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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갑론을박 수년째, 침구사 뜸시술 어떻게 봐야 하나
[ 2010년 04월 02일 09시 40분 ]
한의협 vs 김남수, 법정공방 끝나지 않는 논쟁

예부터 뜸(灸)시술은 온열적 자극을 통해 일정한 생체반응을 일으켜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기여하는 한방 특유의 시술방법이다. 뜸시술은 침(針)시술과 함께 한방의술에서의 물리요법으로서 오랜 전통과 역사 속에서 연구 발전돼 왔다. 뜸시술 영역은 한방에서 없어서는 안 될 분야로 자리매김해 왔으나, 최근 한의사가 아닌 침사의 뜸시술로 양측의 신경전이 팽팽하다. 본격적으로 첨예한 대립을 보인 것은 지난 2008년 가을. 서울시에서 김남수 옹에게 자격정지처분을 내렸고 즉시 취소소송으로 이어지는 등 법정 공방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은 이 논쟁은 한의계 안팎으로 떠들썩하다.

〉〉 ‘뜸시술 자율화’ 법안 발의에 들끓는 한의계
최근 한의계가 침사의 뜸시술에 대해 또 다시 논란으로 들끓었다. 지난 2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주선 의원이 한의사·구사만이 아닌 침사도 뜸시술을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면서다. 한의계에서 ‘뜸시술 자율화’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이미 민주당 김춘진 의원은 지난 2008년 12월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뜸시술의 자율화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으며 이듬해 2월 동료의사 11명과 함께 의료기사의 종별에 침구사를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침사의 뜸 시술에 대한 논쟁은 이미 수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구당 김남수(95)옹으로 대표되는 뜸 시술 자율화를 주장하는 측과 한의계에 대한 논란이 법정 다툼으로 이어져 왔으며 최근 박주선 의원 법안 발의로 인해 또 다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이 법안의 주요 골자는 침사는 보건복지가족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구사의 업을 할 수 있도록 의료법 제81조 제1항에 단서를 신설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침과 뜸의 경우 한의사만이 시술할 수 있는 의료 행위로 규정돼 있다.
지난 1953년 한의사 제도가 신설된 이후 1962년 의료법 개정으로 폐지된 침구사 제도 부활과도 맥이 닿아 있어 한의계를 둘러싼 공방은 쉽사리 해결될 기미가 없어 보인다.
현재 침구사는 의료법에 따라 1962년 이후 단 한 명도 배출되지 않으며, 그 이전에 자격을 취득한 침구사는 50여 명에 불과하다. 그 중 현재 합법적으로 뜸시술을 하고 있는 침구사는 8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2월 11일 성명을 통해 침사에게 구사의 업인 뜸시술을 허용하는 것은 국가보건의료체계를 뒤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리고 국민건강과 생명에 큰 위해를 입힐 수 있는 이 법안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활을 건 일생일대의 투쟁. 며칠 뒤 개최된 제1, 2차 보건복지가족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한의사협회 김현수 회장은 국회를 방문해 법안 폐기에 총력을 다 했다.
결국 복지위원들은 박주선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복지위 전체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한의계에서는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었다.
‘일개 특정인을 위해 법을 제정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 ‘침사와 구사는 엄격히 구분된 자격으로 침사에게 별도로 구사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법을 만드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다.

〉〉 침구사 제도의 탄생과 폐지
한의사협회는 “침사가 뜸시술을 하는 것은 현 제도에서 불법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침사 김남수 옹(1915년생)은 “의료법 어디에도 ‘침뜸은 한의사들만 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며 맞서고 있다.
김남수옹은 지난 1937년 23살 되던 해 침사 자격을 얻어 한 평생을 침과 뜸을 놓으며 진료를 보고 있다. 수차례 최근 방송과 위암으로 사망한 탤런트 고 장진영씨 등이 그의 손을 거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한의협은 김 옹의 시술을 두고 불법 의료행위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한의협은 지난해 12월 침구사 및 침, 뜸, 한의학 관련된 내용의 설명 자료를 배포, 불법의료행위 근거를 제시했다. 자료에 따르면 침구사 제도는 지난 1913년 일제치하 당시, 한의학을 말살하려는 조선총독부에 의해 재공포된 의생규칙(醫生規則)에 의해 한의사는 의사(醫師)가 아닌 의생(醫生) 신분으로 격하됐다.
그 다음해인 1914년 전통의학을 폐지한 일본은 일본인들의 조선 진출을 돕기 위해 그들의 제도인 침술, 구술 영업 제도를 이식시켜 대다수를 일본인으로 구성했고, 1922년 안마술, 침술, 구술 영업취제규칙을 개정했다. 이 후 1944년 침술, 구술 영업자가 침사, 구사로 명칭을 변경했지만 1946년 해방 후 미군정청 후생부의 결정에 따라 해당 규칙 효력이 정지됐다. 침술, 구술 영업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1951년 8월 25일 ‘국민의료법’ 제정을 계기로 침구 행위는 정통성을 이어받은 한의사의 임무가 됐고, 2002년 한의사 전문의 제도 시행 이후 침구과 전문의가 배출, 2008년 침구과 전문의는 308명이다. 요지는 1951년 일제시대 때부터 침사, 구사 자격증을 가지고 활동하던 사람들에게 정규 교육과정을 밟지 않더라도 일정 자격 기준을 갖추고 시험을 통과한 사람에 대해서 한의사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하지만 당시 제도권으로의 편입을 거부하고 침사, 구사 자격증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해당 자격증에 적용된 시술만 할 수 있도록 했다. 규정에 따르면 침사 김남수옹은 구사 자격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진료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의협 “명백한 무면허 의료행위” vs 김남수옹“일반인 수련받으면 가능”

〉〉 한의계와 김남수 옹측 쟁점은
한의계 주장은 침사의 뜸시술은 무면허 불법 의료행위로서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김남수 옹측은 뜸 시술은 단시간 수련으로 누구나 쉽게 시술할 수 있고 부작용도 거의 없으며 치료효과는 매우 뛰어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한의협은 수차례 성명을 통해 “침 뜸의 경우 해부, 생리, 병리학 등 인체 전반적인 특징과 진단을 할 수 있는 다방면 기초 의학 부작용 사례 등을 교육받은 후 시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작용 사례도 언급, 무자격자의 뜸 시술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반면 뜸시술 자율화를 주장하는 측은 뜸시술은 의료비 부담을 덜 수 있는 수단으로 노인 질환의 급증으로 뜸시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가난한 노인들에게 더 없이 좋은 의술이라는 것.
뜸사랑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그동안 연간 15만명, 누적 약 100만명에 이르는 어르신들과 어려운 이웃들이 혜택을 받았고, 제도권 의료인들에 비해 부작용도 없었던 이 시술에 대해 터무니 없는 이유로 고발을 일삼는 한의사단체의 행위는 전 국민의 공분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 자격 취소에 법정 공방…끝없는 논쟁 중
김남수측은 지난 1월 2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진료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잘못이 있다면 법에 의해 처벌받아야 하지만 의료법 어디에도 ‘침뜸을 한의사들만 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고 강변했다.
대법원(1961.10.19.선고 4292행상122)은 ‘국민의료법상 한방의료행위에 침술행위가 포함되지 아니하며, 한의사 면허를 가진 자가 면허 없이 침술을 실시할 수 있는 근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그 이후에도 한의사와 침구사를 구별하는 법령의 체계는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현행 의료법도 제5조에서 한의사 제도를, 제81조에서 의료유사업자인 침구사 제도를 각각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즉, 침술과 구술은 한의사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얘기다.
침구사 제도는 이처럼 수년간 거듭된 공방에도 논란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법적 공방의 시초는 지난 2008년 가을. 서울시는 침사 김남수 옹에게 의료법 27조 1항 위반 혐의로 45일 자격정지처분을 명했다.
김남수 옹측은 이에 불복하고, 자격정지처분 취소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구사(灸士) 자격 없이 뜸 시술을 한 침사(鍼士)에게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정당하다”며 결국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김남수 옹이 대표로 있는 ‘뜸사랑’ 단체 회원들은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 의료법 25조1항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사회교육원 등에서 침구교정 요법 과정과 대체의학건강관리지도자 과정 등을 수료한 점을 들어 “진맥 등은 정당한 시술행위이며 이를 금지한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논리다. 앞서 헌재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일률적,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치료 결과에 관계없이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것은 ‘대안이 없는 유일한 선택’”이라며 수차례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12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무면허 의료행위 위헌제청 공개변론의 자리가 마련돼 양측의 다양한 의견이 수렴됐다. 뜸사랑 회원 대리인 황종국 변호사는 “현대 의학이 모든 질병을 완벽하게 치료할 수 없고, 선진국에서 의술의 한계를 인정해 대체의학을 찾고 있다”며 “한의학이 모든 대체의학을 독점하고 있는 것은 과잉규제”라고 말했다. 그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무조건 금지할 것이 아니라 위험성 등에 따라 허용되는 행위와 안 되는 행위를 구별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국민건강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정부로서는 부작용 발생 위험이 있는 의료행위를 일률적으로 막을 수밖에 없음을 호소했다. 복지부측 박혁 변호사는 “의료행위란 의료전문가가 행하지 않으면 공중위생안전에 위해가 되는 행위”라며 “생명에 경외심을 체계적으로 교육받고 상당기간 임상실습을 거쳐 국가 검증을 받은 사람이 해야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은지 기자 nej3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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