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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2009년 10大 뉴스
[ 2009년 12월 21일 21시 45분 ]
‘먹고 살 걱정’이란 뜻의 구복지루(口腹之累).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2009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택한 이 단어는 의료계의 상황 대변에도 큰 손색이 없어 보인다. 여지없는 저수가의 한파 속에 기축년을 맞이한 의료계는 여러 고빗사위를 넘으며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쳐야 했다. 올해 초 몇몇 언론을 통해 불거진 리베이트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면서 급기야 정부가 근절대책 마련에 나섰고, 신종플루 사태를 겪는 동안 정부의 우왕좌왕(右往左往) 정책 덕분에 의료계에 대한 일반인들의 불신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들의 눈엔 의사의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상실된 지 오래였고, 의사들의 ‘구복지루’는 배부른 고민으로 밖에 들리지 않기에 이르렀다. 다사다난했던 2009년. 어떤 사건들이 의료계를 웃고 울게 만들었는지 돌아봤다.

전국민이 '바들바들' 신종플루 공포

2009년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 넣었던 ‘신종인플루엔자’. 우리나라 역시 신종플루 대란(大亂)에 예외는 아니었다.

올 초 간헐적으로 나타나던 발병환자는 8월 이후 증가세를 나타나더니 가을로 접어들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전국민을 떨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처방과 조제, 청구 등의 문제를 놓고 갈팡질팡했고, 그 원성은 고스란히 의료 일선에서 환자와 마주해야 했던 의료진에게 쏟아졌다.

뿐만 아니라 신종플루 검사에 대한 보험적용, 진단키트 품절사태 등이 겹치며 의료기관들은 적잖은 홍역을 치러야 했다.

다행히 12월 백신투여가 시작되면서 신종플루 발병률은 수그러들었고 현재까지 감소세가 유지되면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신종플루 사태를 겪으면서 국가 전염병 대책 부재에 대한 지적과 함께 향후 이를 위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료계 웃고 울린 법원들

기축년, 의료계는 법봉의 움직임에 따라 희비가 교차했다. 임의비급여 소송과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취소소송은 의사의 진료권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의료계에 적잖은 파장을 던졌다.

먼저 수 년 간 ‘의학적 타당성’ 공방을 거듭해 온 임의비급여 소송에서는 가톨릭대 성모병원이 완승을 거뒀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0월 성모병원이 복지부와 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건강보험분 임의비급여 진료비 환수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뿐만 아니라 11월에는 성모병원의 의료급여 임의비급여사건과 관련, 복지부가 9억여원 환수, 45억여원 과징금 처분한 것을 모두 취소했다.

사실상 의학적 타당성을 인정한 두 판결에 대해 의료계는 “합당한 판결이 향후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지난해 1심에서 승소를 거뒀던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취소소송은 2심 법원이 공단의 손을 들어주면서 원점으로 되돌아 갔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8월 서울대병원의 원외처방약제비 환수액 반환소송에서 공단이 환수한 41억여원 가운데 18만원에 대해서만 환수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이비인후과 이원석 원장의 2심에서도 원외처방 3584건 중 7건에 대해서만 공단의 환수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 선고했다.

공정위가 휘두른 선택진료 사정의 칼

리베이트 조사와 과징금 처분으로 제약계를 뒤흔들었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에는 병원들의 아킬레스건인 선택진료에 사정의 칼날을 드리웠다.

공정위는 지난 9월 ‘빅5’ 병원을 비롯한 수도권 대형종합병원들에 대해 선택진료비 부당징수를 이유로 30억원이 넘는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과징금 부과내역을 보면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이 각각 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이 4억80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가천의대 길병원 3억원, 여의도성모병원과 아주대병원 각각 2억7000만원, 고대안암병원도 2억40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위는 과징금 처분에 그치지 않고 이들 병원의 선택진료비 부당 징수와 관련, 피해 환자들의 피해구제 차원에서 집단분쟁조정을 선언했다.

그 결과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이 선택진료비 부당징수와 관련한 집단분쟁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피해구제 신청건수가 50건을 넘지 않은 아주대, 길병원, 고대안암, 여의도성모병원 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신청서를 접수, 집단분쟁조정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빗장 풀린 환자유인·알선 행위

2009년은 의료법 제정 역사상 최초로 ‘환자유인 및 알선행위 허용’이라는 족적을 남긴 해이기도 하다. 물론 해외환자에 국한된 얘기다.

그동안 해외환자 유치사업에 관심을 기울여 온 정부는 지난 5월 적극적인 해외환자 유치를 위해 환자유인 및 알선행위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전격 시행했다.

의료법상 '환자 유인 및 알선행위'는 위법이기 때문에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여행사를 통한 환자유치는 불법적 요소로 제한을 받아왔다.

하지만 의료기관이 여행사에 공식적으로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의 활동이 가능해지면서 법테두리 안에서도 얼마든지 해외환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정부는 최근 진료목적으로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환자 및 보호자에 대한 숙박알선 및 항공권 구매대행 업무를 병원에게 허용토록 방침을 정해 의료관광 활성화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해외환자 유치전 과열과 의료분쟁 발생에 따른 처리방식 부재 등은 향후 정부와 의료기관이 풀어야할 숙제다.

산부인과 내홍 신호, 낙태사절 선언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재야단체로 활동하던 진오비(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의 모임)의 ‘낙태근절 선언’은 산부인과뿐만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이들은 지난 11월 ‘낙태근절 선언식’을 갖고 사회적 윤리의식을 고양하기 위해 산부인과 의사로서 향후 낙태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이들은 ‘낙태근절 운동본부’를 설치 운영하고, 내년 1월 1일부터는 낙태시술을 시행하는 병의원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물론 정부에 고발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을 예고했다.

갑작스런 낙태수술 보이콧 선언에 동료 산부인과 의사들은 물론 전사회가 술렁였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당장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를 중단하면 사회적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런 식의 낙태 반대운동은 곤란하다”고 비난했다.

‘낙태’란 민감한 주제로 의사회를 겨냥한 것에 대해 심기가 불편해진 의사회는 향후 진오비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선언한 상태다.

하지만 진오비의 낙태근절 선언은 정부의 저출산 극복 정책과 맞물려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향후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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