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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건대병원 논문조작 의혹 규명 필요"
[ 2010년 02월 02일 22시 32분 ]
본말전도(本末轉倒). 일의 근본 줄기는 잊고 사소한 부분에만 사로잡힌다는 옛 말이다. 최근 악화일로 치닫고 있는 건국대학교병원 심장내과 유규형 교수와 한성우 교수 해임 사건을 보며 이 경구가 떠오른다면 지나칠까.
지난 1월 징계위원회를 열고 두 교수의 해임을 결정한 건국대학교는 정확한 해임사유에 대해 함구한 채 "조직의 화합을 깼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 같은 건국대의 해임 결정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에 해임 취소 소청을 제기한 유규형 교수와 한성우 교수는 현재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강경한 입장이다.
이들 교수가 법적 대리인으로 내세운 법무법인의 설명을 들어보자. 건국대측이 유규형 교수와 한성우 교수를 해임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병원 내부 문제(흉부외과 송명근 교수 관련 수술)를 외부로 유출하지 말라는 병원측 지시에도 불구하고, 식약청과 청와대 신문고, 언론 등에 그 사실을 알렸기 때문이란다. 마치 건국대병원이 감추려고 했던 사안을 이들 교수들이 외부에 알리려고 했다가 선의의 피해자가 됐다는 뉘앙스다.
과연 그럴까. 이번 사건이 불거지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이들이 지난해 유럽흉부외과학회에 같은 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의 CARVAR 수술(대동맥근부 및 판막성형술) 부작용 논문을 발표하면서 비롯됐다. 물론 그 이전에도 카바수술과 관련, 병원 내외부적으로 시끄러웠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쓴 논문이 학자로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윤리’를 저버렸다는 점이다.
송명근 교수는 이들이 발표한 논문 중 "환자의 성별처럼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를 비롯해 환자들이 시술받은 링의 개수조차 사실과 다른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CARVAR 수술을 받았다고 기술된 한 환자는 실제 건대병원에서 시술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모든 논문이 그러하겠지만, 케이스 리포트(Case Report)라면 데이터의 정확성은 더더욱 강조된다. 말 그대로 연구윤리 위반과 더불어 논문조작 의심을 받고 있던 상황이다. 건대병원 역시 사태의 심각성에 견줘 대학 징계위원회에 이들 교수를 회부하기에 앞서 윤리위원회를 통해 이 사안을 지적했다. 그런데도 당사자들은 "문제없다"는 식으로 일관했다는 전언이다.
유례가 없는 의대 교수 2명의 해임. 상식선에서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여론은 들끓고 있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왜 해임됐냐"는 측면도 이젠 따져봐야 한다. 특히 해임의 출발이 된 논문과 관련, 당사자들이 명확한 입장을 밝혀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논문이 조작됐고 허위로 작성됐다"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만큼 진실 규명 차원에서 논문 작성자들의 답(答)이 필요하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고 의학의 발전을 위해 비판했다"는 주장이 떳떳하게 명분을 가질려면 교수들에게 있어 분신(分身)처럼 여겨지는 논문에 대해 제기된 의혹을 당사자들이 일소(一消)해야 한다. 그래야 해임된 교수들이 취한 일련의 대외적인 행동도 정당성을 인정받게 된다. 또한 그것이 의학, 아니 학문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김수성기자 ss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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