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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이 직장인 외과의사 노후(老後)
[ 2010년 01월 25일 03시 07분 ]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어섰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간한 '한국인의 사망수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1970년 61.9년에서 1990년에는 71.3년, 2008년 80.1년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덩달아 느는 것은 은퇴 후의 삶에 대한 고민이다. 훌쩍 길어진 노후에 대비하기 위해 혹자는 보험 가입 등을 통해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해 두라고 조언하고, 혹자는 "인생은 70세부터"라며 노년에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을 누리라고 충고한다.

그렇다면 평생을 수술실에서 보낸 외과의사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

지난해 학술대회에서 '외과의사와 음주', '외과의사와 운동' 등을 주제로 이색 강연을 진행해 호응을 얻었던 대한외과학회는 같은 맥락으로 '외과의사의 노후'(가칭)라는 흥미 있는 주제의 특강을 고민하고 있다.

평균수명도, 외과의로서의 수명도 예전보다 길어져 아름답게 늙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볼 시기가 됐다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제시한 모 대학병원 외과교수는 "예전에는 일흔이면 노인네 취급 받았지만 이젠 힘도 있고, 능력도 있다"며 "생활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여생을 어떻게 행복하게 살 것인지 생각을 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항문외과 세부전문의로 국내 첫 대장항문 전문병원을 세운 송도병원 이종균 이사장은 자신이 꿈꾸는 노후 생활을 실버산업 다각화로 현실화했다.

그가 병원사업과는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니어스타워가 지난달 발족한 전북 고창읍의 '고창 웰파크시티'가 그것이다. 국내 최초의 자족형 은퇴자 마을로 설계된 고창 웰파크시티에는 2012년까지 실버타운 400가구, 온천호텔 50실, 골프장 18홀, 1000병상 규모의 병원 등이 들어선다.

이종균 이사장은 외과의사로서 더 이상 칼을 잡을 수 없을 때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수년간 고민한 끝에 시니어스타워를 설립하게 됐다고 한다. "은퇴자 마을은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를 생각하고 만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노인복지 명예박사 학위를 보유한 그는 건강관리 분야의 적임자가 바로 외과의사라고 말한다. 외과의사가 은퇴할 때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 중 하나가 건강관리라는 것이다.

그는 "외과의사는 내과적 역량을 보유함과 동시에 외과적 수술도 할 수 있어 가장 중립적인 건강관리를 해낼 수 있는 적임자"라며 "질병치료 및 예방에 외과의들이 비전을 갖고 도전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내년 정년퇴임을 앞둔 수도권 소재 병원 외과과장은 최근 보험설계사로부터 보험 리모델링 상담을 받고 차근차근 대책을 세워나가고 있다.

그는 "최소한 5년 전부터 준비를 시작했어야 했는데 약간 뒤늦은 감은 있다"면서도 "늙음과 낡음은 다른 것이다. 낡아가면 안 되고, 늙어가야지"라며 활짝 웃어보였다.
이은빈기자 cucic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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