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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나병 척추염 퍼즐 맞추기 '성공'
[ 2010년 05월 06일 21시 40분 ]
교과서 그 어느 곳에도 ‘나병(한센병)에 의한 척추염’이란 문장은 없다. 전 세계적으로 학계에 단 한 번도 보고되지 않았기 때문에 척추염에서 나병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지 않은 발상이자 판단 인 것이다.
최근 세계 최초로 나병균이 척추 추간판염을 유발한 사례를 발견, 치료와 연구를 통해 학계의 또 하나의 기준점을 제시한 의사가 있다.
첫 발견이란 단어가 전해 주는 매력처럼 최근 연구실에서 만난 이대목동병원 신경외과 김상진 교수
[사진]
는 담담하면서도 다소 흥분된 듯 그동안의 의미 있는 연구과정을 고스란히 풀어놓았다.
김상진 교수는 처음 “아! 이것이라면 이야기가 된다”며 퍼즐이 풀리던 때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퍼즐의 한 조각은 이렇게 시작됐다. 몇 년 전 김 교수는 병원에서 척추염에 걸린 47세 남성 환자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MRI 결과 척추 부분에서 혹이나 고름 주머니가 아닌, 비 특이 소견을 잡아낸 것이다.
“수술 중에 보니 소견이 좀 달랐어요. 하지만 목디스크 증상이 확연해 수술을 하게 됐습니다.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해 들여다보니 뼈 모양이 울긋불긋하기도 하고 찐득찐득하기도 했습니다. MRI 결과는 정상적인 목 디스크의 경우가 아니었죠.”
김 교수는 조직을 떼어 내 검사를 진행했고 만성감염증 소견이 나왔다. 처음 의료진은 우리나라에서 유병율이 높은 결핵을 의심했다.
“결핵에 대한 PCR 검사를 바로 해봤지만 음성으로 나왔어요. 과연 이것이 무엇 때문인가. 고민에 빠졌죠.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질병은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환자를 다시 문진하기로 했습니다. 결국 그 과정에서 ‘나병’이란 사실을 알아낸 것이죠.”
흩어졌던 퍼즐 조각이 맞춰지게 된 셈이다.
“‘아! 이것이다’란 생각이 들었고 저는 곧바로 평소 잘 알고 지낸 가톨릭의대 한센병연구소 채규태 소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한센병이 척추에도 생길 수 있는 것이냐, 그동안 안 생긴다고 알고 있지 않았느냐’고 말입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채 교수는 저희 병원으로 부리나케 달려왔죠.”
전공이자 관심분야였던 이번 사례를 김 교수와 채규태 소장은 가만히 앉아서 지켜볼 순 없었던 모양이다.
이 후 의료진은 인터뷰, 검사 결과 재검토 등의 과정과 최근 강화된 PCR 검사를 통해 양성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외 저널 등재…“더 많은 사례 연구 진행 기대”
이번 연구 보고는 국내 학회를 거쳐 마침내 해외 유명 저널 ‘유로피안 스파인 저널(European Spine Journal)’에 4월 등재가 됐다.
“이 저널을 선택한 이유는 세계적으로 척추 관련 잡지 중 인용지수가 랭킹 8위인 영향력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나병이 전사회적 보건문제인 이란, 중동, 쿠웨이트 등지의 전문가들이 의학적 판단을 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함이었습니다.”
학문적 보고가 아직 안된 상태였기에 저널 심사 절차는 매우 까다롭게 진행됐으나 사실 우리나라에서 한센병은 유병율이 다른 질환에 비해 높지 않기 때문에 관심도와 중요도가 크지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1만 명 당 0.15명의 유병율, 연 발생율 10만 명 당 0.04명, 결국 1년에 15~20명의 한센병 환자가 나오기에 다양한 접근으로의 연구가 가능하다. 퍼즐을 완성한 김상진 교수는 이제 앞으로의 연구에 주목한다는 계획이다.
“MRI 영상에서 척추 추간판염 소견이 있는 환자가 있을 때 지금껏 그 원인으로 생각치 않던 한센병도 하나의 원인 중 하나로 고려해봐야 합니다. 문진과 검사 역시 철저히 해야죠. 이번 증례 보고를 통해 앞으로 나병을 앓은 환자들이 요통, 목 통증 등을 이유로 찾아오게 된다면 더 많은 사례 연구 역시 진행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앞으로가 중요한 것이죠.”
김선영기자 ks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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