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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손님 의사' 그들에게 무슨 일이…
[ 2009년 12월 23일 03시 25분 ]
훈훈한 소식 보다는 자극적인 뉴스에 먼저 눈이 간다.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이 법칙에 유난히 ‘희생’되는 이들이 있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 고소득층으로 분류되는 전문직의 선두주자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의사가 그렇다. 이제는 그 옛날 '좋은 시절' 누리던 막강한 사회적·경제적 지위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그들의 평가이지만, 언론으로 대표되는 사회의 시각에서 그들은 여전한 강자로 꼽힌다.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의료분쟁에, 이제는 탈세·성매매 등 각종 부정적인 기사의 단골손님이 된 의사들의 이야기를 담아 봤다.
[편집자주]
지난 8월, 의료계에 한차례 ‘성매매 파문’이 일었다. 지방 국립의대 모 교수가 전공의들에게 일주일에도 수차례씩 성매매 비용을 부담케 했다는 이 충격적인 사건은 언론보도를 타고 일파만파 논란이 확산됐다.
1주일에 수술을 3번 하면 ‘성매매 회식’을 하러 갔다느니, 학회 참석차 지방 호텔에 묵어야 했을 때는 자신의 방에 성매매 여성을 보내라는 요구를 했다느니 하는 충격적인 증언이 이어졌다. 얼마 후 대학의 정체는 전남대로 밝혀졌고 해당 교수는 전공의들에게 유흥접대를 강요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비슷한 파장을 불러일으킨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다. 2007년 경남 통영에서 벌어졌던 일명 ‘성폭행 의사’ 사건이 대표적이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자신의 신분을 이용,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으러 온 젊은 여성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해온 사실을 접한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해당 지역 여성단체들이 성폭행 의사에 대한 면허 취소를 촉구하고 나섰고, 얼마 뒤 그는 창원지법 통영지원에서 징역 7년을, 재심청구로 부산고등법원 항소심에서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으로 수면내시경 받기가 께름칙하다는 젊은 여성의 상담 글이 인터넷 게시판에 줄을 이었다.
전문직 중에서도 유독 '악역' 다반사
탈세, 의료사고, 성매매 의사 등 이른바 ‘안티 의사’ 기사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가해자가 의사라면 언론의 시각은 달라진다. 기사거리가 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나 정치인, 기업인 등 사회 지도층 인사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지만, 의료계의 입장은 다르다.
다른 전문직에 비해 유독 의사에 부정적인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일련의 사건 보도를 접할 때 마치 의사가 각종 범죄의 온상인 것처럼 비춰져 가뜩이나 떨어진 사회적 위상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그들은 말한다.
매년 쏟아지는 세금 탈루 고발 기사에서 그 대표적인 예를 찾을 수 있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의사 등 전문직 탈세 줄일 ‘세파라치’ 가동
의사·변호사·회계사 등 고소득 전문직 사업자의 세금 탈루가 이제 한층 어려워지게 됐다…. 치과·성형외과 등 현금할인 무자료 시술이 이뤄지는 병원 등에서 세금을 떼먹는 수법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모 일간지 사설에서 따온 이 문구는 실상 익숙한 구조를 갖고 있다. 가나다순도 아니고, 일정한 원칙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대부분의 매체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의사’를 넣어 문장이나 제목을 시작한다. 편집 공간이 부족해 한 직종 정도만을 ‘살려야’ 한다면 그건 단연코 의사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좌훈정 대변인은 ‘언론의 착시현상’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대다수의 언론이 과거 대접받던 의사의 위치 및 막강한 경제력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데서 빚어진 해프닝이라는 것이다.
좌 대변인은 “옛날에는 의사가 단연코 최상위층에 속했으니 언론이 탈세 등의 기사에서 의사를 집중 조명한 것도 따지고 보면 틀린 보도라고는 할 수 없다”면서도 “한창 좋은 시절인 과거 얘기일 뿐, 작금의 현실은 결코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선정적인 제목을 뽑는 과정에서 의사를 맨 처음 언급하는 관습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한 가지 확실한 건 실제로 의사의 소득 수준이 예전보다 확연히 줄어든 만큼 언론에서도 고소득자로 분류하는 경향이 많이 약해졌다는 것”이라며 “한의사나 치과의사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의사라고 표기하는 흔한 실수도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사-환자 불신 분위기 쇄신해야"
외과, 산부인과 등 전공 특성상 상대적으로 의료사고가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과의 경우 부정적인 뉴스로 언론에 노출되는 경향은 두드러진다.
최근 모 포털사이트에서는 출산 후 산모가 돌연 사망한 산부인과 의료사고를 다룬 짤막한 보도 기사가 실시간 검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가뜩이나 내과·피부과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수가 체제에 신음하는 그들로서는 잦은 '가해자' 호출이 억울할 법도 하다.
떨어진 위상 때문인지, 언론이 주는 부정적인 영향 때문인지 예전보다 의사와 환자와의 거리가 멀어졌다는 자조적인 말들도 나온다.
수도권 소재 모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다른 어떤 직종보다 안전과 신뢰가 뒷받침돼야할 의사라는 직업을 자꾸만 좋지 않은 쪽으로 몰아가는 어떤 힘이 있는 것 같다”면서 “의사와 환자가 불신하는 풍토만큼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이라며 씁쓸함을 토로했다.
자신이 가진 권력을 이용해 전공의에게 강제로 성매매 비용을 떠넘긴 의사나 마취 상태의 환자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의사, 고의로 세금을 탈루한 의사의 만행은 언론이라는 창을 통해 사회적으로 비난 받아 마땅한 범죄자들이다.
단, 이러한 범죄자들의 행각을 의사라는 직업군 전체가 지닌 부정적인 특성으로 이미지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게 의료계가 한목소리로 지적하는 선결 과제다.
이와 관련,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한동섭 교수는 “아무래도 의사는 사회지도층이라고 생각하고 좀 더 높은 도덕적 잣대를 갖다 대는 경향이 있어왔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특정 사안에 대해 사실보다 지나치게 기사를 보도해 일부의 일을 전체로 확장시킨 것이라면 적절한 보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12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은빈기자 cucic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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