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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에 새생명 불어넣은 한국 의사
[ 2010년 02월 02일 21시 46분 ]
폐허의 아이티로 지구촌의 온정이 쏟아지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구호물자와 의료품들이 포르토프랭스에 속속 도착, 피해 주민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지난달 15일 한국정부는 의사, 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7명)과 중앙119구조대(25명), 국제협력단(2명), 대한적십자사(1명) 등 해외긴급구호인력을 아이티 현지로 파견했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오범진 교수
[사진: 뒷줄에서 左 세번째]
는 2일 데일리메디와 만나 ‘아비규환’이었던 그때 상황을 전했다.
“제한된 상황에서 최선의 처치”
오 교수가 첫발을 디딘 아이티의 수도, 시티 솔레이 지역은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아수라장이었다. 이미 지진이 발생한 지 며칠 후여서 생존자는 희박했고, 곳곳에 쓰레기가 산더미었다.
벽돌로 머리를 맞아 상처가 찢긴 환자, 가족이 매몰된 건물 앞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넋 놓은 젊은 남자, 담벼락이 무너저 다리가 부러진 10살된 꼬마 등 심신이 다친 이들이 곳곳에 즐비했다.
긴급구호팀은 아이티에서 두 번째로 큰 병원을 방문해 구호활동을 시작했다. 병원 건물입구 앞에는 40~50명의 대기 환자들이 중증도에 따라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의료팀은 매일 약 30~50건의 진료를 제공했어요. 주로 외상으로 인한 골절, 탈골, 하지마비, 하지절단 등 정형외과적 문제와 찰과상, 괴사 등 상처가 있는 환자가 주를 이뤘어요.”
수 많은 환자가 의료진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제한적인 처치를 제공했다. “시급한 처치와 응급수술이 필요하지 않지만 시간이 소요되는 치료, 수술이 필요한 환자 등으로 환자를 구분하고, 즉각 수술 및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어요."
진료에 필요한 간단한 현지 언어인 ‘크레올’도 익혀 ‘하루에 세 번씩’ 먹어야 할 약을 현지 환자들에게 ‘친절히’ 일러줬다.
"힘든 일도 많았지만 말도 통하지 않고 피부색도 다른 환자들이 치료를 한 뒤 아프지만 맑은 눈동자와 해맑은 미소를 보여주면 가슴이 벅차올라요. 그 힘으로 다시 진료를 시작하죠."
무너진 건물에서 탈출한 유일한 생존자, 그러나…
오 교수가 가장 안타까워 한 일은 아마도 무너진 건물에서 탈출한 유일한 생존자이지만 결국 죽어갈 수밖에 없었던 60대 남성의 모습을 지켜본 일이다.
“붕괴된 건물에서 넋을 놓고 앉아 있었어요. 60대 남성인데, 따뜻한 날씨에도 추운 듯 몸을 떨고 있었고, 불러도 소리를 내지 못했어요. 겉으로 출혈은 없었지만 수백 마리의 파리가 양발에 붙어 있었고 하지는 붓고, 전신적인 감염증인 패혈증이 의심됐어요.”
당장 치료를 해야 했지만 당시 의료팀은 중증환자를 볼 수 있는 약품과 의료장비가 없었고, 가까운 구호소나 의료시설로 이송할 상황도 안 됐다. 할 수없이 환자를 자리에 남겨두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오 교수는 전했다.
“이 환자는 유일한 생존자였지만 가족도 없이 버려진 채 죽어가고 있었어요. 재난상황에서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매우 안타까웠어요.”
제한된 의료자원에서 가장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생존가능성이 낮은 환자를 포기해야 한다. 이는 매우 힘들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
"돌아오는 길에서 수 많은 아이티의 형형색색의 차량을 보았는데, 차창엔 'God bless me'라고 씌여 있었어요. 아이티 도시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졌었어요."
“재난 전문가 양성 필요"
오 교수는 지난달 15일~25일 10박 11일동안의 구호활동에서 느낀 점이 많다. 긴급구호대 의료팀이 향후 발전하기 위해서는 재난 상황에서 조율능력을 갖춘 경험 많은 책임자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관계부처의 공무원은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긴급구호 지식과 현장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해요. 특히, 재난 전문가를 양성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요.”
국가적 활동이지만 유엔과 적십자를 포함한 국제적 기구와 개인적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재난 전문가를 양성해야 국제사회 구조대와 공조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오 교수는 구조 현장에 파견되는 의료진에 대한 체계적인 사전 훈련 프로그램과 인원, 충분한 의료장비 확보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0여 개 국가의 의사들을 만나보면서 느낀 은 중증 환자에 대한 최상의 응급처치와 함께 신속한 후송 체계, 후송 병원을 미리 준비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예요. 또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체계도 필요하죠.”
그는 다음에 이런 기회가 생긴다면 국기가 그려진 개인배낭을 꼭 가져가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에는 대한민국 국기가 그려진 긴급구호대 배낭에 현장에서 간단히 메고 다닐 수 있도록 의약품을 잘 정리해야 갈 거예요."
노은지기자 nej3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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