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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이식 名醫 박기일 교수 "초심으로!"
[ 2010년 03월 04일 03시 05분 ]
“눈 보이고 손 안 떨리면 수술할 수 있습니다. 돋보기는 쓰지만 아직 문제없죠. 분당차병원에서 다시 새롭게 장기이식센터를 꾸려나갈 텐데 만만찮은 일이겠지만 지금까지 일궈놓은 시스템의 효과를 알기에 환자중심, 그 정석대로 갈 뿐입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거쳐 관동의대 명지병원, 그리고 분당차병원까지 환자 중심 마인드와 이식에 대한 남다른 열정 덕분에 박기일 교수(장기이식센터장)
[사진]
는 또 다른 밭 하나를 일구게 됐다.
3월 2일자로 분당차병원으로 자리를 옮기고 장기이식센터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그동안 병원 내에서 부각 받지 못한 이식분야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자 준비에 여념 없었다.
지난 24일 박기일 교수를 만나 72세 외과의로서, 신장이식 권위자로서 남들이 가는 순탄한 삶을 거부하고 또 다시 새로운 환경에 몸담은 그의 의미 있는 ‘선택’을 지켜봤다.
박기일 교수는 “차병원에서 2004년부터 이식센터를 만들자는 얘기가 있었지만 사정상 그렇게 하질 못했다”면서 “명지병원의 이식센터가 자리를 잡았기에 내가 할 일은 다 했다는 생각이었다”며 차병원으로 발길을 돌린 이유를 설명했다.
척박한 센터를 맡아 시스템을 만들고 그에 합당한 의사, 간호사, 직원 등의 체질개선 속에서 체계가 운영되고, 객관적인 효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곧 그는 또 다른 미개척지를 찾게 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처음으로 한 시간 빠른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저항력이 약한 이식환자들을 위해 감염 등의 위험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선택이었죠. 일찍 진료를 시작하면 그날 검사한 것을 같은 날 결과를 알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환자들 관리가 성패여부를 결정짓는 이식분야에 적합한 방법인 셈이죠.”
이식 성적과도 직결되는 ‘박기일식 시스템’은 그 전에는 유례가 없던 작업이라 내부적으로 초반진통이 많았다고 한다.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출근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 의료진을 포함해 많은 직원들에게는 익숙치 않은 절차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기일 교수는 단호했다.
“차병원에서도 이 같은 시스템을 적용할 것입니다. 몸에 익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환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간단치가 않은 문제니 단호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죠. 지금까지 거쳐 온 직원들의 토로가 많았지만 환자들의 편의와 치료를 위해선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이식 환자들에게는 보통 맞춤형 면역 억제 요법이 수반된다. 약에 대한 내성이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의료진은 환자들 각각의 조각들을 맞춰 나가야 하는 한편 최근의 억제 요법들은 신장에 독성작용을 하는 부분이 있어 이 두 가지 방법을 적절히 조절해가며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관건이다.
의사의 경험과 테크닉이 없이는 불가능한 영역이다. 자신을 믿고 따라오는 환자들과의 신의를 지키기 위해 의료진의 불편은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빅5병원으로 이식 수술이 집중되고 있는 것도 환자들의 선택이지만 대형병원이나 중소병원이나 나름의 장ㆍ단점이 있기 마련이니 박기일 교수는 묵묵히 정도를 걷겠다는 생각이다.
박기일 교수는 “환자들이 서울로 집중되다 보니 지방 이식 센터들이 많이 힘들어진 것은 안타깝다”면서 “환자 개별 집중도나 의료진의 능력, 수가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각각의 장ㆍ단점이 있으니 환자들의 선택을 강요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해왔던 길을 걷다보면 분명 알 것”이라며 줄곧 이식에 몸과 마음을 받쳐온 의사로서의 다짐을 전했다.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자신감, 믿는 구석이 있는 느낌이다. 아마도 그것은 수 십 년 동안의 외길인생, 진료하며 수술하며 연구하며 자연스럽게 쌓여진 환자들과의 유대관계, 그 깊이의 폭이 주는 확신을 그는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분간 지속될 새 밭 일구기가 기대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김선영기자 ks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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