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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조정법은 뼛속까지 의사 중심"
[ 2010년 01월 13일 21시 20분 ]
‘의료사고 및 의료분쟁조정’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지 2주일 남짓. 연일 규탄 성명을 발표하며 반대 목소리를 높여야 할 시민사회단체가 의외로 조용한 분위기다.

법안이 통과된 당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백혈병환우회 등 관련 단체는 결정을 비판하는 성명만 내놓고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특히 환자에서 의사로 입증책임을 전환시키는 법 제정에 사력을 다했던 의료소비자시민연대가 단 한 번에 그친 성명 발표 후 침묵을 지키는 모습은 의아하기까지 하다.

의시연 강태언 사무총장은 13일 데일리메디와 가진 자리에서 “시민단체의 수년간 염원이 이틀 만에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니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번 법안 통과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건 법무부의 태도 변화입니다. 의사에게 형사특례를 부여하는 것이 특정 계층을 위하는 법이 될 수 있다며 작년 10월까지 반대의견을 내다가 11월 갑자기 입장을 바꿨어요. 아마도 의사단체, 복지부 등의 외압이 작용한 게 아닐까요.”

여기에 기획예산처에서 재원 부족을 이유로 반대해온 무과실 국가보상에 관한 규정도 갑작스레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법안 통과 과정에서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는 소식은 시민단체의 조직력을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강 사무총장은 “야당 의원들이 수없이 의견 수렴을 거쳤고, 힘없는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나서 1인 시위도 전개해봤지만 역부족임을 깨달았다”며 허탈해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입증책임 전환만 주장하지 말고 다른 현실적인 대안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그래도 (의료분쟁법이) 아예 없는 것보단 낫지 않겠느냐’는 자조적인 말들도 나온다.

“분쟁조정법에 포함된 형사처벌 특례 조항을 교통사고 특례에 비교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주장입니다. 교통사고 형사 특례는 피해 보상을 전제로 이뤄지는 것인데 의료사고는 그게 아니거든요. 조정이나 합의, 중재와 피해 보상은 엄연히 다른 개념입니다.”

일례로 그는 의료분쟁 전체 조정건수의 86%가 1000만원 미만의 보상에 그치는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경우를 들었다. 가령 의료진의 과실로 출산 과정에서 심각한 뇌손상을 입게 된 아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 규모는 어느 정도로 봐야하냐는 것이다.

“일반적인 조정 사례를 보면 태반이 병원비를 공제해주는 수준에 그칩니다. 뇌손상을 입고 태어난 아기는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될 텐데, 이게 과연 합리적인 보상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거죠.”

복지위를 통과한 의료분쟁법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강태언 사무총장은 “법사위의 논리적인 판단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며 “억울한 피해자 사례를 묶어 뼛속까지 의사 중심으로 구성된 이번 법안의 부당함을 지속적으로 호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은빈기자 cucic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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