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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2009년 10大 뉴스
[ 2009년 12월 20일 21시 41분 ]
‘먹고 살 걱정’이란 뜻의 구복지루(口腹之累).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2009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택한 이 단어는 의료계의 상황 대변에도 큰 손색이 없어 보인다. 여지없는 저수가의 한파 속에 기축년을 맞이한 의료계는 여러 고빗사위를 넘으며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쳐야 했다. 올해 초 몇몇 언론을 통해 불거진 리베이트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면서 급기야 정부가 근절대책 마련에 나섰고, 신종플루 사태를 겪는 동안 정부의 우왕좌왕(右往左往) 정책 덕분에 의료계에 대한 일반인들의 불신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들의 눈엔 의사의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상실된 지 오래였고, 의사들의 ‘구복지루’는 배부른 고민으로 밖에 들리지 않기에 이르렀다. 다사다난했던 2009년. 어떤 사건들이 의료계를 웃고 울게 만들었는지 돌아봤다.
의료계 뒤흔든 리베이트 광풍(光風)
2009년 의료계의 화두는 단연 ‘리베이트’였다. 새해 벽두 공정위의 조사결과 발표와 일부 언론 보도로 불이 붙기 시작한 리베이트 논란은 기축년 내내 의료계를 뒤흔들었다.
굵직굵직한 리베이트의 실체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면서 제약계는 서로를 감시, 고발하는 골육상잔(骨肉相殘)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리베이트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모르쇠’로 일관하던 정부도 올해는 의사 리베이트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의식한 듯 태도를 달리했다.
‘리베이트 근절’을 선언한 정부의 첫 조치는 제약사 옥죄기. 복지부는 지난 8월 리베이트 적발 의약품에 대한 약가인하 정책을 들고 나왔다.
이 조치는 리베이트 수혜자인 의사 처벌 논란에 불을 지폈고 이 후 ‘쌍벌제’ 도입이 급물살을 타며 의료계를 긴장케 만들었다.
실제 최근 공개된 복지부의 리베이트 근절대책안에는 ‘징역 1년·자격정지 1년’이라는 의사에 대한 구체적 처벌 내용이 담겨 있어 향후 적잖은 파장을 예고했다.
의학교육 100년史 첫 실기시험
2009년 9월 23일은 대한민국 의학교육의 획을 긋는 역사적인 날로 기록됐다.
이 날은 서양의학이 도입 후 100년, 의사 국가고시가 시행된지 5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실기시험이 치러졌다.
지식만을 평가하는 기존 국시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실기시험의 필요성이 대두된 2000년대 초반부터 의학계는 ‘실기시험’ 도입을 추진했고 드디어 그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다.
9월 23일부터 12월 1일까지 50일간 진행된 실기시험에는 예비의사 3594명이 생소한 시험을 치러내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의사국시 합격률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각 의대들도 첫 실기시험에서 자교 학생들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실제 대학 별로 실기시험에 대비한 시뮬레이션센터 설립이 붐을 이뤘고 자체적으로 실기시험 대비 가이드북을 만든 학교도 있었다. 모의고사는 물론 실전을 대비해 임상실습을 강화하는 학교도 적잖았다.
의사국시 첫 실기시험에서는 의사를 채점하는 환자인 '표준화 환자(Standardized Patient, SP)'라는 직업이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들은 수험생(의대생)을 대상으로 환자 연기를 펼치고 진료가 끝나면 채점 기준표에 따라 평가를 진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의사단체 새 주인‧새 물결
2009년 상반기. 의료계는 선거열기로 뜨거웠다. 의료계 종주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물론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단 선거가 겹치면서 민초 의심(醫心)에 관심이 집중됐다.
우선 9만 의사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 수장에는 경만호 회장이 당선됐다. 경만호 회장은 지난 3월 21일 33.3%의 득표율로 제36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자리에 올랐다.
무공약을 내세우며 “의료계 판을 바꾸겠다”고 장담한 경만호 회장은 새 집행부 인선부터 비의사 출신을 적극 영입하는 등 개혁의 고삐를 당겼다.
하지만 특유의 인맥과 정치력을 발휘, 의료계의 숨통을 터줄 것이란 기대감은 정부 정책과 번번히 부딪치며 좌절감으로 변했고, 회원들의 동요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단도 대폭 물갈이 됐다. 2월부터 5월까지 치러진 각 시도의사회 회장단 선거에서는 재선에 성공한 경기도의사회 윤창겸 회장과 제주도의사회 원대은 회장 등 2명을 제외한 14명이 새로운 인물로 교체됐다.
각 시도의사회 회장단은 △나 현(서울) △정근(부산) △김제형(대구) △김남호(인천) △이정남(광주) △이철호(대전) △윤창겸(경기) △최덕종(울산) △권오선(강원) △오국환(충북) △송후빈(충남) △방인석(전북) △박인태(전남) △이석균(경북) △권해영(경남) △원대은(제주) 등이다.
마침표 찍을 뻔한 '존엄사'
지난 6월 23일 오전 10시 20분.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이 김옥경 할머니(77)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했다.
대법원까지 가는 지루한 법정공방과 존엄사 논란이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김 할머니는 호흡기를 제거하고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가호흡으로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김할머니의 생명 연장이 지속되면서 존엄사 논란은 잠잠해졌지만 언제든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는 불씨는 여전하다.
그러나 김할머니 사건은 의료계에 적잖은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 공식적 존엄사를 금기시했던 의료계가 당당히 연명치료 중단을 선언했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이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위한 사전의료지시서를 공개하는 한편, 의료계와 법조계가 공동으로 존엄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큰 변화들이 줄을 이었다.
존엄사를 위한 입법 움직임도 활발하다. 의사 출신인 신상진 의원이 존엄사법을 발의했고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동조하던 의료계는 이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위기의 흉부외과·외과, 비상구 열렸다
적어도 맹장수술을 위해 외국에 나가야 하는 상황은 면하게 되는 것일까? 정부가 지원자 감소로 고사 위기에 처한 흉부외과와 외과를 위해 용단을 내렸다.
복지부는 지난 7월 1일부터 흉부외과 100%, 외과 30%씩 수가를 인상했다. 이를 위해 소요되는 재정은 총 919억원.
정부는 수가인상을 통해 흉부외과와 외과의 전공의 확보율이 늘어나 고도의 의료기술이 요구되는 심장수술과 같은 기본적인 의료서비스 보장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했다. 흉부외과와 외과 역시 정부의 수가인상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작금의 위기를 탈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수가인상 효과에 대한 첫 검증은 ‘실패’로 끝났다. 2010년 레지던트 모집결과 흉부외과의 ‘0의 행렬’과 외과의 ‘미달’ 사태는 어김없이 반복됐다.
뿐만 아니라 일부 대형병원들의 파격적 전공의 월급인상에 따른 양극화 문제 등은 흉부외과와 외과가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숙제로 남았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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