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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교수 32년 군자유삼락(君子有三樂)"
[ 2010년 03월 04일 21시 41분 ]
전국시대 철인(哲人)으로 공자의 사상을 계승 발전시킨 맹자는 자신의 저서 ‘진심편(盡心篇)’에서 이렇게 말했다. ‘군자유삼락(君子有三樂)’.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는 뜻의 이 말을 통해 맹자는 하늘이 내려 준 즐거움과 한 점 부끄럼 없는 삶,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즐거움을 논했다.

국내 알레르기 의학의 대가인 서울대병원 김유영 교수는 자신의 32년 교수생활을 ‘군자유삼락’이라는 다섯 글자로 정리했다.

하늘이 내려준 ‘의사’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삼아 환자 돌보는 즐거움에 살았고, 학자로서 한 점 부끄럼 없이 연구에 매진했으며, 무엇보다 후학을 가르치는 즐거움이 컸다.

서울의대에 들어와 정년을 맞기까지 꼬박 45년. 반세기에 가까운 이 세월 동안 그는 ‘서울대’라는 울타리 안에서 생활했다.

그에게 ‘서울대’라는 이름은 진료, 연구,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를 지향할 수 있는 토양이자 반석이었다.

서울의대 학생이었기에 최고의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고, 서울대병원 의사였기에 후회없는 연구활동을 펼쳤으며, 서울의대 교수이기에 우수한 후학을 양성할 수 기회가 주어졌다.

실제 지금의 김유영 교수가 있기까지 그의 멘토가 되어 준 스승에 대한 얘기를 빠뜨릴 수 없다.

그를 알레르기의 세계로 이끈 스승은 국내에 알레르기 의학을 처음 도입한 강석영 교수다.

강 교수는 1979년 국내 최초로 서울대병원에 알레르기클리닉을, 이듬해인 80년에는 알레르기 내과를 신설하며 이 분야의 대표적 개척자로 평가받는 인물.

김유영 교수는 “결코 남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모험심 강한 분이셨고, 그런 스승님이 좋아 시작한 일이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술회했다.

스승인 강석영 교수가 국내 알레르기 의학의 기반을 닦았다면 제자인 김유영 교수는 알토란 같은 결실로 부흥을 이끌었다. 김 교수는 국내 최초로 국제학회에 알레르기 논문을 게재했으며, SCI 논문 첫 게재 역시 그의 노력으로 일궈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알레르기 학계의 정설로 통하던 ‘위생가설’을 뒤집는 연구결과를 발표, 대한민국 알레르기 의학의 위상을 한 껏 끌어 올렸다.

이 후 우리나라는 알레르기 분야에서 두드러진 연구실적을 내놓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연간 250편의 SCI 논문을 발표하며 세계 알레르기 의학을 선도하고 있다.

김 교수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에서 짧은 시간 만에 이러한 연구실적을 내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며 “후학들의 연구 실적을 볼 때마다 알레르기를 택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김유영 교수의 품을 거쳐간 제자만 50~60명. 현재는 이들 모두 전국 주요 대학병원에서 알레르기 전문가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김 교수는 퇴임식을 마치는 그 순간까지 이들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 가설을 믿지 말고, 항상 의심하라

당시 ‘위생가설’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가설이 모두 옳다’는 편견을 버리고 과감히 연구에 들어갔고 결국 그 가설이 틀렸음을 입증했다. 결국 학자는 의구심이 있어야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져라

임상의사나 의학자 모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교과서에 내용대로, 학술지에 실린 내용대로 진료를 한다면 의술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의학자라면 의술 발전에 기여함이 마땅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필수다.

#. 스승을 뛰어 넘어라

청출어람(靑出於藍)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스승도 뛰어 넘는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이는 개인의 명예만이 아닌 인류 모두를 위한 일이다. 나를 뛰어넘은 제자들이 우수수 쏟아지길 기대한다.

김유영 교수의 당부를 모두 실천하는 제자라면 아마도 정년에 즈음해 스승이 느꼈던 군자삼락(君子三樂)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의 큰스승 김유영 교수는 이젠 45년 간의 서울대 생활을 마감하고 을지병원에서 새 삶을 준비중이다.

후학양성과 연구활동 지원에 전념을 다하고 싶다는 김유영 교수. 언제가 될지 모를 제2의 정년 퇴임에서는 어떤 글귀로 자신의 새 삶을 정리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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