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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병원 '젊은 외과' 지켜봐 달라"
[ 2010년 03월 22일 03시 28분 ]
서울대병원에서 정신없이 인턴 생활을 하던 시절 접했던 외과 치프(Chief). 외과 치프가 마냥 멋있어 보여 외과를 택했다는 그. 군의관을 마치고 첫 부임한 병원. 하지만 너무나도 단조롭고 수월한 생활이 싫어 사표를 냈다. 새로 발길을 들인 곳이 바로 원자력병원. 때는 1996년. 그로부터 10여 년 이상 원자력병원 외과의 ‘만년 7과장’으로 재직하며 대한민국 유방암 수술의 한 축을 맡아왔다. 실력있는 그를 콜(Call) 하는 병원이 늘어났다.삼고초려 끝에 대형병원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결심했다. 보고하는 순서만 남았는데 운명의 사건이 터졌다. 모시고 있던 윗 분이 다른 병원으로 간다는 것이 아닌가. 선수(先手)를 놓친 것과 별개로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명망있는 의사의 이탈이 연속되는 상황에서 유명 인사인 윗 분과 자신이 함께 떠나면 병원은 물론 외과 존립에 위기감이 필연적으로 닥쳐올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몇 날 며칠 고민했다. 약속을 깨야하는 신의(信義) 문제가 걸렸다. 그럼에도 답(答)은 남기로 결정했다.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실제 지금 후회하지 않는다. 이적을 포기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만년 외과 7과장’에서 ‘외과 전체 과장’으로 파격적인 승진을 했다. 어깨를 짓누른 책임감이 버겁게 느껴졌다. 원자력병원에서 외과는 절대적이다. 주춧돌인 외과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 다른 병원에 있던 유능한 친구(외과 위암)가 그와 동행키로 뜻을 합치했다. 스타의사 이탈에서 처음으로 영입의 결과가 나왔다. 반년이 흘렀다. 평소에도 따뜻한 미소가 훈남 스타일인 그의 얼굴에 미소가 조금씩 늘었다.‘젊은 외과’를 모토로 “원자력병원의 새 역사(歷史)를 쓰겠다”고 다짐한 노우철 원자력병원 외과 과장을 만나봤다.
[편집자주]
노우철 과장은 지난 1996년 원자력병원에 외과 과장 자리가 생기면서 본격적인 칼잽이 길을 걸었다. 당시 막내 생활을 5년 정도 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정말 많은 수술을 했다”고 할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비록 암 전문 병원이었지만 응급환자 역시 도맡았다.
유방암도 집중적으로 배웠다. 몸은 힘들었으나 유능한 선배들의 뛰어난 스킬을 접하면서 고개가 끄떡인 적이 여러 번. “이 병원 괜찮구나”라는 환상(?)에 빠져들면서 그의 칼 솜씨는 점점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미국 M.D 앤더슨 센터에서 1년 반의 연수도 보람이 컸다. 좋은 파트너를 만나 한국에서 접할 수 없는 연구와 기초 분야를 경험할 수 있었다. 당시 연수기간 공부한 것을 논문으로 발표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귀국 후 백남선 병원장 밑에서 젊은 나이에 과분한 유방암 케이스를 수술하면서 명망이 쌓여졌다. 전적으로 환자가 100% 여자인 분야에서 환자들의 신뢰도 역시 회자되기 시작했다.
"외과는 원자력병원 마지노선-원상 복귀 전력 기울일터"
하지만 개인적인 이력이 날갯짓을 할 때 병원은 대외적으로 위기가 닥쳐왔다. 병원의 가장 핵심인 외과에서도 금이 가더니 군데군데 담벼락이 무너졌다. 스타 의사들의 탈출이 이어진 것이다. 번민이 이어졌고 그런 과정을 겪으며 지난해 9월 외과 과장의 자리를 맡았고 새로운 그림을 그려 나가야 했다.
노우철 과장은 “대형병원의 발전과 더불어 원자력병원 같은 곳도 발전돼야 국가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히지 않겠냐. 내가 원자력병원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믿었기에 남았고 지금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현재 외과는 스탭 11명, 각 파트별 펠로우가 4명 있다. 원자력 외과 인지도가 명불허전(名不虛傳) 인지 다른 병원처럼 전공의 수급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 다만 스탭들의 임상경험이 아직 부족하고 인지도가 낮은 것이 현재로선 극복해야 할 과제.
이와 관련, 노우철 과장이 내건 모토가 바로 ‘젊은 외과’. 일장일단이 있지만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열정과 패기로 뭉친 영 서전(Young Surgeon)들이 갖고 있는 실력을 백분 발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사고의 틀을 기존과 다른 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하면서 외적 규모의 팽창보다는 조직 안정화를 우선할 방침이다.
노우철 과장은 “과의 선결 과제가 유명 의사들이 빠진 것을 복구하고 이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인데 이는 어느 정도 됐다. 앞으로 1~2년 정도 지나면 예전 최상의 시절로 정상화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인터뷰 도중 큰 눈에 호탕한 웃음기를 자주 보인 노 과장은 미래 비전을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비장함이 느껴졌다. “외과가 무너지면 원자력병원이 무너집니다. 젊은 외과가 대외적 인지도가 낮아서 그렇지 1~2년 후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입니다. 우리가 반드시 환자들에게 선택받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전력할 생각입니다.”
"동문들과 유대관계 강화 노력"
노 과장은 젊은 의사들과 비전을 설계하고 공유하면서 대외적으로는 병원 출신 동문들과의 교류를 새롭게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유대관계 강화가 목적. 그동안 내부 살림에 치여 외과 의국을 거쳐 간 동문들을 생각하는데 너무 소홀했기 때문이다. 의국 출신은 약 50명.
노 과장은 “여기서 마치고 나가 잘된 분들이 많다. 동문 수첩 제작, 연자 초청 강의 등 잊고 살았던 시간을 복기(復棋)하며 의국원들과의 친교 시간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평소 잘 들을려고 한다”는 자세로 열린 마음을 강조하는 노우철 과장. 조직이기 때문에 수평과 수직적 관계가 존재하지만 "직장은 재미있고 즐거워야 한다"는 신념은 그가 평생 지켜온 원칙이다. 그는 “외과의 모든 식구들이 서로 존종하고 배려하면서 외과가 다시 비상(飛翔)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과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김선영기자 ks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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