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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환자 의료사고 고액배상과 병원계
[ 2009년 12월 07일 03시 45분 ]
대형병원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하는 의료관광의 또 다른 이면에는 의료사고와 고액배상이라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진료 수익뿐만 아니라 국제적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지만, 의료분쟁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관광은 그동안 수익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소만 부각돼 왔다.

대형병원들도 이 점에만 주목해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이 서울대병원에 이어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 미국법인을 설립했고, 인하대병원은 영종도메디컬센터를 설립 중이다. 전국적으론 'JCI 인증 열풍'이 불었다. 앞다퉈 의료에이전시업체가 설립되는 등 시장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져 왔다.

반면 고액배상, 외교적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는 의료분쟁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을 중심으로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대응시스템을 마련하고 있으나, 여전히 부족하다는 우려가 크다. 해외환자들이 의료사고 대응시스템과 보험 등을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의료관광이 분명 매력적인 시장일 수 있지만,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이 같은 인식에서 비롯됐다.

위험성 도사리는 고액배상

의료분쟁으로 가장 타격을 받을 곳은 중증 해외환자 유치를 목표로 하는 대형병원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수술과정에서 발생하는 사망 등으로 고액 배상을 요구하는 국제 의료분쟁이 병원 재정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외국법원에서 내려지는 수백억원 판결은 국내 법원 승인 과정에서 감액되더라도 수십억원에 달할 수 있다.

지난 2007년 미국 뉴저지주에서는 4개월 영아가 허리 수술 중 의료사고로 뇌손상을 입은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법원은 해당 병원에 7000만달러(약 700억원)라는 막대한 배상판결을 내렸다. 같은 해 미국 뉴멕시코 요양원의 한 환자는 직원의 투약 실수로 위장과 출혈로 사망했으며, 배심원단은 5400만달러(약 540억원) 보상금 지급 평결을 내렸다.

현재 국내 의료기관은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이 작은 해외환자를 유치하고 있으나, 중증질환자가 늘수록 위험도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수술 전에 '문제가 생기면 한국 법정 판결에 따른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받는 노력도 한계가 많다.

지난 6월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외국인 환자 의료분쟁의 합리적 해결방안' 간담회에서는 미국에서 인적 피해배상으로 내려진 50만달러 판정이 국내 법원에서50% 감악돼 승인된 1995년 서울동부지법 판례가 보고됐다.

고액배상은 비단 미국 환자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의 환자도 고액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견해다. 특히 저개발 국가일수록 생활수준이 높은 환자일 가능성이 커 의료분쟁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지난 7월 남해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사망한 아랍계 고위층의 보험금이 수백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이를 뒷받침 한다.

때문에 중증질환자를 유치하려는 대형병원은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권 환자로부터도 상시 고발 가능성을 염두해 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영호 팀장은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선 의료사고 발생시 보상할 보험체계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해외환자들도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안전한 의료배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사고 보험 부재…해결책은 없나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형병원들도 고액배상을 염두한 보험 문제에 해결책을 찾고 있다. 취재 결과, 현재 인하대병원을 비롯한 6개 대형병원이 선박보험 형태와 비슷한 거액 보험가입을 추진 중이다. 다만 보험료 할 일을 위해선 적어도 30개 병원 이상이 공동으로 가입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형사처벌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해외환자가 본국으로 돌아가 민사소송을 제기했을 때이다. 이 소송이 병원이나 의료진에게 법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더라도 최악의 상황엔 집도의가 해당 국가로부터 출입정지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학술 교류가 필수적인 대형병원 의료진에게는 민사소송 못지않은 타격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형사와 민사소송을 효과적으로 대응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졌다.

인하대병원 국제협력팀 윤동훈 과장은 "사실 의료관광으로 인한 의료사고는 북미권의 경우 고액배상이라는 위험성이 있다. 병원계도 이 점을 고려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특히 민사소송 부문이 중요하다. 태국이나 싱가포르도 이 문제를 해결해 의료관광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한국도 가능할 것으로 믿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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