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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 내부 불만 잠재우고 외부 결집 계기 마련
[ 2010년 04월 25일 21시 39분 ]
'공금 1억원 횡령설'과 '쌍벌제 책임론' 등 난타전을 예고했던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가 집행부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취재통제라는 유례없는 조치를 취한 대의원회는 당초 예상과 달리 이번 정총에서 의협 집행부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각종 의혹에 시달리던 의협 집행부는 예상 밖의 수확을 얻으면서 향후 대외 활동과 회무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

하지만 지나친 비밀주의로 일관한 이번 정총은 투명성을 강조한 시대 흐름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오점을 남기게 됐다.

싱겁게 마무리된 '1억 횡령설' = 의협 대의원회가 취재통제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은 '1억원 횡령설'이 자칫 외부로 확대될 경우 의료계가 대의명분을 잃게될 것이란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정총에서 횡령설이 뜨거운 감자였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논란이 중앙언론에까지 보도되면서 집행부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했다.

그러나 횡령설 논란은 결론적으로 싱겁게 끝났다. 대의원회는 오전 행사 이후에 기자들을 퇴청시키고 횡령설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대의원회는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윤리위원회와 집행부의 답변을 차례로 들었다.

윤리위 김종근 위원장 직무대리는 감사단과의 충돌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는 과정을 설명했고, 이어 경만호 회장이 해명했다. 경 회장은 대의원들에게 "의료정책연구소에 대한 일 처리가 일부 미흡했다. 사과드린다"며 자세를 낮췄다.

이에 대의원들은 윤리위에 징계 결의안 철회권고를, 문제를 제기한 이원보 감사에게는 사안을 확대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이 같은 제안에 별다른 문제 제기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보 감사가 수긍할 수밖에 없었던 분위기가 연출된 것이다.

특별감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표결에서 152대 38로 결론이 나 사안 확대를 경계하는 정서가 지배적이었다.

회의 직후 대의원회 김인호 대변인은 브리핑룸을 찾아 "당사자들이 더는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이번 사안은 일단락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골치 아픈 사안을 교통정리한 의협 집행부는 2억5000만원에 달하는 특별회무활동비까지 승인 받아 일거양득의 결과를 얻었다.

외부로 향한 쌍벌제 책임론 = 의협 집행부의 또 다른 골칫거리는 쌍벌제를 막지 못한 책임론이 불거지느냐 여부였다. 이 역시 의협 집행부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대의원회는 쌍벌제 입법화와 관련해 선택분업 시행과 총액계약제 논의 중단 등을 요구하며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대의원회가 채택한 결의문에는 의협 집행부를 질타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정총 초기부터 예고된 결과였다. 김재정 전 의협 회장은 "의료계가 지금처럼 뿔뿔이 흩어져서는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예전에도 집행부와 대의원 간의 마찰이 있었지만, 결정 이후에는 모두 집행부를 따랐다"며 집행부에 힘을 실어줬다.

김 전 회장은 이어 "의사에 대한 사회 분위기는 우리가 단결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가 됐다"며 "지금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죽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위기론을 강조했다. 쌍벌제 등 외부 환경이 여의치 않음을 강조하고 단합을 요구한 것이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을 제외하고 외부 귀빈이 전무했다는 점도 대의원회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장관이 의협 정총에 불참한 것은 이례적이다. 전 장관은 의협 측이 참석을 고사했지만, 복지위 여야 의원들은 쌍벌제 입법화에 부담을 느껴 참석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분분하다.

결의문에서 선택분업과 총액계약제를 언급한 것은 정부를 압박하려는 조치이며, 원인이 외부에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직선제 찬반투표 부결 =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며 의사총연합과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이 사활을 걸고 추진한 직선제 논의는 다음 기회를 기약하게 됐다.

오후 열린 법정관 회의록에 따르면 대의원들은 '의협회장 선거방식 개정'과 관련해 경기도의사회가 발의한 '직선제와 간선제에 대한 회원 찬반투표 실시' 안건을 재석 대의원 56명 중 12명의 찬성으로 부결했다.

당시 이 안건은 정관 개정사항이 아니므로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김남호 인천시의사회 대의원의 제안과 심욱섭 경기도의사회 대의원의 동의가 있었지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다수 의견에 밀렸다.

또 일사부재의원칙에도 반한다는 의견에 국회법을 예로 든 박형욱 법제이사가 힘을 실어주면서 분위기를 되돌리기 어려워졌다. 국회법 92조는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 또는 제출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의원회는 '기표소 투표를 통한 의협회장 직접 선출'이라는 안건도 56명 중 11명의 찬성으로 부결했다.

대의원회는 이밖에 △의료전달체계 확립 △1차 의료기관 육성 대책 △원격의료 관련 대책 △보건소 관련 대책 등 개원가 활성화 대책을 집행부에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다. 논란이 있던 '의협회관 신축 또는 이전' 안건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번 정총은 의협 집행부의 선방으로 마무리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다. 집행부 역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결과가 좋았음을 숨기지 않았다.

의협 한 간부는 "집행부가 이번 정총에서 비교적 좋은 성과를 얻었지만, 대의원회 정서는 다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파괴력을 발휘하진 못했지만 회의장에 진입해 피킷 시위를 벌인 전의총이 세를 과시하고 구체적인 움직임에 나섰다는 점은 향후 의협 집행부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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