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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치던 시절 옛일"…청산에 살으리랏다
[ 2010년 04월 08일 21시 59분 ]
2002년 4월말 경 소위 ‘잘 나가던’ 한 대학병원 과장급 의사가 난데없이 고향으로 내려갔다. 그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었던 많은 사람들이 여러 추측성 이유를 떠올리기도 했다. 건강, 좌천 등 일신상의 문제에서 일반인이 생각할 수 있는 범주의 이유들이었다. 그러나 이 사람은 그저 타향살이가 지겹고 외로워 고향으로 돌아간 것뿐이다. 머루, 다래를 먹고 청산에 살기 위해…. 주인공은 안동병원 비뇨기과 과장 김동선 박사다. 데일리메디가 고향인 안동에 내려가 안동병원에서 8년 동안 근무하고 있는 김동선 박사에게서 사연을 들어 봤다.
대학병원 과장 자리를 내려놓기까지
안동이 고향인 김 박사는 적십자병원과 강북삼성병원에서 1, 2년을 있었던 것 빼고는 레지던트, 펠로우, 조교수 생활부터 과장에 오르기까지 2~30년간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 적을 두고 있었다. 2002년, 고려대병원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내려갈 때까지도 학회와 연구 활동을 활발히 했다.
정력적으로 활동하던 김 박사는 아내와 자녀들을 호주로 유학 보내고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게 됐다. 친한 사람들과 부모가 안동에 있고, 혼자 3년 이상을 지내다 보니 어느덧 김 박사는 외로움을 느꼈다고 했다.
김 박사는 “혼자서 오래 지내다 보니 휴일이나, 시간이 날 때 부리나케 고향으로 내려와 친구들과 어울리는 때가 차츰 많아졌다”면서 “그 때부터 내가 노벨상을 탈 것도 아닌데 홀로 서울에서 이러고 있을 필요가 있는가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선후배, 동료들과 키워주신 교수님이 많은 터전을 쉽게 떠날 수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고생해서 밟아온 발자취를 지속할지 번민의 나날이 지속됐다. 고민 중에도 고향에는 계속 오가다보니 안동에도 소문이 나 어느 날 안동병원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1년 넘게 고민해온 김 박사는 적극적인 생각으로 “안동병원에서 제2의 인생을 살아보자”는 마음을 굳히게 됐다.
주위의 반대가 심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아내는 외국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있어서 반대할 입장이 아니었고 부모님께서 많이 아쉬워하고 걱정했지만 되레 당신들 곁에 오니 더 좋아하셨다”고 답했다.
안동병원 비뇨기과장으로서의 생활
김 박사는 안동병원에서의 생활을 “프로의 세계”라고 칭했다. 대학병원에 있을 때는 일주일에 3~4번을 외래에 할애하고, 나머지는 수술과 연구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일이 아닌 게 태반이다. 각종 총무 활동을 맡아야 하고, 학회에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그는 “전체 쓸 수 있는 시간의 70%를 잡다한 일들에 써야 하는 것에서도 회의가 들었다”며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칠 일이 없으니 심도 있는 학문을 떠나 실제 적용해야 하는 세계에 들어온 것 같다”고 전했다.
안동에서도 김 박사는 바쁘다. 소외받은 독거노인들을 지원하고, 사람들 정황에 맞게 최선을 다해 치료하는 것에서 의미와 보람을 찾았다. 지방에는 우수한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해결하지 못했던 질환들이 있을 때 큰 곳을 갔던 사람들을 그가 내려와 해결해 준 것이다.
김 박사는 “우리나라 의료계가 발전하려면 대형병원도 중요하지만 지역 병원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지방에 질 좋은 병원들이 포진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왔던 8년 전과 지금은 안동병원의 여건이 많이 달라지기도 했다.
당시 대학교수 출신 의사가 한 명도 없었던 것이 지금은 6~7명까지 늘어났다. 군을 마치고 바로 오는 초년병의사만 넘쳐났던 시절에 비해서는 일취월장한 셈이다.
김 박사는 “지속적으로 발전하도록 이사장님이 많이 노력하고 있고, 그런 뒷받침이 있어 병원 발전이 가능했다”면서 “대학에서 했던 큰 수술, 연구들을 이제는 여기서도 할 수 있게 됐으나 지금은 가능한 이 모든 일이 처음부터 갖춰진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안동병원의 또 다른 비뇨기과 과장인 심강수 박사도 고려대 안산병원 비뇨기과 과장을 역임했던 김 박사의 후배다. 심 박사가 오기 전에 선배인 김동선 박사에게 상담을 의뢰하기도 했다.
“후회나 미련은 없지만 불편하고 아쉬운 것…”
대학병원에서 지역병원으로 돌아간 김 박사는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고민했기 때문에 내가 내렸던 결정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중소도시에서 적잖이 살다보니 지역 격차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보이기는 한다”면서 “다른 과장들을 보면 자녀가 중고생이 되면 대구에 집을 두고 일주일에 두 번 집으로 들어가는 사람, 서울에 가족이 있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안동에서 오래 자란 그를 동네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자신이 알지 못해도 그를 아는 사람이 많은 곳이고, 양반동네다 보니 일거수일투족이 조심스럽다.
문화생활을 제대로 즐길 수 없는 것도 아쉬운 점 중에 하나다. 음악회나 전시회 같은 활동을 좋아하는 김 박사는 고향에 내려와서는 문화예술 활동을 일절 못하게 됐다.
김 박사는 “서울에 있을 때는 한 달에 1~2회씩 음악회도 갔는데 여기는 그런 활동을 할 수가 없다”면서 “KBS 교향악단이 안동에 왔을 때 한 번 간 것을 빼고는 기회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대신에 다른 취미활동이 생겼다. 주변에 널린 산을 오르기 시작한 것. 서울에서 즐기던 골프를 끊고 산을 좋아하게 됐다.
김 박사는 “여기에 와서 등산을 시작했다”면서 “서울에서는 엄두도 못 냈지만, 안동에서는 인근에 산이 워낙 많다보니 차타고 15분이면 바로 등산로에 진입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산을 좋아하다보니 암벽 등반도, 산악자전거도 시작하게 됐다. 바쁘지만 시간이 나는 대로 새롭게 생긴 취미활동을 한다. 등산을 시작한 이래로 히말라야도 3번이나 올랐다.
“매일 새롭게 발전하는 의학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은 사실”
김 박사는 “서울에서는 이틀에 한 번 꼴로 발표를 하고 토의를 하지만 여기서는 그렇게는 못하게 됐다”면서 “1~2년 있어보니 정보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늦어지는 것을 체감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의학은 영원히 발전하는 학문인데 2~3년 지나보니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입장이다. 인근에 600병상 병원이 있는데 협력을 통해 분기별로 토의하는 자리를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
새로운 정보에 대한 꾸준한 자극과 접촉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서울과 다른 점이라면 서울에서는 마련된 자리에 직접 참석하면 됐지만 안동에서는 그가 조직부터 맡아 공부하는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선 박사에게 고향이란…
김 박사와 같이 귀향을 원하는 사람에게 그는 해줄 말이 있다. 그는 “50살 가까이 돼서 고향으로 돌아가 편안하게 놀면서 생활하겠다는 마음이라면 귀향을 추천하지 않겠다”며서 “대학병원에서는 레지던트 등에게 시킬 일들을 매사 놓치는 것 없이 자기 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다 해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여유롭지만은 않은 고향 행(行)을 택할 수 있었던 그에게 고향의 힘은 뭘까?
김동선 박사는 “노벨상을 탔건, 유명한 업적을 성취했건 간에 맨 처음에 알리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곳은 고향”이라면서 “자신이 잘 됐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곳이 내가 살던 터전이며 그게 나에게는 고향의 의미”라고 역설했다.
김성은 기자 kse@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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