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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쌍벌제 현실화…의료계 대응 방안은
[ 2010년 04월 22일 21시 44분 ]
[분석]쌍벌제 법제화가 가시화됨에 따라 향후 이 제도가 보건의료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당장 쌍벌제 도입 저지에 총력을 기울였던 의료계가 후속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러나 의료계가 가진 패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의료계가 들고 나올 대응방안은 파업이라는 초강수 외에는 반전시킬 만한 동력이 없는 상황이다. 법안이 오늘(23일) 복지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 여론이 쌍벌제 도입에 우호적인 데다 여야 의원들이 산고 끝에 합의한 법안을 되돌릴 만한 명분이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최후의 카드로 거론되는 파업도 시기적으로 여의치 않다. 이미 두 차례 파업을 결의한 바 있는 의료계는 그 횟수가 늘 수록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경험을 충분히 터득했다. 오는 25일 열릴 대한의사협회 정기총회에서 형성될 여론이 향후 대응방안에 힘을 실을 수 있지만, 그 방향은 집행부 책임론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로비력을 총동원했던 의사단체 집행부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의료계에서 금기시된 리베이트가 공론화 됐고, 당사자인 의료인의 처벌 근거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쌍벌제는 향후 보건정책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제도의 순기능이 작동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부와 학계 차원의 연구가 미진했던 이유이기도 하다.[편집자주]

오리지널 처방 증가?…"리베이트 인정하는 꼴"
쌍벌제를 도입하면 오리지널 의약품 처방이 증가해 약제비 부담이 늘고 국내 제약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견이 반대 명분으로 거론돼왔다.

때문에 의사들이 비교적 리베이트 문제에 자유로운 오리지널 의약품을 대량으로 처방할 것이란 추측이 무성하다. 실제로 개원가를 중심으로 "오리지널 위주로 처방하겠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당장 국내 제약사 영업사원 출입을 금지하겠다는 불만도 쏟아졌다. 의협 조남현 정책이사는 지난 13일 국회 복지위 공청회에서 "의사들이 제약사 영업사원을 통해 신약 등을 정보를 입수하고 있지만, 이러한 순기능이 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쌍벌제가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봤다는 시각도 의료계 반발을 불러왔다. 실패한 제도의 산물인 리베이트를 규제로 해결하려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규모가 영세한 국내 제약사가 영업상 막대한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오리지널로 무장한 글로벌 제약사만의 잔치가 벌어진다는 주장이다.

쌍벌제의 또 다른 부작용으로 거론되는 것은 리베이트의 음성화다. 리베이트 거래 시 리스크가 커지는 만큼 그 수법이 더욱 교묘해지고 금액도 커진다는 견해다(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김양균 교수). 이러한 전망은 쌍벌제와 함께 추진되온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도'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의협은 "리베이트는 의료인의 금품 수수가 아닌 공정거래를 해쳐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이 문제의 심각성"이라며 "리베이트가 발생하면 의료기관이나 약국에 돌아가고, 없어진다고 해도 그 이익이 제약회사에 귀속될 뿐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의협은 또 "쌍벌제를 도입하면 처벌 위험부담으로 리베이트 규모가 더욱 커진다"며 "리베이트가 발생하지 않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의사가 직접 의약품을 구입하도록 하되 마진을 인정하면 리베이트가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의료계로부터 나오는 다양한 전망은 명분이 약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냈던 의료분쟁법과 달리 쌍벌제는 명분과 논리가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07년 의약품시장에서 리베이트 제공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약 2조 1800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이는 10조원 이상인 국내 제약산업 시장규모의 약 20%에 육박한다. 복지위 역시 지난해 국감에서 리베이트를 뇌물로 통칭하면서 사회적으로 유리한 여론고지를 선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쌍벌제 도입 이후 오리지널 처방이 급증한다면, 리베이트가 처방에 영향을 미쳤음을 의료계 스스로가 인정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국내 제약산업 위축 또한 리베이트 척결이라는 대의명분을 넘어서기 어렵다고 봤다.

인제대 이기효 보건대학원장은 "의료계가 억울한 심정이 많겠지만, 그에 대한 반발심리로 오리지널 처방이 증가한다면 오히려 역풍이 불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사회는 이러한 현상을 화풀이로 볼 수밖에 없다. 명분이 더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감정적 대응 자제해야"
전문가들은 쌍벌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면 수가 현실화 등 명분이 서는 대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다. 감정적 대응보단 통계로 대응하라는 메시지다.

이번 기회를 통해 리베이트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대정부 협상력을 키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이기효 학장은 "차라리 의료계가 이번 계기를 통해 자정선언에 나서고 수가 문제 등을 치밀하게 거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며 "정부가 명분을 앞세웠다면 의료계도 합당한 명분을 내놓아야 승산 있는 게임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 학장은 "의료계는 경영투명화를 계기로 그동안 정부가 소홀했던 사안들을 공식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맞다. 정부와 장기적은 관점에서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이규식 교수는 "쌍벌제 도입 이후에 대한 마땅한 연구가 없는 상황에서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독일을 예로 들면 최근까지 질병금고(보험자)가 리베이트를 일부 인정한 사례가 있었다. 비용 보전에 대한 의료계 차원의 연구를 진행한 뒤 정부를 설득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의료계가 쌍벌제 부당성을 계속 강조한다면 리베이트 자체가 제도적 모순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설득력을 잃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경희대 김양균 교수는 "쌍벌제를 도입하려면 저가구매 인센티브제가 같이 작동해 일부라도 의료인이 일정 마진을 확보하게끔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현재 가장 설득력을 얻는 주장은 쌍벌제 도입을 전제로 한 수가 현실화다. 이 같은 주장은 복지위 내부적으로도 일정 부문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변웅전 복지위원장이 지난 13일 국회 공청회에서 의협이 리베이트 순기능을 주장한 것에 대해 "영업사원 운운하지 마라. 지금 의협이 할 일은 수가 현실화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설명 : 리베이트 제공자와 함께 그에 따른 금전적 이득을 취한 의·약사 등 보건의료인을 처벌하는 것을 쌍벌제 또는 쌍벌죄라고 통칭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두 용어 모두 맞는 말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다만 쌍벌죄는 잠재적 범죄에 관한 뉘앙스를 담기 때문에 쌍벌제라는 용어가 언론 보도에 더 적합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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