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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김할머니 사망…존엄사법 향배 촉각
[ 2010년 01월 10일 21시 26분 ]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으로 국내 존엄사 도입 논의에 불을 지폈던 세브란스병원의 김 할머니가 지난 10일 사망하면서 존엄사법 향배가 다시 주목받을 전망이다.
지난해 대법원으로부터 존엄사 판결을 이끌어낸 김 할머니는 의료진 예측과 달리 인공호흡기 없이 자가호흡으로 200여일을 생존했다.
앞서 김 할머니 보호자 측은 연명치료 중단을 놓고 세브란스병원과 법적 공방을 벌였고 의료계가 세부 지침안을 발표하면서 세간의 관심이 커졌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를 타고 국회서도 존엄사 관련 법안이 제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의 논의를 앞둔 존엄사 관련 법안은 '존엄사법안(한나라당 신상진 의원)'과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권리에 관한 법률안(한나라당 김세연 의원)' 등 두 개 법률안이다.
이 법안들은 지난해 하반기 각종 공청회를 거쳐 논의에 속도가 붙었지만, 각계의 법리 해석과 사회적 합의를 둘러싼 견해차로 지연을 거듭했다.
복지위 여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종교계 등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상황이다. 논의가 지연될 것"이라며 "올해 어느 시점에서 논의가 이뤄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법 제정이 지연된 이유 중 하나는 연명치료 중단 이후 수일 내 사망할 것으로 전망되던 김 할머니가 장기간 생존하면서 법안을 논의할 명분이 다소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할머니의 사망으로 존엄사법은 다시 주목받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존엄사법을 대표 발의한 신상진 의원은 "(의료계를 포함한)대다수가 법제화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서울대병원이 존엄사 기준을 말기암으로 한정한 것도 사회적 부담을 느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동력 얻은 존엄사법 숙제는
김 할머니 사망으로 인해 존엄사법 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문제는 사전의료지시서의 적절성과 존엄사를 주도적으로 판단할 병원윤리위원회 구성 등 실체적 논의가 진전을 이루느냐 여부다.
사회적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법안 각 조항에 혼재된 개념을 정리해야 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발간한 '존엄사 입법화의 쟁점과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존엄사가 유사 개념인 '치료중단'과 '의사조력자살' 등이 혼재돼 사용되고, 안락사의 일반적 분류유형과도 정확하게 합치하지 않아 유형화와 입법적 대책 마련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행 형법에 의하면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사람을 자연적 죽음에 앞서 사망에 이르게 하면 촉탁·승낙살인죄로 처벌받지만, 형법학계에서는 안락사라는 개념을 통해 일정한 요건 하의 치료중단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되는 행위로 파악한다.
보고서는 형법학계에서 주장하는 요건을 충족하는 안락사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별반 활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존엄사'나 '연명치료중단'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존엄사 허용 시 어떠한 기준과 절차 등으로 치료중단을 인정할 것인가를 판단할 구체적 심의기구 요건도 갖춰야 한다.
현재 한국의료윤리학회 등 의료계는 환자 자기결정권 존중과 병원윤리위원회를 통한 검증체계가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만큼 법안 제정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국회 복지위 관계자는 "법안 조항에 대한 견해차는 논의를 거쳐 가다듬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 법안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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