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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의료서비스 기대치 너무 높아"
[ 2010년 04월 25일 21시 34분 ]
#1. 식도정맥류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한 50대 남성 A씨. 그는 내시경을 하던 중 식도에 열상이 발생했고, 이에 의료진은 즉각 내시경을 중지하고 지혈처리를 했다. A씨는 해당 의사에게 당장 원상 복구하라고 요구하며 향후 식도에 생기는 모든 질병은 의료과실에 의한 것이라는 서약서를 써달라고 주장했다.

#2. 27세 여성 B씨는 운동하다 눈을 공에 맞아 안와골절 재건술 시행, 이후 갑자기 시력저하를 호소해 응급 감압술을 시행했으나 좌안 실명됐다. 환자 및 보호자는 지인 및 동호회 사람들 등 약 100여명을 동원해 로비를 점거하고 2주간에 걸쳐 피켓시위를 벌였다.


대학병원 법무담당자가 현실에서 피부로 느낀 의료분쟁의 현주소는 어떨까.

고대의료원 이승배 법무파트장[사진]은 24일 이화여자대학교 법과전문대학에서 열린 ‘의료분쟁의 합리적 해결을 위한 토론회’에서 직접 겪은 사례를 인용해 의사-환자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환자는 무조건 의사의 과실을 의심 또는 확신하게 되고, 이에 대해 100% 또는 그 이상의 보상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에 대한 가장 큰 원인으로 환자들의 높은 기대치를 들었다.

다른 분야에서 지불하는 대가와 서비스 수준은 대체적으로 일치하고 그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유독 의료서비스에서 국민들의 기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이 파트장은 "분식집에 가서 천원짜리 김밥, 라면을 시키고 주방이 더럽네, 아줌마의 복장이 불결하네, 서비스가 엉망이네 등등의 말은 하지 않지만 대한민국의 의료현실은 이와는 정반대"라며 "환자들은 본인들이 부담하는 액수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사례 #1에서 해당 병원은 환자의 특이체질상 내시경 중 간혹 일어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미 발생한 진료비는 받지 않겠다고 통지하는 선에서 환자의 요구를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환자 측이 로비를 점거하고 대대적으로 시위를 벌인 사례 #2의 경우 병원이 입은 타격은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전언이다.

이승배 파트장은 "시위를 벌인 그 기간은 병원에 중요한 평가가 있었던 시기였는데, 환자 쪽에서 미리 정보를 입수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는 데 이용했다"면서 "병원에서는 원만한 합의로 해결하려고 했으나 대화를 거부하고 무조건 병원장의 의료사고 과실 인정을 요구하라고 해서 어려움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례로 볼 때 현재 의료현장에서 벌어지는 의료분쟁의 핵심은 입증책임이나 배상액 문제가 아닌 환자와 의사의 합의(consensus)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승배 법무파트장은 "의료분쟁조정법의 성패는 환자와 의료진의 진정한 소통의 장이 돼 서로에 대한 불신과 오해를 없애는 장치로서 기능하는 것에 달려 있다"면서 "형식적인 차트 검토 및 대리인에 의한 법률 공방이 중점이 된다면 또 하나의 옥상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은빈기자 cucic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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