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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족 출산 증가를 통해 본 '희망'
[ 2010년 04월 09일 21시 42분 ]
지난해 우리나라 신생아 숫자는 4년 만에 최저 수준인 44만 5천명에 그쳤으며, 출산율은 OECD 평균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 1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숫자를 뜻하는 합계출산율 역시 1.15명으로 전년보다 0.04명이 준 수치다. 이처럼 사회가 ‘저출산 쇼크’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총인구 대비 비율이 2009년 0.56%, 2015년 1.05%를 넘어 2050년에는 5.11%로 급격히 높아질 것이라는 현 저출산 현상의 해결사, ‘다문화가족’군이 존재한다. 현재는 그 규모가 27만 2000여 명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인구감소폭을 25%나 줄인다는 연구 결과 역시 나왔다. 이방인처럼 느껴졌던 다문화가족이 저출산 현상을 완화시키는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다문화가족 분만이 이뤄지고 있는 농어촌지역 및 서울지역 병원의 모습을 통해 그 미래상을 미리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영광종합병원
다문화가족 출산↑…농어촌 살리는 제2의 애국
영광, 함평, 고창에서부터 찾아온 산모들이 배를 쓰다듬으며 앉아있다. 생김새가 비슷비슷한 얼굴들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뭇 다르다. 한국인 여성들과 더불어 베트남, 중국, 필리핀 등지에서 온 외국인 산모들이 적잖게 모여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출산을 위해 영광종합병원으로 온 다문화가족의 여성들이다.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 간 다문화가족 산모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다.
2000년에서 2002년까지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온 산모들의 분만율은 전체의 5~10%, 2007년에서 2008년까지 필리핀과 캄보디아 산모의 분만율 또한 30% 정도였다. 작년과 올 3월 초까지 집계된 비율은 약 40%. 한국인가족 분만과 다문화가족 분만 비율이 대략 6:4 정도인 것이다.
현재 영광종합병원 산부인과를 홀로 이끌고 있는 이동현 과장은 “한국인의 출산율은 크게 보면 3~5년 정도부터 피부에 와 닿는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반면 다문화가족 출산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점이 놀랐다”고 설명했다.
영광을 비롯한 근처에 다문화 가족 인구가 상당히 많아지면서 지역색을 반영하듯 자연스레 다문화가족의 출입이 늘었다는 것이다. “외국 산모들을 보면 진행이 잘 안 돼 수술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자연분만을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분만 시 힘이 많이 들긴 하지만 인내심들이 대단한 것 같았습니다. 베트남이나 필리핀 등지에서 온 산모가 초산일 경우 자연분만과 제왕절개수술의 비율이 약 7:2 수준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작년만 따지면 한 달 평균 15~20명 정도 분만을 진행, 그 중 보통 한국인이 10명이면 다문화가족은 7명으로 그 비중이 컸다. 올해의 경우는 다문화가족 출산이 더 많은 상태다. 3월11일에만 다섯 명 출산 중 무려 4명이 다문화가족 분만인 것이다.
“한국인 가정의 출산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씁쓸하고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처음에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인식이 보편적이지 못해 다소 심적으로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워낙에 많은 분들을 만나다 보니 익숙해졌고 이제는 같이 살아가는 우리네 사람들이란 생각이 듭니다.” 24시간 산부인과를 가동하는 곳은 근방에 영광종합병원이 유일해 이동현 과장은 늘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고 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큰 탈 없이 운영되고 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를 사고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일상이 돼버렸다는 토로가 이어진다.
“언제는 한번 베트남 산모가 새벽에 진통이 와서 봤더니 상황이 심각해 급작스럽게 도시쪽 대학병원으로 보내야 했어요. 이송체계가 사실 부족해 고비가 올 때도 있지만 다행히 잘 넘기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문제가 될까봐 무섭고 겁이나 등골 시릴 때가 많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죠.”
응급상황 발생에 대비, 확실한 체계를 갖추고 점차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외국인 산모를 위해 분만뿐만 아니라 외래에도 이들을 보다 편안하고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도록 코디네이터 및 의료인들이 더욱 보강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저출산은 심해지고 다문화가족 출산이 늘어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사회적 현상인 것으로 보여져요. 그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특히 농어촌지역을 살릴 수 있는 희망으로도 여겨집니다. 제2의 애국자들이 아닐런지요.”
제일병원
“다문화가족 영역 갈수록 넓어질 것”
서울 중구 한복판에서 다문화가족을 찾기란 농어촌지역에 비해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농어촌 지역의 다문화가족 비율이 훨씬 높은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분만율 1, 2위를 다투는 제일병원에서 그들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었다.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찾아오는 산모들뿐만 아니라 러시아, 영국, 미국에서 온 산모들로 이뤄진 다문화가족들이 종종 산부인과 외래진료에서부터 산전 진료, 분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받으러 이곳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병원 산부인과 내에서 외국인 산모를 주로 책임지고 있는 이시원 교수는 “미국이나 영국 등 외국인 산모들이 아기 낳는 것을 보면 정말로 감동스럽게 출산한다”면서 “출산하기까지 한국 산모들보다 요구사항이 많아 조금 까다롭긴 해도 출산하는 것을 보면 절로 감동”이라는 설명이다. 전체 대비 다문화가족의 분만율은 1~2% 정도로 큰 규모는 아니지만 그들의 출산과정을 보면 ‘임팩트’가 크다고 한다.
“특히 영어권에서 온 다문화가족들은 표현도 풍부하고 아기에 대한 애착이 강해 더욱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동남아 지역에서 온 분들은 서양권의 산모들보단 말수도 적고 의사표현도 원활하진 않지만 출산의 감동은 다르지 않죠.”수많은 산모들을 겪어 낸 산부인과 전문의지만 아무래도 한국인 산모들보단 외국 산모들에 대한 잔상이 훨씬 강렬하고 오래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경제적 여건이나 활발한 의사소통을 못해 간혹 안타까운 사연과 맞닥뜨리기도 한다.
“남편과 나이 차이가 굉장히 많이 나는 다문화 가정 여성이었어요. 남편이 많이 신경을 써 주기도 했지만 경제적으로 조금 넉넉지 않고 여러 사정 때문에 양수 검사 등 정밀 검사를 놓치게 됐어요. 출산을 해보니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기가 태어났죠. 너무 안타까웠지만 오히려 산모는 ‘제 자식이니 건강하게, 최선을 다해 키워 본다’며 서툰 한국어로 말하는데 뭉클했습니다.”
이처럼 산부인과를 찾는 많은 다문화가족들은 각자의 사연을 갖고 각자의 꿈을 품으며 한국에 정착해 자신의 뱃속으로 난 아기, ‘제 살붙이’가 곧 미래이자 희망이라는 신념으로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 쇼크, 낙태 문제로 혼란스러운 지금, 새로운 환경에서 편치 않은 문화에 적응해 살아가는 다문화가족의 출산은 결국 그들만의 꿈이 아닌 우리네 모두의 미래와도 같아 보였다.
김선영기자 ks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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