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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號)가 '토탈 엽기?' 국립의료원 과장
[ 2010년 01월 02일 03시 35분 ]
이보다 즐겁게 사는 의사가 있을까. 더 이상 활동적일 순 없다. 국립의료원 치과 허원실 과장을 만났다.

허 과장은 최근 한불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코믹액션 영화 ‘감자심포니’의 단역배우로 출연했다. 배우 유오성의 상대역으로, 신문배달부를 하면서 뒷골목의 조직폭력배처럼 어두운 삶을 사는 이의 모습을 연기했다.

국립의료원 의사가 영화에 출연하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허원실 과장은 “영화출연? 연예인 기(氣)에 눌리기 싫어, 너만 연기하나? 나도 연기한다. 그래서 연기에 도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몇 마디 말로도 그가 범상치 않은 의사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별칭이 뭐냐고 묻자 “제 호(號)가 ‘토탈 엽기’다. 호는 자신의 이미지에 맞게 붙이는 건데, 돈키호테처럼 사는 저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가 이처럼 별난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은 분야를 넘나드는 열정 때문이다.

경희대 치대 구강악안면외과에서 치의학 박사를 마친 그는 얼굴과 턱 성형수술을 제대로 하기 위해 성형외과 의학박사를 거쳐, 고대 임상치의학대학원에서 교정도 전공했다. 여기까지는 치과의사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다.

치과의사 허원실에 이어, 그에겐 ‘미술작가’란 이름이 더 붙는다. 가나아트센터에서 ‘백색치유전’을 주제로 초대전도 가졌다. 예술적 성향은 골동품 수집가이자 한국자수박물관 관장이신 아버지에게서 뻗어 나왔다.


허원실 과장이 처음 미술에 뛰어든 건 아버지의 박물관을 물려받고 싶다는 욕심에서다. 해외전시만 40여 회가 넘고 특히, 일본 왕실에서 인기가 좋은 수집품들이다.

이때부터 홍익대 대학원 현대미술 최고위과정과 건국대 대학원 디자인텍스타일 전공을 배웠다. 의사가 장난으로 미술을 배우려한다는 오해도 많이 받았다. 그럴수록 이를 악물고 도자기 6개월, 전통보자기 2개월, 미싱 2개월 등을 통해 실력을 쌓았다.

미술뿐 아니라 음악에도 관심이 많아, 드럼도 배우고 있다. 쉬는 날은 대부분 드럼학원에 가거나 작업실에서 작품을 만든다.

허원실 과장은 “한때는 저도 공부를 많이 해 남들 안하는 수술을 열심히 해보기도 했고, 겉멋이 들어 일상생활을 골프와 술로 보낸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정년퇴임하면 뭐하나 싶을 정도로 무의미한 반면, 문화를 접해보니 참 좋더라”며 “멋진 의사가 되자”고 말했다.

허 과장은 트럭을 개조해 캠핑카를 만들고 지방 강의 때마다 호텔대신 캠핑카를 애용하고 있다. 노래방 시설까지 갖춰놓고 아내와 동행, 지역탐방을 하곤 한다. 평소에는 경차 모닝을 타고, 더러 오토바이도 즐긴다. 집은 전시관처럼 꾸몄으며 원숭이와 개를 키우고 있다.

그는 “돈을 목적으로 살면 허탈해진다”며 “일상생활 속의 작가가 되어보라. 자유스러움에 생각이 젊어 안 늙는 것 같다”고 권했다. 실제로 지천명(知天命:50세)를 넘긴 나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어보였다.

이 같은 끼를 바탕으로 지난 국립의료원 50주년 기념 의학박물관 건립 당시에는 병원 내 정식 미술관을 주장, NMC미술관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복도에 걸린 작품 몇 개가 아닌 정식 미술관으로 병원 고객들도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앞으로의 꿈에 대해 그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많이 고민했다”며 “한국자수박물관을 물려받아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미술과 음악이 중심이 되는 교회를 여는 것이 소망”이라고 전했다. 의사의 딱딱한 이미지를 자유로 초월한, 허원실 국립의료원 치과 과장이다.
이주연기자 gold@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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