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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 안 끝났는데 줄기세포치료 가능?
[ 2009년 12월 29일 03시 45분 ]
서울의 강남에 사는 주부 A씨는 최근 줄기세포 치료제에 관심이 부쩍 늘었다. 한동안 열풍처럼 번졌던 제대혈 보관처럼 이제는 줄기세포가 뜨고 있으니 이용해보라는 주위의 권유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만약을 대비해 상담을 신청한 A씨는 국내에서 시술받기 힘들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됐다. 상담을 도와준 코디네이터가 중국이나 일본 등지에서 줄기세포 치료제를 투여 받을 수 있다는 길이 있다는 것. A씨는 결국 언제든지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 마음이 끌려 결국 이 업체에 자신의 지방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맡기기로 했다.
난치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온 줄기세포 치료제.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제품 출시 단계 이전이어서 사람들의 ‘관심’ 수준에만 머무를 뿐, 임상 현장에서 환자에게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대신에 성체 줄기세포 보관 사업이 새롭게 등장했다. 지금 당장은 사용하기 힘드니 ‘생명보험’과 마찬가지로 미래를 바라보고 자신의 줄기세포를 보관하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7년 성체줄기세포 은행 'B'사가 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0여 곳이 본격적인 상업화 길에 들어섰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곧바로 이를 제품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줄기세포 치료제 상업화 길 열려
이처럼 보관사업만 활발할뿐 줄기세포를 활용할 방법이 없어 성장률이 지지부진했던 시장이 변화를 맞고 있다. 최근 들어 한 업체가 중국과 일본과 같이 줄기세포 치료제 시술에 비교적 관대한 나라의 병원과 협력관계를 맺고, 줄기세포 치료제 투여를 원하는 경우 이를 연계해 주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 것이다.
이 회사는 줄기세포를 보관하려는 고객들이 국내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해서 사용 가능 여부를 자주 묻자 아예 “중국이나 일본 등의 경우 줄기세포 치료를 허가 받은 병원에서는 사용이 가능하다”며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줄기세포 치료를 위해서는 줄기세포의 품질 만큼이나 시술을 담당하는 의료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현재 중국 연길과 일본에 줄기세포치료 전문 네트워크를 구축해 표준화된 줄기세포를 안전하게 공급, 치료를 도와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측에 따르면, 고객들이 맡긴 줄기세포를 보관 후 배양과정을 거쳐 치료제로 활용이 가능해지는 상태가 되면, 원하는 사람에 한해 다시 되돌려 준다. 이후 협력병원 중 고객이 정한 곳으로 줄기세포 치료제를 주사를 맞을 수 있게끔 제반사항 등을 챙겨주고 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실제로 지난 해 11월 문을 연 중국 연길의 병원을 시작으로 북경과 일본의 협력병원 8곳을 찾아 줄기세포 치료제를 투여 받은 환자만도 어림잡아 2000여 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고객 가운데 40% 가량으로, 지난 2007년까지 동물소독사업 등 생물안전사업이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때와 달리 회사의 매출 신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 “안전성·유효성 우려”…현행 법규상 제재 방법 없어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평소 줄기세포 분야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한 개원가 원장은 “이 회사 코디네이터라는 분들이 강남 일대를 돌며 보관 유치사업을 활발히 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과정에서 국내에서는 불법인 줄기세포 치료제를 중국 등 해외에서 시술받는 길을 알리고 있어 의사로서 환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환자들을 유인·알선 행위 자체도 문제이긴 하지만 자칫 ‘만병통치약’이란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검증이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들에게 시술될 경우 효과가 있을 지도 미지수이고, 안전성마저 우려가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불법성 여부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보관사업 자체가 관련 규정이 없는 상태여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정식 승인을 받지 못한 채 운영되고 있는 탓이다. 또한, 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의 경우 이를 사용하려면 식약청의 허가가 반드시 뒤따라야 하지만 회사는 이 과정을 뛰어넘고 있다.
식약청 “사업 내용 면밀히 주시”
식약청 한 관계자는 “보관 중인 줄기세포를 환자에게 공급해 중국에서 시술을 받도록 돕는 과정에서 이 회사가 주도적으로 개입한다면 불법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줄기세포 치료제의 무풍지대로 불리던 중국 역시 지난 5월부터 검증되지 않은 세포치료제에 대한 우려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한 제품에 대해서만 사용하도록 법을 개정한 바 있다. 지금과 같은 형태라면 국내에서는 물론 중국에서도 시술 자체가 법률 위반으로 국제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내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보관사업 자체에 대한 법적 판단 근거가 없는데다 이 회사가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가 국내 약사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불법성 여부를 가리기는 다소 힘든 측면이 있다. 이 같은 한계 사항 탓에 실질적으로 제재를 가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한 식약청 관계자는 “다만 사업 내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불법적인 요소가 발견될 경우 그 즉시 조사단을 파견해서 관련 사업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과 의료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일선 현장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다. 우선 법률적인 측면에서 회사측은 “환자들의 줄기세포를 배양·보관하는 사업만을 하고 있다”며 “또한 줄기세포를 환자들에게 나눠주는 것 역시 법률적으로 검토한 결과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때문에 이러한 여론 또한 회사 홍보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회사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소식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오히려 줄기세포를 보관하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대표 역시 언론과의 만남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는 데서 나아가 줄기세포 치료제를 인정하지 않는 국내의 현실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최근 국회생명과학연구포럼이 개최한 ‘자가줄기세포치료제의 임상시험 완화 필요성에 관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희귀난치성질환 및 생명이 위급한 환자에게 신속하게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가줄기세포치료제의 임상기간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3상 임상시험이 완료된 후 품목허가를 거치는 현재의 체계 탓에 국내에서 시술을 할 수 없어 부득이하게 중국이나 일본으로 환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1상을 거치면서 안전성에 관해서는 일정 부분 담보가 된 만큼 시술을 해도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도 줄기세포 치료제의 경우 의약품으로 관리하는 게 보편적”이라며 “정식 허가를 득한 다음에 국민들이 이용하는 게 산업을 바른 길로 육성하고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직까지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제품들만 있을 뿐이어서 신약개발 과정에 비춰봤을 때 실제로 사용단계는 아직 먼 미래의 일이고, 실제로 그래야만 한다는 것이다.
한 의료계 전문가는 “줄기세포 치료제는 분명 질병극복에 분명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 당장 판단을 내리기 힘든 측면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섣불리 줄기세포 치료를 선택할 경우 효과를 기대하기도, 안전성을 담보하기도 이른 감이 있는 만큼 환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12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김수성 기자 ss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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