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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감염학, 亞 선도 등 세계 최고 수준"
[ 2010년 03월 30일 21시 46분 ]
지난 1969년 미국 공중위생국 국장은 “전염병의 시대는 갔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1980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지구촌에서 천연두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인류는 마침내 전염병과의 싸움에서 이길 것이라는 장밋빛 꿈에 젖어들었다. 하지만 그 꿈이 오만(傲慢)에서 비롯된 환상(幻想)이었다는 것을 아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항성제 내성이 인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부각됐다. 특히 항생제 내성은 세계적인 공통 문제이나 한국을 비롯 아시아 국가들이 더욱 문제가 됐다. 여기에 에볼라 출혈열, 홍콩 조류독감, 광우병, 사스 등 신종 전염병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국내에서도 1970년대 사라졌던 ‘전염병 내과’가 1980년대 ‘감염내과’란 새 이름으로 태어났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송재훈 교수. 그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1983년 졸업, 1990년 서울아산병원에서 당시로서는 미개척 분야였던 감염내과에 발을 들여 놓았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감염학을 전공하는 이는 전국적으로 10여 명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했다.[편집자주]

본격적인 감염학 연구
송재훈 교수는 1990년부터 홀로 감염을 전문적으로 진료, 연구하기 시작했다. 당시 1000병상에 달했던 서울아산병원에 내부적으로 의뢰되는 모든 환자들을 돌봤다. 송 교수는 감염내과로 의뢰된 환자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책임지고 진료하는 미국식 협진 방식을 도입했다.

감염학을 막 시작한 송 교수는 첫번째 연구 과제로 흔한 전염병이었던 장티푸스의 새로운 진단법을 개발하는데 착수했다. 그가 착안한 방법은 장티푸스 원인균인 살모넬라 균의 특이 유전자를 PCR로 증폭, 균(菌) 존재를 규명하는 방법으로 그 당시 장티푸스 진단에 이 방법을 이용한 세계 최초의 연구 보고였다. 성공적인 연구 결과는 1993년 미국 미생물학회지에 게재됐다.

이는 국내 감염학자가 국내에서 한 자체적인 연구로 미국 학회지에 실린 첫 번째 논문이다. 감염학을 시작한 지 불과 2년된 젊은 학자의 이런 업적은 당시 국내 감염학계에 신선한 자극이 됐다. 지금은 외국 학술지에 논문을 싣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나 20년전 만해도 특히 임상 감염학 분야에서 외국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이후 송 교수는 세계 최초로 ‘중합효소연쇄반응’을 이용해 환자 혈액에서 장티푸스의 원인균을 검출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1996년에는 아시아 12개국이 항생제 내성을 공동으로 연구, 대처하기 위한 국제연구기구인 ANSORP를 조직했고 2년마다 서울에서 항생제 내성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다. 또 아시아태평양지역 국제 연구재단인 ARFID를 설립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제2의 시작과 'ANSORP' 창설
송재훈 교수는 1993년 미국 메이요 클리닉에서 연수를 마치고 1995년 개원한 삼성서울병원으로 적을 옮겼다. 그 곳에서도 감염내과를 개설, 초대 과장으로 새 출발했다. 이후 10년간 감염내과 과장을 지내면서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가 임상진료 및 연구, 학생과 전공의, 전임의 교육에 있어 국내 최고로 자리잡는데 크게 기여했다.

연구는 메이요클리닉에서부터 준비했던 항생제 내성 관련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는 특히 '항생제 내성'이 다른 전염병들처럼 국가 간 전파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아시아 지역에서의 항생제 내성 연구와 대책 수립을 위해 '국제협력연구기구'를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국제협력연구기구를 만들겠다는 송 교수 생각은 당시로서는 황당할 수도 있었으나 그는 6개월여 동안 아시아 각국의 연구자들과 접촉하고 이 기구의 필요성과 기대효과 등을 열심히 설득했다. 그 결과 마침내 1996년 1월 아시아 11개국 14개 병원의 의학자들이 참여하는 ‘항생제 내성 감시를 위한 아시아 연합’(Asian Network for Surveillance of Resistant Pathogen, ANSORP)'이라는 아시아 최초의 감염학 국제 공동 연구기구를 설립하는 데 성공했다. 송 교수는 ANSORP 조직위원장이자 대표로서 아시아 감염학자들을 이끌면서 국제공동연구를 기획하는 등 이 지역의 항생제 내성 현황을 알려 나갔다.

아시아태평양감염재단(APFID) 설립
송재훈 교수는 ANSORP 연구 활동을 토대로 또 다른 국제적인 활동을 펼쳤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감염질환과 전염병 퇴치 및 항생제 내성에 관한 연구와 이의 예방 관리를 위한 국제 공조 활동을 더욱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아시아 태평양 감염재단(Asia Pacific Foundation for Infectious Diseases, APFID)’을 설립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업적은 감염 질환 및 항생제 내성 분야 연구 정보와 국제적인 학술 교류를 위한 ‘항생제와 항생제 내성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International Symposium on Antimicrobial Agents and Resistance)’ 창설 및 성공적인 개최다. ISAAR는 비단 감염 뿐만 아니라 모든 학문 분야를 망라해 한국인 학자가 창설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국제 학술대회로 손꼽힌다. 불과 2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거둔 ISAAR의 성공은 이 분야에서 저명한 교수들도 감탄한다. ISAAR는 이젠 전세계 항생제 관련 학술 행사 중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APFID 새로운 국제프로그램 ‘I care’
지난 10여 년 동안 ANSORP 국제 공동연구와 ISAAR 국제 심포지엄을 토대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항생제 내성 문제 연구와 학술활동을 주도했던 송재훈 교수는 2010년 아시아 지역을 망라하는 새로운 국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I care(Initiatives to Control Antimicrobial Resistance)’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항생제 내성 관리를 위한 국제적인 이니셔티브라고 할 수 있다. ‘I care’라는 의미처럼 아시아 각국에서 항생제 내성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걱정하는 국제적인 캠페인으로 기대된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시행되는 국제적 캠페인성 프로그램인 ‘I care’는 역시 한국이 주도해 아시아 14개국에서 금년부터 2011년까지 2년동안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송 교수는 APFID라는 국제 연구재단을 통해 국제공동연구 프로그램인 ANSORP, 국제학술대회인 ISAAR, 항생제 내성 관리 국제 캠페인 프로그램인 I care를 총괄해 아시아 지역의 감염학 및 항생제 내성 연구를 이끌어 나가고 있고 한국의 수준을 세계 최고로 끌어 올려 놨다.

‘연구하는 의사’ 송재훈 교수
향후 더욱 주목해야할 부분은 탁월한 연구 실적을 이뤄내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그의 포부다. 사실 송재훈 교수는 진료 결과를 토대로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내놓는 ‘연구하는 의사’로 유명하다. 단순히 청진기를 들고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의 이미지는 이제 점점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해외에서 논문 성과를 내지 못하면 국내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요즘의 추세다. 1970, 80년대 의사들이 해외 선진 의료기술을 익히기 바빴던 것에 비하면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그가 줄곧 진료와 연구를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삼성서울병원이 ‘연구전담교수 제도’를 도입한 것도 의료진들의 이러한 노력이 이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서울병원 싱크탱크, 이번엔 국제진료센터 기획
최근 삼성암센터 오픈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외국인 전용 병원 설립의 꿈을 키워왔던 삼성서울병원은 삼성국제진료센터 설립추진본부를 신설, 의료원 송재훈 기획조정처 처장을 기획단장으로 발령했다. 그는 2003년 삼성서울병원 홍보실장을 시작으로 2004~2008년 기획조정실장, 2008년 8월부터 새롭게 출범한 삼성의료원의 초대 기획조정처장을 거친 터줏대감이다.

그리고 2010년 1월에는 삼성의료원 미래 발전의 신성장동력인 삼성국제진료센터 설립 기획단장으로 또 하나의 꿈에 부풀어 있다. 현재까지 주요 보직을 맡아 삼성서울병원의 굵직한 사업 모델에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해왔던 송 교수가 앞으로 어떠한 연구, 행정 분야에서 어떠한 활약을 펼칠지 주목된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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