로 재단하고 분석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베이컨이 말한 극장의 우상에 빠지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환자를 치료하는 주체로서 인간의 신체를 수백만년의 시간이 담긴 인류의 기억창고라고 생각한다면 전통적 사유와 맞닿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창출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의대 교육과정에서 문학, 예술과 같은 인문학 분야를 접목한 커리큘럼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고대의대 가정의학과 이영미 교수는 “인문학 교육을 통해 환자가 느끼는 고통의 본질을 이해하고 따뜻한 돌봄을 실천할 수 있는 의사를 양성할 수 있다”면서 “향후 의대에도 인문학과 접목시킨 통합 교육을 본격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빈기자 cucic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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