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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 엇갈린 서울성모병원 쌍두마차
[ 2010년 04월 29일 22시 14분 ]
국내 의료계에서 서울성모병원의 전매특허를 꼽을 때 BMT(조혈모세포)센터와 안(眼)센터는 항상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려 왔다. 이들 진료과는 압도적인 치료율과 높은 수익성을 가져다주며 병원에 혁혁한 공헌을 해왔다. 그런데 서울성모병원을 대표하는 두 센터의 명암이 최근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새병원을 개원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두 센터는 달라진 위상을 실감해야 했다. 지난 29일 '개원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흐름은 여실히 드러났다. 그동안 건전한 경쟁관계를 유지하며 원내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던 두 센터의 현주소는 어떨까.

위상 높아진 안센터…독립병원 탈바꿈 = 서울성모병원이 개원 1주년을 맞아 야심 차게 내놓은 계획 중 하나는 안센터의 독립병원 승격이다. 현재 유일한 병원급 진료공간인 암병원 외에 추가로 병원급 센터를 개원하겠다는 것이다.

병원에 따르면 안센터는 예전 강남성모병원 건물로 이전해 별도 공간을 확보한 안병원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른바 '눈 종합병원'을 개원해 공격적인 진료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안병원은 1000여평에 이르는 3개 층을 독립공간으로 활용하며 다양한 의료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러한 계획이 구체화되면 원내 위상은 항층 높아질 전망이다.

물론 현 안센터는 치료 측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왔다. 지난 1980년 국내 최초 인공 각막이식수술을 집도했으며, 1987년에는 국산 인공수정체 개발에 성공했다. 1995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수술에 사용하는 점탄물질(Viscoelastic)을 국산화했다.

2006년과 2007년에는 인공수정체 삽입술 3000례 달성하기도 했다. 각막이식도 연간 200례 이상 이뤄진다.

다양한 진료실적을 보유하다 보니 대기실 좌석이 모자를 정도로 환자가 몰리고 있다. 수익성 높은 진료와 고난도 수술이 적절히 이뤄지는 운용의 묘도 살렸다.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는 병원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카드인 셈이다. 병원 측은 '행복한 고민' 끝에 독립병원 승격을 추진하고 있다.

홍영선 병원장은 간담회 자료에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안센터를 별도로 독립시킬 것"이라며 "원스톱 진료가 이뤄지도록 시설과 규모를 확충하고 진료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안센터에 대폭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예전에 만난 한 교수는 "수익성이나 치료 면에서 안센터의 위상은 무시할 수 없다"며 자신감을 나타냈었다.

BMT 병실 논란, 그 후 1년 = 지난해 이맘때 서울성모병원 경영진은 격양된 BMT 의료진과 긴급 면담을 가졌다. 병실 부족을 호소하던 의료진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던 중 한 교수가 환자 보호자로부터 뺨을 맞는 일이 벌어졌다.

급기야 백혈병 대부이자 원내 최고의 스타의사였던 김춘추 교수(퇴임)가 문제를 공론화하기에 이르렀다.(본지 09년 5월 8일자 보도)

문제의 발단은 여의도 성모병원을 사실상의 백혈병 4차 병원으로 끌어올린 BMT센터가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기는 과정에 전용 병실이 대폭 축소됐다. 예전 절반 수준인 108개의 무균실을 확보한 BMT센터는 구름같이 몰리는 환자를 모두 수용할 수 없었다.

병실 부족은 환자 불만으로 이어졌고 의료진은 특실이라도 쓰겠다며 경영진과 대립각을 세웠다. 갈등이 커지자 경영진은 구 강남성모병원 건물에 병실을 마련하는 방안 등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그렇게 갈등은 봉합되는 듯했다. 그러나 리모델링에 들어가는 해당 공간에 BMT병실은 마련되지 않았다.

1년이 지난 지금, 이 문제는 수면 아래로 내려앉은 듯 보인다. 그러나 해당 의료진의 사기는 말도 못하게 껶였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BMT센터는 병실이 축소된 지난해에도 260여건 이상의 이식을 집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수는 "환자들 사이에 병실이 모자라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게 현실"이라며 "후발주자인 초대형병원이 무섭게 추격하는 상황에서 3~5년이 지나서도 우위를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 교수는 "결론적으로 1년이 지난 지금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병실만 확보되면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자신감"이라며 "명성이라는 것은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병실 논란 이후 몇 차례 건의가 이어졌지만 바뀐 건 없다. 타 진료과의 눈도 있고 이제 병실 확충을 건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물론 모든 의료진이 이러한 분위기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한 의료진은 "어떠한 정치적 발언도 할 수 없다"면서 "다만 시각은 개인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진료 실적은 여의도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지난 29일 간담회에서도 BMT 활성화는 주된 관심사였다. BMT 활성화 복안을 묻는 기자들의 질의에 홍영선 원장은 "양적인 우위를 유지하는 것을 센터가 발전하느냐로 보는 것은 다를 수 있다"며 "질적인 향상도 중요하다.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치료에 성공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의료보험 수가에 기여한 것이 BMT센터의 역할이었다"고 답했다.

홍 원장은 이어 "일부 초대형병원이 우리보다 병상이 많지만, 현 1150병상인 서울성모병원을 동일한 잣대로 볼 수는 없다"며 "양을 비교하는 것은 조금 어렵다. 이제는 질적인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병상 확충이 어렵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재확인한 셈이다.

서울성모병원의 대표적인 두 센터가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은 사실상 수익성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데 의문을 달기 어렵다. 전국 5위권으로 경쟁 초대형병원보다 내세울 카드가 부족하다는 것이 서울성모병원의 고민이다. 더욱이 수십 년간 경쟁력을 유지해온 BMT센터를 활성화하고 수익성도 유지하는 것은 여전히 경영진의 몫으로 남아 있다.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센터 내에서 "비전이 없다"는 말이 나온 것은 이상하기까지 하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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