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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 시끄러운 '선택진료' 의사들 생각은…
[ 2009년 12월 24일 22시 18분 ]
[초점]
지난 9월, 서울대 등 빅5병원을 비롯한 수도권 대형종합병원 8곳이 선택진료비 부당징수를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30억원이 넘는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공정위는 환자 의견에 관계없이 진료지원과에 대한 선택진료를 임의로 적용한 사례와 자격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의사에게 선택진료를 수행케 한 경우 등은 부당징수에 해당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병원계 "의료 실상과 서비스 이해 못한 처사" 반발
병원계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의료현장 실상과 의료서비스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처사라며 반발했다.
선택진료비를 둘러싼 병원계 항변은 그러나 시민단체와 여야 국회의원 등 사회여론의 중심세력에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선택진료제의 문제점과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선택진료는 사실상 환자들에게 의사선택권을 보장하지도 않으면서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복지부는 이에 선택진료제도개선TF를 구성해 다양한 대안을 고심 중이다. 특히, 환자의 선택권 강화를 위해 선택진료 의사 지정비율을 현행 80%에서 50%까지 낮추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선택진료 지정의사 비율 50%는 지난해 8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료기관 선택진료 피해사례 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 설문조사에서 33.7%의 응답자가 병원 내 전체 의사의 50%가 가장 적당한 수라고 답한 것에 근거하고 있다.
복지부, 제도 개선하되 병원 손실 보존측면 고민
복지부는 국민여론과 국회의원들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현재 선택진료비가 대형병원 총수입의 8~13%를 차지하는 등 병원경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을 인지, 이에 따른 병원 손실액을 보전해줄 다른 방법을 모색 중이다.
만약 이처럼 선택진료 지정의사 비율이 50%로 줄어든다면, 병원수입 외적인 부분에서 의료계는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교수부터 레지던트, 행정직원까지 다양한 계층과 인터뷰한 결과,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의사들은 “선택진료 지정의사로 지정되지 않을 경우 사기가 저하될 것 같다”고 답했다. 진료에 대한 열의가 떨어져 의료서비스에 최선을 다하지 않게 되고, 이는 환자 만족도를 떨어뜨려 결국 병원경영 악화로 이어질 거란 의견이 가장 많았다.
서울 대학병원의 신경정신과 한 교수는 “순환제가 있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선택진료 의사 지정이 진료실적으로 정해지는 상황에서 비선택진료 의사로 밀렸다면 A급, B급 교수가 노골화되는 것”이라며 “양질의 진료를 원해 3차병원을 찾은 환자들도 선택진료 의사가 아닌 의사를 좋게 인식할 리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10년 넘도록 임상경험을 쌓아온 의사에게 이제 실적이 나빠졌으니, 선택진료 의사도 아니라고 통보한다면 열심히 진료할 맛이 나겠냐”며 선택진료 의사 지정여부가 의사 심리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설명했다.
선택진료 의사이냐, 아니냐에 따른 심리적 만족감과 박탈감이 생각보다 큰 듯했다.
비선택진료 의사 대상자를 결정하는 대학병원 경영진은 “정년을 남겨둔 교수들에게 탈락 소식을 전할 때마다 악역을 맡은 것 같아 괴롭다”면서 “데이터를 갖고 정하는 거니까 이의제기는 안하지만, 노교수들은 비선택진료 의사가 되고 나면 병원을 떠나야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해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되고 병원에 섭섭한 감정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선택진료 의사 자격은 전문의 자격인정 후 10년이 경과한 의사나, 대학병원 또는 대학부속 한방병원의 조교수 이상인 의사, 면허취득 후 15년이 경과한 치과의사와 한의사로 하고 있다.
선택진료 의료기관의 장은 이 같은 자격요건에 충족한 재직 의사 중에서 진료실적이 좋지 않거나, 연배가 너무 많거나 적은 의사를 기준으로 비선택진료 의사를 정하고 있다.
대다수 의사들 "폐지" 부정적 견해 피력
피부과 한 교수는 “진료과에 따라 수익이 적을 수도 있는데, 이러한 특성이 무시된 채 무조건 수익률이 낮은 하위를 비선택진료 의사로 분류하고 있다”며 “더구나 한번 수익이 떨어져 비선택진료 의사가 되면, 그 뒤로 수익이 더 떨어져 선택진료 의사로의 회복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한 숙련된 의사의 전문성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3차 종합전문요양기관과 1·2차 병원의 진료기능 차별점이 무엇이냐는 한숨 섞인 의견도 제기됐다.
한 대학병원 원무과 고위관계자는 “선택진료제 축소나 폐지로 진료 질을 평준화한다면 도대체 3차 병원의 위상과 존재가치가 무엇이냐”고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그는 “심각한 저수가로 병원들이 그나마 선택진료비에서 수익을 채우는 상황인데, 이마저 막아버린다면 정말 너무한 처사”라며 “지금의 국민건강보험이 가능한 건 병원계가 협조하고 있기 때문임을 보건당국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병원 행정직원도 “현재의 저수가 체계 안에서는 선택진료비가 절실하다”며 “병원의 재투자 비용 등에 모자란 경비를 보전해주고 있는 부분이 크다”고 했다.
반면 젊은 의사들은 선택진료에 대한 동요가 크지 않았다. 현재 실적이 좋아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과 아직 조교수, 부교수, 전공의 등으로 해당사항이 없어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답변이었다. 다만, 현재의 선택진료 안에서 일부 거품을 빼는 노력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눈에 띄었다.
재활의학과 한 레지던트는 “때때로 회진이나 처방 등 선택진료 지정의사가 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서도 선택진료비가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에 대한 개선을 촉구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12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주연기자 gold@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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