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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실기시험, 실제 환자처럼 대하기 어려워"
[ 2010년 03월 21일 21시 28분 ]
지난해 첫 실시된 의사실기시험으로 환자를 대하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수험생들이 실제 시험에서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연출한 부자연스러운 사례가 공개돼 관심을 모은다.

일부 수험생은 표준화 환자에게 “잘 부탁합니다”라고 말하며 방을 나오거나 심지어 사극에서 볼 수 있는 광경처럼 등을 보이지 않고 조심스럽게 퇴장하는 지나친 공손함을 보이기도 했다.

한양의대 가정의학교실 박훈기 교수는 20일 중앙대병원에서 열린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봄철 학술대회에서 ‘의사실기시험과 의료커뮤니케이션의 변화’를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박 교수는 “실기시험 도입으로 의료커뮤니케이션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에서 우선적으로 이해해야 할 점은 표준화 환자 진료세팅으로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인위적인 상황들”이라며 4가지 예를 들었다.

수험생들은 ▲진료대상이 실제 환자가 아니라는 선입견을 갖고 진료를 볼 수 있고 ▲환자의 임상문제나 진단명을 미리 알고 들어올 수 있으며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진정성이 없는 피상적 행동을 보일 수 있고 ▲구조화된 시험문항별 시간 배정으로 인해 진료 종결기가 변형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시험을 치르게 된다.

실제로 자기소개, 공감 표현, 신체 진찰 시 사전설명에서 많은 수험생들은 상투적인 말을 환자의 기분이나 세팅에 상관없이 구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담 초기에 환자와 친근해지려는 목적에는 ‘학생의사 아무개입니다’라고만 소개하고, 이어서 ‘추운데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정도로 간단한 표현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신체 진찰을 하기 전에 “청진기가 차가울 수 있습니다”라고 말은 하지만 정작 청진기를 의사 자신의 손에 쥐고 차갑지 않게 하는 동작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박훈기 교수는 “시험장에 입실하기 전 해당 임상 문제에 대해 무엇을 물어볼 것인가를 미리 적거나 현재 병력의 질문 항목을 약자로 적은 메모판을 보면서 취조식 질문을 하는 수험생도 있었다”며 “이렇게 되면 판에 박힌 질문만 하게 돼 대화 분위기가 딱딱하고 어색하게 흘러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환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구성되는 표준화 환자의 시나리오는 평가 목적에 따라 대사 제공 단위가 달라지고 채점 항목을 기준으로 대화 방향이 정해진다. 따라서 수험생 입장에서는 개방형 질문 보다 폐쇄형 질문으로 확인 질문을 해야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한계가 발생한다.

박훈기 교수는 “수험생들은 이러한 표준화 환자의 속성을 미리 알기 때문에 환자가 스스로 이야기를 풀어가게 하는 환자 중심 면담보단 의사가 구체적 질문을 만들어 정보를 확인하는 의사중심 면담을 자주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CPX 항목에서 수험생이 제대로 평가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험 문제에 대한 사전 정보로 생긴 선입견을 최대한 배제하고 표준화 환자를 실제 환자로서 대하는 것이 요령이다.

이를 위해 각 의과대학에서도 실기시험 준비를 위한 목적의 집중 교육 보다는 의대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의료커뮤니케이션, 임상 추론, 환자 진료 실습교육 체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훈기 교수는 “신체 이상 소견의 시뮬레이션이나 실제 환자의 정서나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는 표준화 환자이더라도 실제 환자처럼 진료를 수행해야 올바른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빈기자 cucic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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