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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와 '따듯한 동행(同行)' 외과醫
[ 2010년 02월 03일 21시 46분 ]
서울아산병원 펠로우 시절,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유방암 환자들을 위해 자비로 1억6000만원을 털어 아파트를 마련하고 목욕탕을 통째로 빌리는 '대단한' 스승을 그는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한양대병원 외과 정민성 교수가 '핑크한양'과 함께 길을 걷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다. 3일 데일리메디는 그를 찾았다.

2008년 11월 25일, '핑크한양'이 태어났다.

햇수로는 2년째 접어드는 '핑크한양'은 한양대병원의 유방암 환자 환우회로 매주 수요일마다 만남을 갖는다. 그들만을 위한 카페가 있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들만의 치료가 있다.

첫 발걸음의 시작은 서울아산병원 안세현 교수였다. 그는 "안세현 교수님은 유방암 환자들이 평소 남의 시선 때문에 가기 꺼리는 목욕탕과 찜질방에서의 만남을 주선할 만큼 발상 자체가 대단한 분이었어요. 환자들 속에 머물며 환자를 좋아하고, 마음으로부터 사랑받는 의사, 롤모델이었죠"라고 말했다.

"유방암을 치료하는 의사이기도 하지만 저는 일단 남자잖아요? 제가 대다수의 여자 유방암 환자들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요."

정민성 교수는 43세의 3기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를 기억한다. 그는 "수술도 성공적으로 마쳤고, 항암 치료도 꼬박꼬박 잘 받으신 끝에 신체적으로는 완전하다시피 회복을 했죠. 그런데 우울증에서 헤어나오질 못하는 겁니다. 항우울증 약에 정신과 상담도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어요"라고 회고했다.

그러던 그 환자가 어느 날, '핑크한양' 모임에 살며시 모습을 비췄다. 수술과 계속된 항암 치료로 머리카락이 없는 환자들을 보며 자기 자신만이 고통을 겪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보게된 거다.

놀랍게도 정민성 교수는 처음으로 그 환자의 웃음을 보았고, 동시에 그에게는 눈물이 핑 돌았다.

서울아산병원 안세현 교수의 '새순회'와 '핑크 리본회', 서울대병원 노동영 교수의 '비너스회'에 비하면 아직도 갈길이 멀다고 몸을 낮춘다.

정민성 교수는 "처음 핑크한양을 만들었을 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선뜻 나서기를 원하는 환자들도 없었고 조직이 촘촘이 짜여 있지 않다보니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는데 애를 먹었었죠"라고 기억을 더듬었다.


하지만 정민성 교수는 "안세현 교수와 노동영 교수 그리고 같은 병원 외과의 '참 좋은 의사'들이 걸어온 길을 등불삼아 핑크한양도 더 의미있는 모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면서 "소모임 등을 더 활성화시켜 환자들과 오랜 시간 동안 동행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핑크한양 신년 모임에서 이렇게 시를 읊었다.

"저녁을 먹고나면 허물없이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지란지교를 꿈꾸며>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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