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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의대 100명 등 협력병원 교수 신분 초미 관심
[ 2009년 12월 30일 22시 05분 ]
하루 아침에 교수 신분을 잃는다면? 을지대 협력병원 소속 96명의 전임교수의 지위가 박탈될 위기에 처해있다.

을지대는 지난해 1월 교육과학기술부 감사에서 의대교원의 협력병원 내 겸직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제64조와 사립학교법 제55조 위반을 지적받았다.

여기서 겸직이란, 최초 발령을 대학 학교법인으로부터 받은 의대교수가 의료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 등 별도의 법인소유의 병원에서 외래진료를 위해 근무하는 형태를 말한다.

교과부는 협력병원 교원 겸직 위반에 대한 처분내용으로 △해당교원을 대학 또는 부속병원에 복귀시키거나 전임교원이 아닌 겸임교원으로 활용하고 △겸직교원의 사학연금 및 건강보험에 대한 법인부담금 및 국고보조금을 환수하라고 통보했다.

당시 을지대와 같은 내용을 처분 받았던 순천향대는 지난해 11월 협력병원이었던 구미병원과 천안병원을 부속병원으로 전환하고, 이들 병원 소속 190명의 교원을 정식 교수로 임용했다.

반면 을지대는 감사결과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최근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다. 이번 서울고등법원의 기각판결로 을지대는 그동안 교과부 감사처분으로부터 교원을 보호하는 방패막으로 썼던 집행정지가처분 효력도 잃게 됐다.

을지의대는 현재 을지병원과 금산을지병원 등 협력병원 교원의 자격상실과 직무정지를 최대한 유예시키기 위해 이 사건을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을지대로서는 교원을 구제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셈이다.

다른 대학 협력병원 교원도 불안
교원 임용 남용 국민혈세 낭비 VS 의학교육적 특성 무시한 처사


사실 이 사안은 비단 을지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법인이 아닌 협력병원에 의대소속 교원을 파견·겸직허가·근무지지정 등으로 진료 및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전국 7개 대학 18개 협력병원에 약1600명의 교원이 같은 운명으로 한 배를 타고 있다.

협력병원에 근무하는 1600명의 교원지위와 관련, 교과부와 의료계는 올 한해 대책마련을 위해 다양한 논의를 이어왔다.

의료계는 의학교육의 특성상 병원 임상실습이 가장 중요한데, 이점에서 협력병원은 부속병원에 비해 부족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부 협력병원은 교수들 연구업적이나 학생실습 여건이 다른 부속병원들보다 더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과부도 의대교육은 회진과 수술·처치 실습 등으로 이뤄지는 특성상 부속병원과 협력병원간 질적 수준을 일률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부속병원과 협력병원은 사실상 법인성격이 학교법인과 의료법인으로 달라, 관할청과 수익처리방식이 다르다는 것 외 기능적인 면에서는 같다. 교과부는 다만, 협력병원 겸직 허용으로 교원 임용이 남발되고 있으며, 이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국고보조금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에 대한 보수는 대학과 협력병원이 공동부담하거나 대학이 전액부담하고 있지만, 전원이 사학연금과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돼 국고에서 20%수준을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학생 교육을 위해선 교수가 많아야 한다는 주장과 학생 수에 비해 교수 수가 너무 많아 교육에 참여하지 않는 교수들이 늘고 있다는 반대 의견이 충돌하기도 했다.

교과부는 협력병원 교수들의 지위 박탈까지 검토했으나, 연구용역과 공청회 등에서 처분을 무작정 단행했을 때 의료계에 미칠 파장과 더불어 협력병원의 의학교육적 명분과 당위성이 강조되자 제도개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교과부는 지난 11월11일 협력병원 교원의 겸직 허용방안과 학생교육병원 지정 평가인증제 도입방안을 논의하고자 전문가 검토회의를 가졌다.

전문가로는 의료계에서 이무상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 이윤성 서울의대 법의학 교수, 박윤형 순천향대 의과대학장, 최문기 한림대 의과대학장을 비롯해 오대영 중앙일보 기자, 김종인 변호사, 김관복 교과부 대학연구기관지원정책관 등 6명이 참석했다.

교과부는 현재 평가인정기준을 충족한 협력병원에 대해 일정수의 교원 겸직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립학교법 제55조와 대학설립운영규정 제4조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현행법에 ‘다만, 사립대학의 의과대학 소속교원은 의대실습에 필요한 경우 소속기관의 장의 허가를 받아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인정하는 병원에 겸직할 수 있으며, 겸직허용 교원의 산정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규정을 추가할 계획이다.

대학설립운영규정에 관한 개정은 현행 ‘다만, 의·한·치의학에 관한 학과를 두는 의학계열이 있는 대학의 경우에는 부속시설 중 부속병원을 갖춰야 하되 교육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다른 병원에 위탁해 실습할 수 있는 조치를 한 경우에는 그러지 않다’는 규정에 ‘다만,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평가인정기준 마련 및 시행을 위한 별도의 기관 내지 단체를 지정할 수 있다’는 새 규정을 추가 신설할 예정이다.

사실 법 개정은 교과부로서는 부담스럽다. 겸직교원 임용의 불법성을 지적하며 을지대와 법정공방 끝에 승소판결을 받자마자 맞바로 이를 다시 뒤집는 법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개정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특히, 법제처와 행정안전부 등의 동의를 얻고 통과하는데 난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을지대 감사처분과 관련해 교과부는 법 개정 시까지 협력병원 임상교원의 의대 또는 부속병원 복귀나 겸임교원 발령을 유예하기로 했다.

또한 건강보험과 사학연금의 국가·법인부담분 환수조치 사항도 건강보험공단과 사학연금관리공단에 협조를 구해 유예토록 할 계획이다.

교과부는 관련법률 개정안을 12월 입법예고하고 내년 1~2월 법제심사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이번 사안의 쟁점은 과연 몇 명의 협력병원 교원에게 겸직을 허용할 것인가와 어떤 방식으로 이들을 선별해낼 것인가이다.

교과부와 전문가위원회에 따르면, 앞으로 학생교육병원을 지정하는데 있어 평가인정 체제가 구축될 전망이다.

인정평가는 현재 의과대학 평가인정 주관기관인 의학교육평가원이 맡게 되며,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약3년의 준비기간을 가질 예정이다.

평가인정기준은 향후 정책연구 등을 통해 의대 교육병원의 연구 및 교육 기능을 고려한 인정기준을 연구실적·교육실적·교육여건 등의 지표로 나눠 개발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연구실적지표는 최근 3년간 교원 1인당 SCI급 내지 Index Medicus 등재 논문수로 정하고, 교육실적지표는 교육학생 수, 부속·협력병원 수, 교육기간 주수를 곱한 값으로 하는 식이다.

겸직교원 인정총량에 대한 기준안은 전문가위원회의 의견에 따라, 인정기준 충족 대학별 자율 임용을 원칙으로 하되 협력병원 내 겸직교원 총량의 상한선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검토되고 있는 3가지 상한 방안 중 첫째는 겸직교원 총원을 ‘편제정원 대비 학부 학생수의 1배’와 ‘편제정원 대비 의전원 학생수의 2배’를 합한 값으로 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편제정원은 실제 의대실습교육이 이뤄지는 기간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각 값에 학부와 의전원 각각 4배를 하면 된다. 다만, 겸직허용 교원 총량의 상한은 총 300명으로 한다. 300명이란 숫자는 교과부 정책연구에서 제시된 값이다.

둘째 방안은 평가인정 등급별로 협력병원 내 겸직 가능한 교원의 총량을 차별적으로 적용해 인정하는 방법이다.

가령 학부정원 대비 겸직교원 허용 총량을 A등급부터 E등급까지 5단계로 나눠, A등급은 편제 학생수에 1배를 하고, B등급은 0.8배, C등급은 0.6배, D등급은 0.4배, E등급은 0.2배를 하는 식이다.

마지막 기준안은 겸직허용 총원의 상한을 규정하지 않고, 대학의 장이 교육과 연구 등 본래 직무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겸직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중 첫 번째 안은 숫자에 명확한 제한을 둔다는 점에서 교과부가 추진하는데 무리수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대학의 자율권을 크게 강조한 세 번째 안도 현실화 가능성이 적다. 따라서 두 번째 안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과부 관계자는 “아직 방안을 검토 중이라 확정된 사안이 없다”며 “연말쯤 입안해서 내년 상반기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주연기자 gold@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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