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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진료실 지키는 대학병원장
[ 2009년 12월 13일 21시 45분 ]
“오히려 환자들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저 때문에 잠도 못 주무시고….”
강원대병원 김중곤 원장. ‘1시간 대기, 3분 진료’가 만연한 병원계에서 그는 이질적 존재로 통한다. 환자 상태를 꼼꼼히 체크하고 이것 저것 캐묻는 진료 스타일로 인해 그의 진료시간은 10분을 훌쩍 넘기는게 다반사다.
병원 입장에서야 그의 당당한 고집이 달가울리 없지만 환자들에게는 ‘최고의 선생님’으로 통한다. 김중곤 원장이 아니면 손사래를 치는 골수 환자군이 만들어진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그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적잖다는데….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서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을 돌보던 그는 지난 9월 강원대병원장으로 전격 발탁돼 자리를 옮겼다.
한 조직의 수장을 맡은 만큼 업무파악과 병원경영 전반을 다루다보면 하루 24시간도 부족하지만 그는 병원장 부임 당시부터 금요일 오후 시간을 무조건 비워놨다.
그에게 진료를 받아왔고, 그의 진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을 위해 외래 시간을 마련한 것. 물론 강원대병원장인 만큼 그곳에서 진료를 해야 마땅하지만 환자들을 위해 매주 서울행을 감수한다.
“환자들이 강원도 춘천까지 이동하는 것 보다 저 혼자 서울에 오는게 그 분들의 번거로움을 덜어 줄 수 있지 않겠어요?”
매주 금요일 오후 1시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선 어김없이 김중곤 원장의 특별한 진료가 시작된다.
그의 1일 평균 환자수는 50여 명. 대학병원 임상교수의 평균치이지만 진료시간은 두 배 이상이 걸린다. 환자 1인당 10분씩 만 잡아도 밤 9시에 끝난다.
하지만 김중곤 원장의 금요일 진료는 9시에 끝난 적이 없다. 밤 10~11시는 기본에 어떤 날은 자정을 넘기기도 한다.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이 대부분이다보니 정확한 진단을 위해 자세한 문진이 필요해요. 신규환자의 경우는 더 하죠”
환자들 입장에서는 그 늦은 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인데, 불만은 없을까? 답을 먼저 말하면 없다.
환자들이 김 원장의 진료 스타일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 역시 환자들의 대기 시간을 최소화 하기 위해 여유를 두고 예약을 받는다.
오히려 맞벌이 부부와 같이 퇴근 후 아이를 데리고 진료를 받을 수 있어 선호하는 부모들도 있다고.
그럼에도 김중곤 원장은 환자들에게 죄스럽고 병원 측에 미안함이 가득이다.
그의 진료시간이 길다고는 해도 강원대병원장 부임 전까지는 요일 별로 진료를 분산시켜 봤던 만큼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강원대병원으로 옮기고 난 후에는 일주일에 한 번 밖에 진료를 보지 않으니 병목현상이 벌어졌고, 밤 진료가 당연시 돼 버렸다. 이 마저도 예약 환자수를 조율한 것이라니, 무턱대고 예약을 받다보면 날을 새야할지 모른다.
“환자들에게 정말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잠도 못 주무시고... 그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것은 성심을 다하는 진료 아닐까요? 그래서 더욱 진료가 길어지는 것 같아요”
김 원장은 자신 때문에 매주 금요일 자정에 퇴근할 수 밖에 없는 간호사와 원무과 직원 등에게도 상당히 미안해 한다.
“의사 잘못 만난 탓에 고생들이 많죠. 항상 미안한 마음인데 환자들에게 전력투구하다보면 정작 그들에게 신경을 써주지 못해 더 마음에 걸립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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